뇌병변장애 1급인 금빈이는 지난 2010년 3월 성남방송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금빈이는 자상하고 사랑을 듬뿍 주시는 부모님과 예쁜 여동생이 함께 화목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동생을 무척이나 아끼며 동생이 힘들까봐 부모님보다 더 노심초사한다. 금빈이는 뇌병변장애로 사지에 마비증세가 있고, 침을 흘리는 어려움을 갖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성장했으며 자신의 사지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에 대하여 자신을 학대하고 불만이 쌓이면 통제력을 읽고 외적으로 폭발하여 물건을 부수거나 집어던지곤 했다.

금빈이는 자신의 장애를 인지하기 때문에 사춘기 어린 시절에는 장애를 부정하여 발생하는 행동들이 속출했다.

그러나 학교의 교육은 중요했다. 남은 잔존능력으로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언제까지 부정하고만 살 수 없는 장애를 껴안고 가는 극복의 길에 한 발자국을 내딛도록 격려하고 지원했다.

컴퓨터에 흥미를 갖고 도전하나 덜덜 떨리는 손가락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간신히 키워드를 한 개 누르는 동안 침은 그칠 줄 모르고 자판에 떨어진다.

‘정말 나보고 어쩌라고 그러느냐.‘ 실컷 욕을 퍼부어대고 손에 닥치는 대로 던져보아도 속은 부글부글 끓는 용광로가 된다. 친구들은 취업을 하여 돈을 벌어 사고 싶은 것도 사고 먹고 싶은 것도 먹는데, 대학 원서를 냈으나 탈락하고 사업체 면접을 보았으나 고개를 흔든다.

금빈아! 졸업해도 학교에 나오자. 선생님이 일자리 만들어 볼 거다. 담임교사와 나는 졸업하는 금빈에게 학교에 계속 나오도록 하고 특수교사보조의 일을 시켰다. 월급도 차비도 없는 무보수의 일을 하는 금빈이는 그래도 집에서 속절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나은 지 특수학급 동생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

혹시나 했던 일들이 실제로 다가오면서 금빈이에게는 졸업생 대상 도서관 사서보조의 채용이 보여 졌다. 가느다란 희망의 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실을 잡고 가면 끊어질까 바람에 날아갈까? 온갖 상념이 머리를 스치지만 금빈이는 끊어질지도 모르는 실을 잡고 담임교사를 따라 조심조심 걸음을 옮긴다.

1차 평가에서 스티커를 정확한 위치에 붙이지 못하여 탈락의 위기를 간신히 통과했다. 다음에는 장애인고용공단의 워크투게더 사업의 취업 성공 패키지과 지원고용으로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적용하는데 다시금 절망의 소식이다.

장애 정도가 심하여 업무 수행이 어렵겠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교장선생님께 의논을 드리고 우리 학교에서 채용을 권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우리 아이들 교육에 남다른 열정과 사랑이 있으시다. 도전해 보자고 격려해 주시는 말씀에 한 걸음으로 달려와 교육청 장학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장학사님은 본교에서 채용을 하겠다는 의사를 듣고 허락을 하였으며 금빈이는 드디어 2013년 7월 1일부터 출근을 했다. 힘차게 도서관의 문을 열고 ‘책들아 안녕, 이제부터 나와 친해지자!’ 책들도 화답했다.

‘금빈아, 이제 우리와 사이좋게 지내자! 만나서 반가워!’ 일반학급의 학생들은 사지가 뒤틀렸어도 단상에 올라가 신나게 에어로빅을 하던 금빈이를 얼싸안아 주었는데 이제는 도서관에서 반겨주니 다시 볼 수 있다고 악수를 청한다. 덜덜 흔들리며 키워드를 치지만 도서의 대출 반납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은 느린 속도이지만 금빈이가 컴퓨터를 쳐서 도서 대출과 반납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한없는 격려를 했다.

또 한 번의 위기가 다가왔다. 1년의 근무를 잘 마치고 무기계약을 결정하는 상황에 일반교사와 사서교사는 우려를 했다. 현재 근무하는 특수교사가 전근을 갈 때 누구 금빈이를 지원하여 고용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우리 특수교사는 금빈이를 믿었으나 아직은 장애를 잘 겪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일반교사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지 못한다. 그 마음을 이해하겠기에 차근차근 설득을 했다.

특수교사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더라도 교육청에서는 취업 후 3년간은 사후지도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고 그 사이 금빈이는 원만하게 적응을 하여 여러 사람을 어렵게 하지 않고 도움을 주는 일꾼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도 된다고 했다. 어머니께서도 학교에 오셔서 간절하게 이해를 부탁했다.

금빈이가 일을 하기 시작하더니 전과 다르게 충동적인 행동이 줄어들었고 월급을 받아서 동생 용돈도 주고 오빠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으며, 어머니 아버지께도 효도하겠다고 다짐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금빈이의 순수한 모습이었고 어떻게 보면 장애를 벗어버리기라도 한 듯 평온하고 즐거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눈물어린 어조로 금빈이가 일할 수 있도록 부탁하셨다.

일반교사들과 사서교사는 금빈 어머니와 특수교사의 의견을 듣고 반대하면서도 찬성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불안한 마음을 확고하게 털어내는 듯 얼굴이 밝아졌다. 우리 모두는 아픔을 어루만지고 사랑을 나누었다.

◯◯일보에서는 어려움을 극복한 금빈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지면에 담아냈다. 전국의 장애인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금빈이는 오늘도 일을 하며 삶을 엮는다. 도서관 앞에 떨어진 휴지를 주우며 온몸으로 도서관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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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의 칼럼리스트
특수학교 성은학교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특수교육과 직업재활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특수교육을 실현하면서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에 매진하고 교육부와 도교육청에서 정책을 입안하여 학교 현장에서 적용함으로써 장애학생을 사회자립 시키는데 부단히 노력했다. 칼럼을 통해서 특수교육 현장의 동향,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간절한 바람, 장애인의 사회통합관련 국가의 정책과 적용 현실 등을 알려서 현재보다는 발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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