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사건과 도가니 사건들은 아직도 여전히 장애인들에게 여러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심지어, 피해자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가해자는 별 문제가 없는 가벼운 장난인 것으로 판명이 났다며 가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여러 개정법안들을 마련하여 장애인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방안, 인권침해 문제를 다룰 기관을 설치하는 방안,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 형사적 조치 이전의 인권침해 신고의무를 강화하고 권리구제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 장애인에 대한 금지행위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의 자료에 의하면, 성범죄자의 취업제한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아동복지법 등과의 형평에 어긋난다며 부결되고 있다. 그리고 학대의 해석상의 범위에 대하여도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인권문제를 담당할 기관을 설치하는 문제는 명칭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인권옹호센터라고 하자는 안철수 의원안이 있고, 인권보호전문기관이라고 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노인과 아동분야에서 보호전문기관이라고 하고 있어 여기에 맞추자는 의견이 대세인 것 같다.

장애인이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데, 명칭은 앞으로 더 논의하여 변경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전문기관을 어디에 두느냐에 대하여도 비영리단체에 위탁하자는 법안들이 있는데, 전문위원이나 복지부 의견은 장애인개발원 산하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두는 것을 염두에 두는 등 전문기관이나 복지부는 공공기관에 두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최동익 의원 등은 줄기차게 비영리단체에 두자고 주장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전체 장애인 유형을 아우르는 것이 아니며, 심지어 중앙센터는 공공기관에 두더라도 지역센터는 비영리단체에 둘 수 있도록 하자는 수정제안까지 하며 단체의 참여를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있다.

인권침해 사건에 대하여 조사권과 접근권, 격리조치, 집단소송제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안에 대한 의견도 다르다.

소송권은 민사소송법과의 관계에서 장애인복지법이나 별도의 법으로 다룰 문제인가를 고민하고 있고,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으로 할 것인가, 별도의 법안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다르다.

하지만 인권침해방지를 위해 무엇인가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정부나 국회가 함께 동의하고 있다.

인권침해 예방에 대하여 인권교육과 실태조사 외에는 사실상 예방이 아니라 사후 처리를 다루고 있고,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권익옹호가 아닌 인권침해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서비스마다 센터를 만들기는 어려우므로 인권옹호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문제이고, 지속적인 개정작업과 필요하다면 별도의 법안마련이 요구된다.

일단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진전이 있었는데, 이것은 지난 2014년 12월 4일 여러 장애인복지법 개정안들을 병합하여 심의하던 끝에 모두 폐기하고 보건복지위원장 대체법안을 마련하여 상임위를 통과한 것이다. 여기까지 오기가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부와 장애인단체가 수용하고 상임위에서 합의하고 통과한다는 것이 진정 힘든 일이었다.

미결된 문제들은 차후 과제로 남기고 일단 환영하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반대하는 단체도 있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반대 성명을 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설득하여 현실성을 감안하여 장애인 인권보장을 위한 일부 조치라도 법에 담자고 설득하여 동의서를 얻었고, 복지상임위 소위의 검토 의견서에 동의서를 첨부하였는데, 이 또한 힘든 일이었다.

지난 3일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이전의 절차로 법사위에 법안을 산정하였는데, 4분간의 대체토론에 나선 정의당 비례대표 서기호 의원의 발언에 의해 이 법안은 법사위 소위로 넘어가지 못하고 말았다.

서기호 의원은 복지부 장옥주 차관에게 복지위를 통과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과 복지위에 계류 중인 장애인 인권침해예방과 권리옹호에 관한 법률(이하 권리옹호법) 두 가지가 있는 것을 아느냐고 물었다.

개정안에 대하여 동의를 한 것이 장애인 두 단체뿐인데다 이 두 단체도 진정한 마음으로 동의한 것도 아니어서 장애인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니 두 개정안과 별도의 법률 제정안을 병합하라며 소위의 회부를 반대한 것이다.

장애인복지법 개정 대체법안이 2014년 12월 4일 복지위를 통과한 것이고, 권리옹호법이 2014년 12월 31일 안철수 의원 대표로 발의된 법인데, 발의안이 통과법안을 잡은 것이다.

개정안의 5개 법안이 병합되어 50명 이상의 의원이 발의하고 복지위 전체 의원들이 동의한 법이 11명이 발의한 법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그리고 법사위는 원래 법의 자구수정을 하여 법의 명확성과 위법성을 따지고 검토하는 것이 업무인데, 병합을 하라는 것은 분명 법사위가 복지위를 지적한 갑질행위를 한 것이다.

물론 서기호 의원은 장애인단체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장애인을 위해서 한 행동이기는 하지만, 현재 불투명한 개별법의 제정을 위해 합의되고 통과 가능성이 높은 법의 개정을 막아버렸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인권옹호는 법의 고정된 문구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개정을 통해 노력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그나마 진전될 기회를 막은 것이 아닌가 한다. 뛸 수 없으면 걷지 말라는 격이 되어버린 것이다.

법은 사회적 합의이다. 장애인의 법이라고 하여 장애인단체의 합의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장애인은 인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차별과 편견 속에 억압받고 살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모두를 해결해 달라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조금 진전된 것을 요구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인권보장에 허점이 있으니 다시 더 강력한 법안을 요구하는 것이 설득력도 있고 현실적일 수 있다.

아직도 국회에서 해결하고 있지 않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역시 완전한 비준을 고집했다면 아직도 협약비준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당시처럼 복지위가 보다 강력한 법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심의과정에서 칼질을 하는 경우가 있어 불만이지만, 법사위가 역할의 범위를 초월하여 단체의 합의와 병합을 요구하며 처리를 유보한 것은 더욱 유감스러운 일이다.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국민이 준 위탁업무이다. 선거 때에는 심부름꾼이라면서 새로운 법안을 책임지지도 못할 것이면서, 제대로 된 밥을 먹어야지 국수를 먹어서 되겠느냐며 국수를 발로 차 버린 것은 배고픈 장애인들에게는 너무나 뼈아픈 아픔이 아닌가 한다.

소수의 의견이 아닌 전체의 의견을 중시한다면서 서기호 의원은 소수의 장애인 의견을 듣고 손을 들어준 것이며, 자신 역시 많은 국회의원의 의견과 노력과 성과를 소수자 신분으로 권력행사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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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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