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제2조에는 장애인의 학대가 정의되어 있다. 장애인에 대한 신체적·정신적·정서적·언어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을 법에서는 학대라고 하고 있다.

시설이나 가정에서 장애인을 방임하는 경우 인권침해를 무마하기 위하여 협박하는 등의 2차적 피해, 국가에서 지급한 장애인의 연금이나 각종 수당을 갈취하는 행위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장애인에게 차별하는 것은 장애인을 분리하거나 거부하거나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행위로 차별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장애인의 완전한 인권을 보장할 수가 없어 학대라고 정의를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장애인복지법에서 정의만 하여놓고 학대를 어떻게 예방하고, 학대를 당하면 어떻게 구제하는지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이 없어 법의 실효성이 문제가 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회에서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여러 차례 발의하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오제세, 이채익, 김정록, 김용익, 신경림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여러 법안들을 병합하여 대안법안을 마련하고 상임위를 통과시켜 법사위로 넘겼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실적과 평가결과를 매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의 각 부처가 이행해야 할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매년 평가를 해야 하므로 계획이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국회에서 보고를 받은 다음 예산 등을 협조 한다면 차질 없이 계획이 진행될 수 있어 장애인단체가 요구하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상설화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개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적시에 제공될 수 있도록 서비스 연계사업을 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서비스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각종 서비스 기관을 헤매기도 하고, 대기자로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어 서비스 연계사업은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장애인판정과 등록 업무를 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서비스를 데이터베이스화하였고, 현재 서비스 연계를 하고 있다. 이 사업이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됨으로써 재정지원의 근거가 되어 지속 가능한 안정된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또 국민연금공단이 아닌 지자체 등에서 직접 이 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개정안에는 장애인학대 사실을 알게 된 사회복지사, 의료기관, 활동보조 서비스 기관, 공무원 등은 수사기관이나 학대 받은 장애인의 보호전문기관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에도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하여 공무원과 사회복지사 등은 신고 의무가 있는데 학대로 인한 사실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장애인의 피해신고 범위가 넓어졌고, 활동보조서비스 기관 등 신고 의무자도 늘어났다. 무엇보다 신고 의무자가 오히려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경우도 있어 다양한 관계자가 신고하게 함으로써 은폐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개정안은 학대에 대한 예방과 조사, 사후지원을 위해 중앙장애인보호전문기관과 지역장애인보호전문기관을 두도록 하고, 신고는 수사기관 또는 장애인보호전문기관에 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보호전문기관은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한 공공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사당국에 신고할 경우 조사가 미진하거나 사건이 경미하다고 가볍게 처리되는 경우도 있고, 수사당국인 경찰은 수사권은 있으나 기소권이 없어 사건이 처리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소통에 어려움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피해자가 다시 보복이나 협박 등으로 이차적 피해를 입게 되어 진술을 번복하여 신고한 사람만 무고를 한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경우도 있어 전문기관에도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반면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보호전문기관의 설립에 대하여 여러 가지 우려들을 하고 있으며,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대하여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반대 이유로는 보호라는 말이 장애인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보호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권리의 보장이 아닌 보호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고, 보다 폭넓은 인권의 보장이 아닌 학대의 신고처리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사권, 고발권, 소송권도 부여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 위탁하는 것은 피감기관이 될 수도 있는 공공기관과의 연계성과 그 동안 정부나 지자체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인권침해는 장애인단체들에 의해 제기되고 해결된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가 선정한 공공기관이 지자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갑을 관계로 지자체를 압박하여 사건을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보호’가 아니라 ‘권익옹호’가 맞으며, 장애인 권익옹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장애인복지법만 개정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장애인이 학대를 받았을 경우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 권리는 보장받는 것이지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맞다. 하지만 보호라는 용어는 피해자에게는 법률적으로 현재 사용되는 용어이기도 하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보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보호라는 말이 문제가 아니라 보호전문기관이란 용어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무슨 시설이름 같다. 그러니 이 기관 이름은 장애인학대신고센터 정도면 될 것이다. 용어야 바꾸자고 건의하여 수정 가능할 것이다.

권익옹호 센터를 전국적으로 인프라를 형성하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도 맞다. 그러나 아직 정부는 이러한 사업에 대하여 성숙되어 있지 못하고, 최소한 법을 제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권익옹호 서비스는 언젠가 아니 최대한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법을 만들기 전에 학대신고센터가 존재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으며, 후일에 새로운 법이 제정되면 명칭을 변경하거나 기능을 보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사권이 부여되고 있는 사례는 ‘발달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그러니 장애인복지법에서도 조사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수사를 하기 전에 조사가 이루어져야 사건을 어느 정도 규명할 수 있고 수사기관에 고발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래서 개정안에서는 분명히 예방과 실태조사, 현장조사 등의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조사권을 부여한다’고 명시하지 않았을 뿐, 업무에는 분명 나열되어 있다. 조사권을 부여하기에는 많은 저항들이 있어 이렇게 표현을 한 것이지 사실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권은 한계가 있다. 수사를 하여야만 정확히 밝힐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고발하여야 하는데, 고발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므로 고발권은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소송권의 경우 형사적 문제는 수사기관이 원고가 되어 하는 것이므로 필요하지 않고, 민사에 대하여는 피해자가 원고이므로 원고를 지원하고 변호사가 지원하면 가능하다.

공공기관에 위탁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과 왜 공공기관으로 한정하여 장애인단체가 하면 안 되느냐는 두 가지 문제 제기로 보인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공공기관이란 법정단체이거나 중앙정부의 인사권이 있는 기관을 말한다. 그러므로 지자체의 산하 기관은 공공기관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공공기관으로 이러한 사업을 위탁받을 만한 기관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이나 국민연금공단, 법률구조공단 정도로 보인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감수성을 가지고 잘 할 수 있는가와 지역 조직이 없어서 문제라는 것도 있어 국민연금공단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장애인단체가 학대신고센터를 운영할 경우, 역동적이고 감수성을 가지고, 정말 피 끓는 애정으로 일들을 잘 할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 단체가 이 사업을 맡으면서 특정 단체의 고유사업이 되어 버린다는 단점도 있다. 보다 신뢰성이나 공정성을 위해 학대신고센터를 공공기관에 두고, 시행령 등에서 장애인당사자와 인권활동가가 공공기관 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구성원의 일정 몫을 요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다.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은 무수히 많다. 이 중 상임위, 본회의까지 통과해 시행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발의된 법 중 제정되는 법은 불과 7%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요구하고 상임위나 정부가 동의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반대 하면 법사위에서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이 법은 폐기되고 말 것이며, 그 후유증으로 권인옹호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률의 제정에서도 어려움을 격을 수 있다.

비용이 많이 든다, 무리가 있다. 유사한 법이 페기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등 여러 가지 사유가 붙을 것이다.

장애인복지법 상에 학대에 대한 보호방법과 구제에 대한 조항을 신설하고, 그 여파를 몰아 다른 법률의 제정에 힘을 받도록 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

이 조항이 생겼다고 다른 욕구를 땜빵하고 더 이상 다른 액션이 없어 권익옹호 시스템의 법적 제정은 물 건너 갈 것이라는 우려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장애인복지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개정하고, 그 인식의 폭을 넓혀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니 권익옹호를 보장하는 법을 만들고,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정말 권익옹호에 관한 법률 제정만이 답이라고 하면, 학대라는 정의를 추가하는 개정 당시에 반대를 하였어야 하고, 권익옹호를 원한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을 지지하는 것이 옳다. 기회를 우리가 혹시 위기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