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월 26일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이직이 최대 관심사입니다.

이번에 퇴사를 하면서 저도 처음 겪는 직장 옮기기, 진짜 취업경쟁의 현장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저 스스로가 그 부분에 대해 고통을 느끼는 것도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러한 일이 있다면, 아마 술 한 잔 찾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성인 발달장애인들도 술 한 잔 할 권리는 있기 때문에, 저도 어느 토요일 퇴사주 한 잔 마시러 홍대 단골 주점을 찾았습니다.(아쉽게도 이 집에는 집주인이 장애인을 차별해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이 단골주점은 제가 대학생이던 시절부터 자주 찾던 주점이었습니다. 트위터 친구가 하던 주점이었는데(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그 트위터 친구와의 이야기도 소개하겠습니다.), 그 곳의 중심 술은 막걸리인데 제게도 막걸리는 가장 잘 맞는 술이라는 사실을 마시면서 느꼈습니다.

홍대 앞 주점에서 먹은 술과 안주 ⓒ장지용

하여튼, 그날의 술상은 오미자 막걸리에 보쌈 수육 한 접시였습니다. 친구와 대화도 나누면서 막걸리와 보쌈 수육을 한 점 한 점 먹었습니다.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면서 괴로움도 야구장의 타자들처럼 날려버리기도 하고, 수육 한 점 씹어 먹으면서 곱씹기도 했습니다. 술을 다 마실 즈음, 그 친구가 다른 곳에 놀러갈 적에 같이 주점 문을 나선 것으로 그 토요일 밤은 끝이 났습니다.

요즘 미디어의 영향으로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에서 유래)이라는 단어가 대중적 용어가 될 정도로 먹고 마시는 것은 일상의 문화로 변화한지 오래입니다. 건강 문제나 종교적 이유, 신념에 따른 이유가 아닌 이상 누가 뭘 먹는다고 간섭하지 않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발달장애인들, 특히 자폐성 장애인들의 식습관에 대해서 논한다는 것은 여간해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몇 가지 특성은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저도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 저에게는 육류에 대한 먹성으로 나타나지만, 특정한 요리를 제한 없이 먹는 식습관은 저조차 타인에게 지적받을 정도로 드러나는 문제점이라 고치려고 해도 장애 특성상 잘 안 고쳐지는 문제입니다.

또 다른 특성은 먹는 것에 대한 호불호가 심하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녹즙이나 해산물을 먹는다는 것은 '공포'입니다. 의학적으로 판정된 알레르기는 아닌(그런데 실제로 그러한 알레르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사가 더 잘 알 터이니, 나중에 의사에게 정식으로 물어봐야겠네요.), 거부반응 아닌 거부반응이 일어나고 마는 것입니다.

물론 저는 교육, 훈련, 학습 등을 통하여 나름대로 건강관리의 중요성은 배웠고, 최근 식사량도 조절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에도 “더 먹어요.” 라고 말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나름 거절하기도 할 정도니까요.

최근 가장 아쉬웠던 식사량 관련 에피소드는 점심시간에 주문이 잘못되는 바람에 분식집 계란밥 한 그릇을 더 시켰는데 제가 그 잘못시킨 한 그릇을 울며 겨자 먹기로 먹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특히, 술에 대해서는 진짜 통제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직장 동료들도 놀라워 할 정도입니다.

주점 주방장이 제 얼굴을 보면서 “너는 술 함부로 마시지 마라. 너 지금 얼굴이 빨개졌어!”라고 말 할 정도인데, 사실 그 날 제가 마신 막걸리의 총량은 500ml밖에 안되었기에 술에 대해 철저히 통제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 때 였습니다.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농활을 다녀왔는데, 밤에 마을 주민들과 연대 활동을 하다가 이래 저래 막걸리를 많이 마셨습니다. 주민 분들이 “젊은이, 한 잔 해!” 이런 분위기다보니 거절하기도 조금 민망했었습니다.

그래서 마지 못해 마셨는데, 그 다음 날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하는데도 하루 종일 잠만 자야 했을 지경이었습니다. 물론 그 날 이후 농활기간 내내 술은 통제했구요. 그 날 이후 술을 대하는 저의 나름대로의 방법을 배운 것이죠.

다음은 비만 문제입니다. 사실 저도 조금 비만이어서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결과 비만에 따른 대사증후군을 주의하라는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비만은 건강관리에 좋지 않을뿐더러 이미지에도 도움이 안 됩니다. 일단 직장에서도 비만자는 잘 채용되지 않습니다. 자기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인상을 면접관에게 주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발달장애인들이 자기관리를 위해서는 먹는 것에서부터 자립이 필요합니다. 그 중 특히 먹는 문제의 자립을 위하여 발달장애인이 배워야 할 생활의 기술은 “식사는 계획한 만큼만 준비하고 깨끗하게 먹자. 대신 너무 많이 먹지는 말자. 이래 저래 손해다.”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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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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