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로 소통하는 행복한 우리의 얼굴'. ⓒ이샛별

안녕들 하십니까? 대한민국의 모든 농아인들에게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부모님의 권유로 일반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농문화, 농인, 수화를 접하지 못한 채 20년 이상 성장해 왔습니다.

20살, 어른이 되어 농아인의 제1언어인 ‘수화’를 나사렛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동족과 마찬가지인 농아인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엔 미숙하고도 어색했던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이제야 진정한 나의 언어를 찾았고, 소통이 된다는 자체만으로 기쁨이 샘솟았습니다.

제 특기인 '글쓰기'만큼 매끄럽지 않지만 내 생각과 내 마음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제1언어인 ‘수화’를 늘 말하고 다녔습니다.

한국인이라고 국어를 무조건 잘할 수는 없습니다. 가끔씩 틀리게 되는 맞춤법처럼 저도 수화를 가끔은 틀리게 사용하게 되고, 지역마다 다른 수화와 사투리 수화도 있어서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통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농아인의 언어도 완벽하지 않아도, 소통하는 데에 서로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저는 명명백백한 '농아인'입니다. 누가, 무엇으로, 어떤 기준으로 동시대의 사람을 함부로 '다르다'고 하여 구분 짓겠습니까?

지난 2011년 이후 수화언어법 제정을 위한 운동들이 활발히 진행됐고, 그 결과 2013년 하반기에 4개의 수화언어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었습니다. 하지만 발의된 수화언어 관련 법안들은 2013년 12월, 2014년 4월 두 차례 국회 해당 상임위에 보고만 되고 제정을 위한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는 상황이 연거푸 반복되고 있습니다.

'닫힌' 목소리 대신 '열린' 수어가 우리의 말과 생각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이 대한민국 안의 수많은 농아인들의 염원이 무엇입니까? '수화언어기본법'이 하루빨리 제정되어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다닐 수 있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통역사의 목소리에 의존하며 살아야 하겠습니까? 언제까지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로 지내야 하겠습니까?

우리의 언어인 수화언어, 즉 '수어'는 우리의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내며 열린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지난해 청각장애인만 해도 25만5000명이라고 합니다. 이들에게 ‘제1언어’는 국어가 아니라 수화이고 그만큼 이들이 입법을 촉구하는 수화언어법은 수화에 ‘국어’와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화가 아닌 ‘수화언어’(수어)라는 표현을 쓰게 됩니다.

수화통역이 되지 않아 겪는 어려움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더 강력히 우리의 권리와 언어를 당당하게 요구할 때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서로 길거리에서 수화로 '안녕하세요.' 따뜻한 인사 한 마디라도 건네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기를 원합니다.

길거리에서 사고 사건을 겪으며 다쳐도, 지하철에서 쓰러져도 모두들 외면하는 지금의 시대를 '수화로 소통하는 행복한 세상'으로 변혁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다시 한번 묻습니다.

이 대한민국의 모든 농아인 여러분

그리고 우리의 언어, 수화도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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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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