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로 소통하는 행복한 세상’을 디자인하는 데에 앞서 무엇부터 생각해야 할까?

디자인(Design)은 계획하고 설계하고 준비하고 결정하는 것이며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시각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자 사물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결합하는 것이라고 한다.

디자인의 의미처럼 ‘수화’로 어떻게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다면 무척이나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 대한민국 30만여명의 농아인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한국수어법'이 '수화'로 소통하는 '행복한' 세상을 세우는 데에 꼭 필요한 주춧돌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기를 하루하루 기대해보게 된다.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청각장애 2급’의 장애인등록증을 발급받은 한 사람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의 내용과 같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지만 농아인의 주권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하는 의구심을 늘 가지고 있다.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인 ‘한국수어법’부터 통과된 이후에야 비로소 농아인의 주권이 나오게 되리라 막연히 기다리면서 우리 모두가 아직도 안개속의 세상에서 맴돌고 있다.

회사에서 디자인을 하던 중 문득 ‘수화’가 다시 세상으로 나오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의 언어를 스스로 디자인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단순히 농아인만의 언어로 인식되는 것보다 청인, 즉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비장애인도 함께 농아인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그야말로 ‘수화’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진다. 만나서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은 후에 헤어지는 데에 필요한 요소는 바로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즉 '소통'이다.

소통이 있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하려고 소통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에도 오해를 하고, 마음에도 상처를 받는 이유가 뭘 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이'를 가장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언어와 당신의 언어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당신은 한발 더 내딛어 나와 가까워지고 수화로 소통하는 행복한 세상을 이뤄나가는 데에 한 몫 하였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농아인의 주권이자 언어인 '수화'로 소통하는 행복한 세상을 디자인하는 데에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법으로 시작하여 법으로 끝나는 것보다 마음으로 시작하여 마음으로 끝나는 바로 소통하는 언어인 '수화'로써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 날을 오늘도 기다려 본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