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의 근본적인 목적에 대해서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정의에 의하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란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하여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라고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의 정의에서도 보듯이 활동지원제도의 목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장애인 자립 운동이 시작된 미국의 버클리 자립생활센터의 정의를 보아도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달성하는 중요한 도구 중에 하나로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언급하고 있다.

이렇듯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도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자립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 중에는 이러한 활동지원 서비스의 본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본인의 사적인 일을 도와주는 개인 도우미나 가사일을 전담하는 파출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장애인의 사회적 자립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립심을 저해하고 결국에는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위 사람들을 통해 활동지원서비스로 오히려 자립이 저해되는 경우를 듣곤 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이 전에는 스스로 휠체어를 밀고 다녔지만 활동보조인이 휠체어를 밀어준 이후부터는 스스로 휠체어를 밀고 다니기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활동보조인의 도움에 의지하여 오히려 자립이 지연될 수 있는 사례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각장애인의 경우이다.

필자가 텍사스주 오스틴이라는 곳에서 공부할 때 크리스 콜 재활센터(Criss Cole Rehabilitation Center)라는 곳에서 한 6개월 정도 생활한 적이 있다.

여기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자립과 사회통합을 위해 여러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다.

대표적인 재활 프로그램으로는 화면독서프로그램을 이용한 컴퓨터 사용, 요리 및 주방 활동, 실내 청소, 금전관리, 보행훈련, 점자교육, 직업탐색 및 배치, 재활상담 등이다.

이 곳에 있는 시각장애인들은 학교처럼 매일 매일 본인이 들어야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최장 1년 정도 재활 훈련을 받는다.

중도시각장애로 인해 처음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경우에는 보행훈련, 요리·주방활동, 실내청소, 컴퓨터 사용 등 가장 기초적인 훈련부터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활동들은 장애인이 자립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어느 시각장애인이라도 스스로 이러한 활동을 하도록 교육한다.

보행훈련의 경우 시각장애인과 보행지도사는 실제로 센터 근처에 있는 여러 건물들을 방문하여 보행훈련을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이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나 열기구나 칼 등을 조작하기가 어려워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크리스 콜 재활센터에 있는 모든 시각장애인들은 요리훈련에 참여한다. 재활교사는 눈을 사용하지 않고 야채나 과일을 칼로 자르는 법, 음성지원이 되는 전자렌지나 가스렌지를 이용해 불로 요리하는 법, 세제로 깨끗이 설거지하는 법, 요리 후 싱크대 정리하는 법 등 주방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직접 시연을 하면서 시각장애인에게 지도한다.

이런식으로 집안 청소, 금전관리, 화장실 청소 등등 여러 종류의 가사활동을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킨다.

그래서 몇 달 후에는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은 스스로 웬만한 가사업무는 할 수 있으며, 스스로 가사활동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4-5개월이 지났지만 만약 시각장애인이 이러한 자립을 위한 기본적인 활동을 스스로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훈련을 받아 스스로 하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한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이 센터를 퇴소한 후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자립하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한다.

이것이 장애인의 근본적인 자립의 하나이며, 많은 시각장애인들은 이런 식으로 자립하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한다.

필자 역시 크리스 콜 재활센터에서 6개월 정도 교육 받은 후 6-7년 동안 혼자서 자취를 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모든 일을 활동보조인이 한다. 당연히 활동보조인이 이러한 일을 대신하면 장애인 입장에서는 아주 편하다. 그러나 활동보조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순간 장애인의 진정한 자립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이 현재 우리의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의 가장 큰 부작용 중에 하나일 것이다. 자립을 위해 도입한 서비스가 오히려 장애인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시각장애인은 거의 활동보조인을 이용하지 않는다.

제도적으로도 훈련이나 교육을 통해 자립이 가능한 장애인에게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평생 동안 제공하지 않으며, 정말로 장애가 중해서 자립활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대상으로 주로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에도 지역사회 복지관이나 자립센터들이 상당히 많고, 시각장애에게는 중도재활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기관들의 목적 중에 하나는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위해서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프로그램에 참여해 진정 자립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손쉬운 활동보조인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는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 적절하게 장애인 스스로가 사용할 필요가 있다. 활동지원 서비스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한다면 그 서비스의 본 취지인 자립 역시 강조해야 할 것이다.

자립이 스스로 힘든 경우라면 당연히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 자립을 시도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자신의 노력을 통해 스스로 자립이 가능한 장애인에게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아닌 자립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더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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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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