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재활을 하는 장소도 견학하였다. 남편이 척수손상을 입은 아내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업재활 부서에서 재봉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소득, 나이, 지리, 경제적 조건 등을 고려하여 환자들에게 다른 종류의 기술을 교육한다고 한다.

직업재활 부서에서도 말레이시아에서 척수손상을 입어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후 이 곳에 고용되어 일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주로 재봉교육, 양초 만들기(네팔은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양초의 수요가 많다고 한다), 폐타이어를 이용한 가방과 신발 만들기 등이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컴퓨터 교육도 실시하고 있었다.

물리치료실에서는 한국의 여느 치료실과 마찬가지로 환자들이 열심히 운동하고 땀을 흘리고 있었다.

기타 척수손상 환자들을 위한 음악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척수손상 환자들을 위한 치료목적의 풀장도 있는데,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훌륭한 시설이었다. 애석하게 현재는 가동하고 있지 않는다고 한다.(물의 온도를 높이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

현재 네팔에는 전국적으로 작업치료실이 3~4개 정도 밖에 없다고 하니 이곳 시설의 높은 수준을 알 수 있었다.

아일랜드에서 온 케이트라는 여자 자원봉사자가 환자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작업치료를 실시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척수환자 맞춤식 도구를 구비하고 있었고, 변형된 포크나 나이프를 이용하여 악력이 약한 환자들도 직접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조악한 것도 있어서 이러한 기술을 전수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또 각 층을 연결하는 경사로는 재활센터에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이곳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생활 체력을 기르기에는 경사로만큼 좋은 시설이 없다. 2층 옥상에는 농구장이 있어 일과 후에는 서로 모여 농구를 통해 친목도 다지고 체력을 기른다고 한다.

필자의 눈에 띄는 시설 중에 하나는 1층 외부에 있는 휠체어 트레이닝 코스였다. 자동차 운전 시험장의 코스처럼 웅덩이도 있고, 잔디도 있고, 자갈길, 턱도 있고 몇 개의 계단도 있는 휠체어 훈련용 길을 만들어 놓아서 네팔의 척박한 도로환경에 적응하고 생활하도록 훈련을 하는 곳이었다. 이런 것들이 실질적으로 사회활동에 필요한 재활훈련인 것이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도 방문하여 다양한 사회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환자들의 소득수준을 고려하여 입원 비용을 산정하는 일도 이곳에서 한다고 했다. 재활 환자들의 후속조치, 즉 가정방문 및 평가를 통한 주택개조 등의 서비스 제공. 환자들의 헤어 및 피부 관리, 그룹 활동(운동, 공공시설 방문 등), CBR(Community Based Rehabilitation) 네트워킹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한다.

CBR은 사회서비스 부서의 산하에 있다고 했고, IL센터는 카트만두에 위치해 있다고 알려 주었다.(후에 두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구내식당에서 네팔전통요리인 소박한 점심을 직원들과 같이하고 오후에는 센터장과 주요 관리급 직원들이 참여하는 2차 미팅을 하였다. 이곳에서 네팔의 척수장애에 대한 세부적인 브리핑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센터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에 하나가 NHTC(National Health-Worker Training Course) Training사업이다. Health Worker는 의사, 간호사, 전문가 등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전체 직업군을 의미한다.

이 교육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10일 동안 학생, 간호사, 공립병원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척수장애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연간 50여명에게 교육을 제공한다. 강제성이나 의무성은 띠지 않으며 선택에 따라 참석한다고 한다.

현재 네팔에서는 장애나 재활서비스에 대한 교육이 실시되지 않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있으며,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 설명을 하였다.

교육 내용은 척수장애의 이해, 방광, 욕창, 장관리, 휠체어사용법, 성재활 등 척수장애인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각급의 병원에서 아직도 척수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를 확대시켜 척수장애인의 퇴원 후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은 척수손상 후 2차 손상을 예방하는 계몽에 역점을 두고 있다. 척수손상은 응급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상태가 달라지므로 매우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거환경개조사업에 대한 브리핑이 이어졌다. 재활센터를 거쳐 의료서비스를 받고 가정으로 돌아간 환자들을 대상으로 가정방문 및 평가를 실시한다.

척수손상 환자들의 가정 개조는 그들의 쉽고 안전한 접근성을 보장해 주기 위한 목적이다. 일반 가정의 경우 평균 2명 정도의 직원이 주거환경 개조에 참여하여 가족들과 함께 공사를 한다.

주거환경 개조 대상 선정기준은 척수장애인 당사자들의 의지, 활동성 등이며, 직원들이 3~4일에 걸쳐 이를 평가한다. 하지만 자금의 제한으로 인해 주거환경 개조가 필요한 모든 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현재까지 20가정 정도를 개조하였다고 한다.

이 부분은 우리의 방문 목적과 일치하는 부분으로 SIRC의 환경은 천국이지만 가정으로 돌아가는 순간 지옥이 된다. 그만큼 가정의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활동과 가족 내의 자존감회복,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주택개조사업이다.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의 척수장애인의 생활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서로의 환경과 경제적인 수준, 제도적인 상황 등은 모두 다르지만 양국 간에 궁금했던 문제들을 진솔하게 나누면서 각국의 척수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센터장의 마무리 발언은 나의 마음을 숙연하게 하였다

센터장은 네팔 정부는 장애관련 통계나 조사도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장애의 심각성이나 재활치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자면 주거환경의 개조, 지역사회의 인식개선, health worker 대상 훈련 등을 통해 척수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라고 말하였다.

아마 동병상련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 것은 우리도 한국에서 이렇게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SIRC를 견학하면서 척수재활센터만큼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직원들의 마인드나 운영철학,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실행의지는 한국의 어느 병원에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백미는 척수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열린 마음이었다. 이들은 재활의 진정한 방향을 잡았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방향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그것 때문에 재활의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는 진정한 마음과 합리적으로 환자들에게 병원비를 요구하는 시스템, 각자의 상황을 고려한 직업재활, 지역에서 안착하도록 끝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은 솔직히 우리나라보다 훌륭하였다.

SIRC의 역할 중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지역사회에서 안착하기 위한 예비 훈련장이라는 이성적인 마인드로 척수환자들의 의지를 높이 사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병원환자를 단순한 돈벌이 대상으로 삼아 오랫동안 묶어 두려는 재활병원은 본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병원에 거주하고 있는 척수환자들도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척수장애인들이 일상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주도하는 한국척수센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인 네팔이 일깨워 주었다.

직업재활훈련장의 모습, 척수장애인 가족에게도 직업훈련을 시켜준다. ⓒ이찬우

물리치료실과 작업치료실 전경. 아일랜드에서 온 여성 자원봉사자 케이트도 보인다. ⓒ이찬우

휠체어의 진입이 자유로운 현대식 풀장의 모습. ⓒ이찬우

휠체어 트레이닝코스. 네팔의 다양한 환경을 훈련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찬우

SIRC 사회복지사들이 하는 일들을 정리한 도표. ⓒ이찬우

SIRC 직원들과의 2차 미팅 전경. ⓒ이찬우

SIRC 직원 및 환자들과 현관에서 기념촬영.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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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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