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필자가 가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인(知人)들을 만날 때 지인들이 장애인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모습을 종종 목격(目擊)하곤 한다. 이유는 좌변기 이용 시 전동휠체어 전장(全長)에 비해 좌변기 이용 공간이 작아 회전 등의 이동에 불편이 있기 때문이다.

규격(規格)이라 함은 사전적 의미로 “일정한 규정에 들어맞는 격식 또는 제품이나 재료의 품질, 모양, 크기, 성능 따위의 일정한 표준”이다.

사전적 의미대로라면 장애인화장실의 규격은 변경(變更) 또는 개선(改善)이 시급하다. 그 이유는 요즘 그 이용이 급격히 많아진 전동휠체어의 규격과 장애인화장실의 규격과는 괴리(乖離)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에 의거한 ‘장애인화장실 설치규격’을 살펴보겠다.

'가. 일반사항'항목은 설치장소, 재질과 마감, 기타설비에 대한 규정으로 이뤄져 있다.

'나, 대변기' 항목에는 활동공간, (대변기)구조, (대변기 이용에 따른) 손잡이에 대한 사항, 세정장치를 포함한 기타사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 소변기' 항목은 (소변기)구조, (소변기 이용에 따른) 손잡이에 대한 사항으로 구성돼 있다.

장애인 화장실 설치 규격 마지막은 '라. 세면대'에 관항 사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나타나는 문제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장애인화장실 설치규격’이 ‘ 과거 많이 사용하던 (수동) 휠체어’를 기준으로 재정된 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행 ‘장애인화장실 설치규격’은 “대변기의 유효바닥면적이 폭 1.4m 이상, 깊이 1.8m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라는 규정으로, 대부분의 장애인화장실이 따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생산, 수입, 판매되는 (수동) 휠체어는 1등급 의료기(의료기기 품목번호 A19010)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기준 및 시험방법’을 충족하고, 제조(수입)품목신고번호를 부여 받아야만 생산, 수입 및 판매가 가능하다. 전동휠체어 역시 2등급 의료기기로 동일한 절차와 규정을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 수입, 판매되는 ‘(수동)휠체어’ 제품의 규정을 제시하여 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기준 및 시험방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수동)휠체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보면 (수동)휠체어 품목(제품)의 전장규격((全長規格)이 910(㎜) 내외(內外)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바탕으로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에 의거한 ‘장애인화장실 설치규격’의 ‘장애인 화장실 길이’에 관련된 규정이 1.8m(900㎜×2) /폭 1.4m(450㎜×3.14=14.13)로 규정되어진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동일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기준 및 시험방법에 따른 전동휠체어 규격을 살펴보면 규정이 변경되어야 하는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다.

기준이 전장(全長) 120 ~ 140㎜로 ‘(수동)휠체어’와 대비(對比)하여 볼 때 ‘장애인 화장실 길이’에 관련된 규정이 여유 폭을 감안하여 최소 3m(1400㎜×2)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며, 길이에 관한 규정 이외에도 폭에 관한 규정도 현행 1.4m 규정이 변기규격 0.7m + 회전반경(回轉半徑 700㎜×3.14=2.198m) 이상으로 여유 폭을 감안하여 적어도 3.5m 이상으로 변경(變更) 또는 개선(改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최소한 ‘장애인 화장실 길이’에 관련된 규정들이 충족되어야 앞서 언급한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장애인 화장실 사용에 불편함이 해소(解消)될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현상’해결과 연관된 ‘장애인화장실 설치규격’ 은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규격의 변경(變更) 또는 개선(改善)이 반영된 사례로 ‘전동휠체어, 의료용 스쿠터 지하철 리프트’ 의 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 리프트의 경우 기존의 폭(760㎜에서 800㎜)과 길이(1050㎜에서 1250㎜), 중량(225㎏에서 300㎏)규격을 확대 개선하였다.

글머리에 언급했듯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에 의거한 ‘장애인화장실 설치규격’의 제정당시와 달리 수동휠체어는 물론 전동휠체어에 이르기까지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수단이 다양화되고 있으며, 첨단기능의 탑재와 이에 따른 대형화가 최근 추세다.

상황이 이러니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에 의거한 ‘장애인화장실 설치규격’은 마치 '고등학생에게 유아복을 입혀 놓은 모양' 이라는 비유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화된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이용해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 여러 불편사항이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다

또한, 현재의 '장애인 화장실' 출입을 위한 경사로와 출입문, 지지대, 세면대 등 여러 가지 편의설비의 구비와 유지, 보수, 청결 등의 문제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새로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에 의거한 ‘장애인화장실 설치규격’제정에 시간이 소요되고, 이 마저 신축건물에만 적용되면 그 때 또다시 지금과 같은 '괴리현상(乖離現狀)'이 발생할런지 모르겠다.

장애 당사자를 포함한 관련기관의 시급한 대처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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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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