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범(69세, 지체장애 3급)씨는 1995년 한국항공공사 용역 회사 소속으로 김포공항에서 승객의 짐을 옮겨주는 일을 하다가 퇴근길에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어 우측 무릎 위를 절단하여 의지를 착용하게 되었다.

당시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장애로 인하여 일을 할 수 없어 실직하게 되었다.

실의에 빠져 방황하기도 하고,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였지만,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열심히 일자리를 알아본 결과 홍익회 매점에서 5년간 일을 하게 되었으나 나이가 많아져서 다시 실직하게 되었다.

장애인단체를 찾아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강서구 장애인 문화협회 소속으로 초등학교 급식재료 납품일을 하던 중 아파트 동대표로부터 경비원으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2009년 2월부터 경비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2010년 12월 28일 폭설이 내려 아파트 내 유치원 놀이터에서 제설작업을 하던 중 미끄러져 의족이 부러졌는데, 아파트 동대표가 산재보험을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2011년 2월 14일)

아파트 주민들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물어 주어야 한다, 왜 장애인을 고용하여 이런 일을 만들었느냐 등등 의견이 분분하였고, 양씨는 의족 구입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퇴직금을 가불하여 300여 만원을 마련하여 의족을 새로 구입하게 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은 사람에 대하여 질병, 부상, 사망 등에 보상을 하는 것으로 물품은 보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국민들의 고충을 처리하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2011년 2월 17일)하여 2011년 5월 30일 장애인에게 의족은 신체의 일부로 보아야 하므로 요양급여 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는 권고안을 의결하는 성과를 얻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신체에 부착되어 신체의 기능을 하면 신체의 일부로 보아 요양급여를 적용한 사례가 이미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였다.(2010년 5월 30일 고정된 치아는 신체의 일부로 유권해석)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힘을 얻어 근로복지공단에 재심청구를 하였으나, 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6월 30일), 급기야 양씨는 2011년 9월 8일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사용연한이 있는 물건을 요양급여에 포함하면 계속 지원해야 하므로 곤란하다, 장애인들은 보장구 파손을 모두 산재 요양급여로 신청하여 부정수급이 많아질 것이다 등등 부정적 주장을 거듭하며, 불승인 논리로는 탈부착이 가능하면 불인정이라는 유권해석을 법적 근거로 대항하였다.

양씨는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하자(2012년 2월 10일) 혼자의 힘으로 싸우기에는 역부족이라 여기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장총에 도움을 요청하였다.

장총은 2012년 3월 30일 솔루션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였고, 양씨의 항소를 지원하기로 하였으나 유권해석을 이길 확실한 방안을 찾지는 못했다.

솔루션회의에 참석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연구소에도 이 사건의 민원이 접수되어 있으니 장총에 토론회를 공동주최하자고 제안하였다.

토론회에서 남세현 교수는 보조기구는 신체의 기능을 대체하는 것으로 탈부착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신체의 일부라고 주장하였으며, 의족은 경비원 업무의 필수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신체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산재법의 목적이 재해보상, 사회복귀, 근로자 보호인데, 이유를 달아 사회복귀에 반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조원희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원심판결은 장차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았다. 장애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장애인의 상황을 배제한 처리였다는 것이다. 비장애인에게 다리의 손상을 배상한다면 장애인에게는 의족파손을 부상으로 보고 배상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해석이었다.

산재법은 노동과 관련된 법으로 부상 역시 일반 상해나 손상의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되며, 노동을 함에 있어 신체를 대신하여 의족이 없었다면 근로가 어려웠을 것이므로 의족의 파손은 근로능력 상실을 가져오므로 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법 257조의 부동산을 훼손하지 않고 나눌 수 없는 경우 주된 부동산의 소유로 본다는 조항을 탈부착이 되면 신체가 아니라는 해석으로 맞춘 법적 근거는 오해라는 주장이다. 장애인도 불편하게 탈부착을 하고 싶지 않고 늘 신체처럼 붙여두고 싶으나 의학기술상 안 되는 것이 장애인 탓인가라는 주장도 하였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이 사건이 고법에서도 패소하자, 법무법인 태평양의 도움으로 대법원에 상고를 지원하였고, 장총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2월 법원에 의견서를 보냈다.

대법원 재판3부는 7월 10일 양모씨의 ‘요양불승인처부 취소’ 소송에 대해 “원심의 판단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 및 요양급여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승소의 요인들을 정리해보면, 첫째 양씨의 집념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3년이 넘는 소송과 연거푸 패소를 하면서도 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보통 판례가 신체에 고정되어 있는 치아 등은 신체의 일부로 보지만, 탈부착이 가능한 것은 물건으로 보기 때문에 이길 수 없다고 하면, 시간과 소송경비 부담으로 포기하기 십상이다.

이렇게 끈질기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95년 보상을 받지 못한 한도 한몫 했을지도 모른다. 법리적 해석은 잘 모르지만 불합리하고 억울하다는 신념은 확실했으며,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희망으로 삼았다. 300만원 보상을 받자고 3년간 매달리는 것이 무모하다며 대부분은 포기했을 일이었다.

둘째, 장애인단체와 연대하여 이슈화를 시켰다. 여러 장애인단체에 사건을 접수하고 불합리를 깨기 위해 동료를 찾았다.

셋째, 토론회를 통하여 의족이 신체의 일부라는 논리를 개발했다. 토론회에서 개발된 논리가 대법원 변론의 요지로 그대로 사용되었으며, 대법원에서 그대로 인정되었다.

이 소송은 의족이 산재의 요양급여 대상인가의 문제였지만, 이제 탈부착과 무관하게 기능이 신체의 기능을 대체하는 것이라면 산재의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일상생활의 단순 보조기구가 아니라 신체의 핵심적 기능이고, 근로에 있어 신체를 대신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판결문을 정리하며 의미를 살펴보자. 첫째,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은 차별이라고 하였다. 그 동안 차별금지법의 실효성이 약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이번 판결에서는 엄청난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둘째, 상해로 인하여 보조기 지급은 보상의 차원이지 보조기 파손을 부상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한 원심에 대하여, 수면시간 외에는 거의 부착하는 보조기는 고정된 것과 마찬가지이며, 보조기가 있어 업무가 가능했다면 파손으로 업무가 어려워진 것은 부상과 같으며 의학기술의 수준문제로 고정이 아닌 탈부착형 보조기를 보급한 것일 뿐이라는 근로적 부상의 개념을 도입했다.

셋째, 의족파손은 업무상 재해이며,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장애인의 재활에 심각한 공백이 생기므로 산재법의 목적에도 위배된다고 하였다. 요양급여 대상의 대통령령보다 법의 목적실현을 더 중시하였다.

넷째, 산재처리가 되지 않으면 고용주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여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고 소극적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즉 근로복지공단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도 보상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파급효과와 장애인의 사회적 제약을 고려한 판결이다. 그러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였다.

장애인의 차별 문제로 군가산점제도가 폐지된 이후 또 하나의 장애인차별 요소가 강한 고정된 것만 신체로 본다는 기준은 사라지게 되었다. 군가산점제는 헌법상 평등의 문제로 당시에는 헌법소원을 통해야 했지만, 이제는 장차법으로도 대응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좋은 시절이 올지니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은 옛말이 있다.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싸워 고쳐 나가야 한다.

끝까지 기다리는 자가 아니라 끝까지 해 보는 자가 승리한다. 그리고 그러한 싸움의 전리품은 자신만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주게 된다. 인권이 업그레이드된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힘 없는 한 개인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살다가 자신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부각시키면서 사회참여를 통하여 어떻게 사회화되어지고, 인권 활동가가 되는가를 볼 수 있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영웅이 탄생한다는 것을 다시 경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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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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