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6일 국무회의에서 ‘국고보조금 정비방안’이 통과되면서 지방이양사업이 결정되었다.

참여정부가 지자체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분권교부세 제도를 도입하여 국세의 일정비율을 지방교부세로 하여 지자체를 지원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 때 국고보조사업 533개 사업 12조 7천억 중 149개 사업 9,581억원이 이양되었다. 지방이양 사업이 실제로 지방이양의 효과를 내려면 예산규모가 커면서 자율에 맏길 만한 사업이어야 했다. 국고보조사업의 28%가 이양되었는데, 예산은 7.5%가 이양된 것만 보더라도 일은 많이 맡기고 돈을 적게 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이양 사업이 보건복지부 소관 사업인데, 67개 사업, 5,959억원이었다. 이는 전체 이양사업의 45%에 해당한다.

복지사업은 국가의 책무성이 강하고, 목적사업에만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도 없는 일반교부세로 지자체에 내려보내면 복지는 후퇴하고 말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심지어 지방이양 실적을 위해 힘 없는 복지부가 희생되는 독설도 있었고, 복지부가 과잉충성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러 가지 우려점들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하여 선이양-후보완하겠다고 하여 일단 이양부터 한 결과, 지자체의 자율성이 강화되기보다는 지자체의 재정악화를 가져오고 말았다.

당시 제시된 보완책으로는 5년 동안 시행해 보고 다시 보완책을 논의하자는 것이었는데, 5년 후인 2009년에는 보편적 복지니,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의 논쟁에 이 문제는 파묻혀 버렸고, 재논의는 다시 5년 후에 하기로 연기되고 말았다.

그런데 5년이 아닌 4년째에 국무회의에서 ‘중앙·지방간 기능 및 재원 조정 방안’이 검토되어 내년부터 노인양로시설과 장애인거주시설, 정신요양시설 사업이 중앙정부 사업으로 환원되게 되었다.

5년째인 2014년에 대비하여 중앙환원을 꿈꾸던 많은 사업 관계자들은 5년을 기다리다가 그 전에 버스가 떠나버려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참여정부가 지자체의 숨통을 열어주고 민주화를 도모하려는 노력은 복지사업 위주의 이양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슈화로 내세운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와는 상충되는 문제로 나타나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이 지자체가 활용 가능한 대부분의 예산을 차지하게 되면서 지자체 재정이 더욱 악화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방교부세의 복지사업 중 일부 사업의 중앙환원이 논의되게 만들었다.

다소 지방재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원천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덜어준 짐보다 새로이 지게 된 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고충 일부는 덜어주었다는 명분만 챙긴 셈이다. 기획재정부가 국가의 짠 살림을 시원하게 풀 이유는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번에도 보여주었다.

국고보조사업과 지방교부세에 관한 법으로는 지방교부세법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이 있다.

지방교부세법은 국고의 일정비율을 안정행정부를 통하여 지자체에 배정하는 것으로 보통교부금과 특별교부금이 있다.

보통교부금은 사업은 지자체의 자율로 행하되 목적사업을 정하지 않고 통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고, 특별교부금은 재해 등 긴급이나 예상치 못한 추가적 지원을 위한 것이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은 중앙부처의 지자체 보조금 관리를 위한 것으로 예산 계정 목적 외 사용을 금하고, 청구와 반환 등의 관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령 별표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부담비율도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연금과 활동보조 서비스 등도 서울은 50%, 그 외는 70%를 국고가 지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거주시설의 예산이 교부세에서 보조금으로 바뀌면 중앙정부는 예산이 50% 정도가 늘어나고, 지자체는 50%가 줄어든다.

전국복지시설단체협의회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2009년 시설사업의 중앙환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이 시기가 바로 재논의를 하기로 한 시점이다.

단체들은 중앙환원연대를 결성하여 꾸준히 국회를 통하여 운동을 벌여 오다가 2012년에는 88체육관에서 총궐기대회를 열어 이슈화하였으며, 2013년 7월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토론회에서 박병석 국회 부의장이 법안 발의가 추진되고 있음을 밝히게 된다.

이어서 9월에 정부에서는 ‘중앙·지방간 기능 및 재원 조정 방안’을 확정하게 되었다. 시설 운영자들의 치밀하고 지속적이며 시기적절한 활동의 결과이다.

그렇다고 법이 개정된 것은 아니다. 법의 개정을 전제로 예산은 미리 정할 수 있으며, 2015년에는 장애인주거시설사업비로 4,700여 억원이 배정되었다.

장애인거주시설은 생활시설 외에 주단기보호와 공동생활가정도 포함되지만 지방이양 당시에 이러한 시설은 지방이양된 사업이 아니므로 환원이라는 측면의 보조금 사업에서 이 두 시설사업은 기재부의 반대로 제외되었다. 300억 정도면 모두 포함할 수 있다는 복지부의 주장이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최근에 국회 장관임명 청문회에서 사회부총리 후보에게 국회의원들이 아동시설도 중앙환원할 용의가 없느냐고 질문한 것과 같이, 복지부에서도 아동시설사업의 중앙환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기재부는 3가지 시설사업으로 만족하자는 생각인 듯하다.

그리고 2014년 말의 지방교부세 일몰제와 지자체의 구조조정, 감사원과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가 중앙환원을 가능하도록 도왔다.

중앙환원의 타당성에 대한 논리를 살펴보면, 첫째, 지방비 부담의 증가로 지방재정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교부세의 증가보다 사업비의 증가가 더 많이 늘어났다는 말이다. 국세의 0.94%로 0.11%가 더 늘어난데 비해, 지방부담은 17.1%가 늘어났으며, 이는 중앙정부 보조금 증가분 12.7%보다 더 높다. 또한 각종 연금 등 다양한 복지사업의 증가로 지자체의 가용예산이 없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었다.지자체장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사업의 자율성은 더욱 어려워졌고, 지역간 격차가 심해졌다. 지자체는 지역 주민의 살림인데, 시설의 이용자가 지역 주민만은 아니므로 중앙사업이어야 한다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둘째, 환원해야 하는 이유로 사업운영의 난맥상이라 하였는데, 건축비 등은 중앙정부가, 운영비는 지자체가 부담함으로써 균형이 맞지 않고, 건축은 1회성이지만 운영비는 지속적이어서 지자체가 신규사업을 기피하여 기능보강비(건축비)가 절반도 사용되지 않고 불용처리된다는 점, 사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 수 없다는 점, 이양된 사업에 중앙정부의 추가지원은 법으로 금하므로 새로운 서비스개발이 안 된다는 점 등을 여기에 포함시켰다.

2004년 지방이양을 결정할 때에 지방이양 사업의 판단 기준은 소액사업, 반복적 사업, 지방사무는 이양하고, 명백한 국가사무이거나 국가정책과 밀접한 사업을 중앙정부 사업으로 하였다.

그런데 장애인복지법에 조문마다 시작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으로 되어 있으니 지방사무로 볼 수 있고 소액이라는 점, 반복적이라는 점에서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말았다.

거주시설이 중앙환원이 되자,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중앙환원을 주장하게 되었는데, 중앙환원이 될 경우 국고는 3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300억원이 거주시설사업보다 소액이라는 것은 중앙환원을 주장하는 논리로서 불리할 수도 있고, 유리할 수도 있다. 얼마 되지 않으니 포함시켜 달라는 주장과 소액은 지방부담이 크지 않다는 대응이 있을 수 있다.

일단 동시에 논의되지 않고 거주시설 사업이 중앙환원이 된 후 차순으로 주장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나마 유리할 수도 있지만, 이미 결정된 것에 추가적으로 더 넣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직업재활시설협회의 토론회 자료를 분석해 보면, 거주시설사업의 중앙환원의 논리에 데이터만 직업재활시설 자료를 넣은 것이다. 그러니 그 논리는 이미 기재부가 예방주사를 맞은 후이고, 그래서 거주시설사업을 환원한 것이니 논리의 효과는 반감하게 된다.

지자체의 더 이상 직업재활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시설의 지역적 격차가 심하다, 거주시설 종사자와 처우격차가 심화된다는 등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 동안 지방이양사업일 경우 복지부의 인건비 권장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으나 이제 이를 기준으로 제대로 처우를 받으면 지자체에 따라 다르지만 월 평균 30만원 정도의 받지 못했던 급여를 받게 되어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제 거주시설사업은 더욱 안정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이는 시설의 증가와 더불어 탈시설운동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거주시설은 인건비가 사업비의 9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직업재활시설은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그러므로 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수익창출과 자율적 모델개발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중앙환원 논리에 장단점이 있다.

또한 직업재활시설이 노동부와 통합논의가 있고, 시설의 유형이 네 개에서 두 개로 축소된 것 역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훈련시설 등이 없어지면서 고용을 기준으로만 하고, 노동만 강조하다 보니 복지적 측면이 덜 드러난다는 말이다.

직업재활시설이 장애유형별 특성을 고려하여 포괄적이지 않음이 중앙환원 논리에 득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특정 장애인은 그만큼 직업재활이 어렵다는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고, 시각장애인 안마원과 같이 직업재활에 포함되지 않아 일부의 문제처럼 비추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은 연내에 개정될 것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중앙환원은 물 건너가게 되며, 중앙환원으로 인한 예산 확보도 어렵게 된다.

복지부의 다수고용사업장 등의 사업의 실패가 바로 지방이양된 직업재활 사업과 중앙정부의 이원화로 인한 불균형에서 온 것이라는 점, 중증장애인 중 직업재활 서비스의 이용인원은 장애인등록인구 1%에 불과하지만 더 이상 사업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지속 가능성에서 직업재활시설은 거주시설보다 더 열약하여 중앙의 보조가 필요하다는 점, 생계지원비로 직업재활을 도모하면 개인의 삶의 질도 개선되고, 오히려 복지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이 거주시설이 써 먹은 논리인 국가적 책무성보다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한다.

정부는 직업재활시설의 중앙환원을 놓치게 됨으로써 자립생활에 대한 투자보다 시설의 안정화에 무게를 두게 되었고, 직업을 가짐으로써 권리와 삶의 질 보장의 혁신에 답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단순히 인건비와 같은 경직성 경비보다 국가정책의 힘찬 복지실천에 무게를 두고 중앙환원의 필요 충분을 논해야 한다.

이제 그 선택의 시간은 불과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 기재부의 ‘하나 해 주었으니 이제 그만 하자’는 식의 압력에 고개숙여야 하는 복지부를 믿지 말고 장애인 스스로가 국회를 통하여 반드시 관철하여 오히려 복지부에 선물을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제발, 시범사업이 아닌 장애인 노동권을 보장할 촘촘한 서비스와 어디서나 누구나 받는 보편적 서비스로 전달체계를 바로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

서비스의 누락이 없는 맞춤형 복지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복지의 선진화를 위한 체계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자체에만 직업재활사업을 맡겨서는 안 된다.

같은 거주시설임에도 어떤 것은 중앙이, 어떤 것은 지자체가 하고, 같은 장애인생존문제임에도 어떤 사업은 중앙이, 어떤 사업이 지자체가 한다는 것은 누더기 전달체계다.

중앙환원을 할 사업들이 지자체 달래기나 지자체 불우이웃돕기가 아닌 진정한 국가와 사회 취약계층 국민의 삶 발전을 위해 결정되어야 한다.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 동안 기재부가 장애인들에게 취한 태도를 미루어 보면, 안행부의 지자체 교부금을 복지부 일반회계로 옮기면서 장애인예산이 2015년에는 43%나 인상되었으니 역대 최고 인상이라 다른 예산은 더 이상 절대 추가할 수 없다고 말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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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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