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가 아직 아이디어 차원으로 다음달 중순 결정할 예정인 공공기관 기능조정안에 귀추가 주목된다. 장애인 관련 기관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기능조정 즉, 구조조정의 취지는 업무의 효율성이고,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공기업들의 정상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공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은 수익사업체나 심각한 부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업무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기능조정의 윤곽을 짐작할 수 있는 근거는 기재부에서 연구 용역하고 TF팀에서 검토한 '고용·복지분야 기능점검 추진방안' 문건과 이 용역을 맡았던 공공기관연구센터의 지난해 10월 22일자 토론회 자료이다.

토론회에서 박진 연구센터 소장은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으로 산업진흥, 고용복지, 정보화, 해외자원 부분을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중복기능 해소, 유사기능 이관 및 기관통폐합, 기능의 확대 및 축소, 시장참여 기능, 정부규제완화 성과제고, 기관간 협업 등 6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번에 ‘고용복지 분야 기능점거 추진 방향’을 발표하였는데, 앞으로 다른 3개 분야도 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고용복지 분야 기능점검 추진 방향’에 의하면 고용복지 분야는 고용복지 서비스공단이라는 조직을 새로이 만들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던 사업들을 하나로 통폐합한다.

노동부 산하 83개 고용센터, 한국고용정보원, 한국잡월드, 국민연금의 근로능력평가 업무,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직업훈련 기능, 근로복지공단, 노사발전재단, 보육진흥원, 사회복지협의회, 보건복지정보개발원 등이 이 기관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여러 부처가 이사회를 구성하여 공동관리하게 되어 있고, 체납 사회보험료 추징 업무는 민간 신용정보회사에 맡기려 한다.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도 하나로 통합하여 거대 공단으로 재통합된다. 국민연금공단에 위탁되어 있는 장애인 등록심사와 활동보조 서비스 판정은 한국장애인개발원에 이관한다.

보건산업연구원의 정책개발사업은 보건사회연구원으로 이관하고, 보건의료연구원의 기술개발사업을 이관받게 된다. 국립암센터와 국립중앙의료원은 통합하고, 장애인개발원의 직업재활사업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이관한다.

사회복지협의회는 기관협력사업만 남기고, 복지시설평가 업무는 고용복지 서비스공단에, 인력양성사업은 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 연구사업은 보건사회연구원으로 이관된다.

이 시점에서 질문을 던져본다. 먼저 재정건전성을 위해 통폐합하고 구조조정한다면 정부부처는 왜 통폐합하지 못하는가?

하나로 통합하면 각 단체의 장이나 이사 등도 줄어들 것이고, 행정인원 등도 줄어들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면 정부 부처도 마찬가지로 통폐합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부처는 여러 부처로 전문화되어 있으면서 산하 기관은 공동 관리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먼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정부 부처가 그 업무를 산하 기관을 통해 해왔는데, 공동 관리를 하면 기관장은 한 부처의 소속이 아니므로 곧 바로 일사분란하게 시책이 이행되지 않을 수도 있고, 관련 부처와 반대의 입장을 고수할 수도 있다.

국무총리실 즉 국무조정실이 조정을 해 주면 된다지만, 결국은 예산관련 권한을 가진 기재부의 통제를 더욱 강하게 받을 것이다.

외국처럼 고용과 복지가 한 부처로 통합할 수는 있다. 고용도 복지의 한 분야이고, 부처간의 벽을 허물어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머리가 다른데 하나의 몸통으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직업훈련, 취업알선, 고용보험 업무, 사회복지 등의 업무를 한 공단이 맡아 하게 되면, 두 부처 장관의 위탁 업무를 거의 한 기관이 하게 되므로 기관장의 힘은 막강해질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에서 하고 있는 근로능력평가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자격심사 중 하나인데, 복지 서비스를 부여하기 위한 심사의 일부를 결국 노동부에서 받는 꼴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의 통합은 같은 건강보험 급여 업무인 것 같지만, 보험금을 징수하고, 관리하는 업무와 그 급여의 지급을 관리하는 기관이 하나로 되어 버려 시행기관과 통제기관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회사로 치면 결재자와 기안자가 같은 것이며, 실무자와 감사가 한 몸이 되는 격이다. 한 기관에서 견재 없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면 감시와 통제가 어렵게 된다.

특히 국가기관에서 보험료를 내지 않고 연체하고 있는 사람을 민간에게 맡겨 돈을 받아오도록 하는 것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며,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민간에게 제공되는 것도 문제다.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에게 마치 심부름센터를 붙이는 기분이 들 것이다.

장애인 판정과 장애인의 활동보조서비스 판정을 국민연금공단에 위탁한 것은 장애인기관 중 전국적인 망을 가진 기관이 없어서였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전국 93개의 국민연금공단의 사무실을 활용하여 장애인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여 왔는데, 장애인개발원이 맡는다면 전국의 지사를 최소한 93개를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개발원이 맡아왔던 장애인 직업재활 사업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있는 중증장애인의 직업재활사업이다. 노동시장의 일반고용이 아니라 최저임금조차 노동법에 의하여 보장받지 못하는 복지차원의 복지 서비스인데, 이를 모두 공단이 맡는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장애인공단이 원래 하던 일과 복지 차원의 직업재활사업은 성격이 전혀 다르고, 장애인공단에서 도저히 제대로 업무를 하지 못하여 장애인고용촉진법을 개정까지 하여 복지부와 노동부가 서로 협력하여 직업재활사업을 하되, 복지부가 주도하도록 하였다가 그것조차 효율성이 낮아 복지부가 노동부에서 독립적으로 사업을 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 비효율적이어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여 놓은 것을 다시 15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고유업무는 전문화하여야 발전할 수 있다. 팔방미인으로 모든 업무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중복된 사업이라면 한 곳으로 통합하는 것이 맞고, 협력할 사업이라면 서로 협력할 일이지, 한 몸으로 묶는 것은 관리나 전문성 확보나 모두 불리하다.

칸막이를 없애는 것은 부처간 자기고집을 해소하고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의 국가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한 협력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나로 통합해버리는 것은 정부 부처를 경제관련, 교육문화 관련, 고용복지관련, 경제관련 부처로 4개 부처 정도로 통합한 것과 같다. 국민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개발원에서 장애인 판정과 활동보조 서비스 판정을 한다는 것은 현장의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다.

지역 조직이 전혀 없는 장애인 정책 연구기관 한 곳에 전국에 산재한 장애인관련 모든 실무를 맡기는 것이고, 이렇게 될 경우 재정건전성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중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도를 바꾸고, 조직을 바꾼다면 국민들은 너무나 혼란스럽고 무엇이 무엇인지 어리둥절하다가 불편만 겪을 것이다.

주무른다고 다 안마가 아니다. 제대로 건강을 위해 안마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재정운영에 큰 문제가 생기고, 도저히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면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회사를 인수한 한 기업인이 도저히 기존 직원들과는 일을 할 수가 없어 직원을 모두 바꾸어야만 하겠다거나, 한 가장이 금전관리가 무계획적이어서 모든 통장을 가족으로부터 내어 놓으라는 수준으로 국가가 위기라면 그 진실을 국민에게 밝혀야 할 것이다.

거대 조직을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쉽게 주무르려는 특정 권력자의 사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전혀 맞지도 않은 옷을 입혀서라도, 새 옷은 사지 않겠다는 무리수를 두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 동안 장애인직업재활 사업이 발전해 오면서 그 시행 구조도 발전해 온 것인데, 기재부가 세입세출이 아닌 모든 업무 자체를 통제하고 발 아래 두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절약할 것이 있다면 절약하는 것이 마땅하고, 조정할 것이 있다면 해야 한다. 그러나 각 기관의 역사와 업무를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한 연구자들이 그저 업무일람표만 보고 가위질을 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사회복지협의회가 노동업무를 하는 기관으로 통합된다는 상상은 너무나 비약적이어서 숨이 막힌다.

지자체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서 기초단체를 모두 폐지한다면 국민들은 납득할 수 있을까?

국가 경영은 국민을 늘 생각하였으면 한다. 물론 국민을 위해서, 국민의 뜻에 따라 한다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적응하기 어려운 오히려 갈등과 호흡곤란을 주는 일이 될 수 있음을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차라리 4대 보험 기관을 하나로 통합한다면 이해가 된다. 장애인 관청을 만들어 장애인 업무를 하나로 모은다면 이해가 된다. 차라리 복지는 산하기관을 두는 것보다 공무원들이 직접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서 모두 없앤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고, 고용과 복지를 한 부처로 통합한다면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통합하고 구조조정을 하였다가 졸속 아이디어로 문제가 많아 다시 환원한다면 그 비용과 낭비, 혼란은 무엇으로도 보상받기 어려울 것이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차라리 국민투표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장애인단체 대표나 시민대표로서 책임있는 건의나 협의를 하려고 할 때도 장관 얼굴은 봐도 공기관장의 얼굴 한번 보기 어려울 것이고, 주요 행사가 있어도 초대조차 어려울 것이다.

너무 많은 업무를 맡고 있어 시민의 참여활동에서나 시민운동에서 공공기관의 책임자는 만나보지도 못할 것이다. 이는 시민 활동에 지장을 줄 것이고, 거대 권력으로 공기관이 발전할 것이다.

또한 구조조정으로 실직할 가장 수는 얼마나 될지 우선적으로 직장을 잃을 장애인 수는 얼마나 나올지도 걱정된다.

만약 특정 정치낙하 인사가 고용복지공단 기관장을 맡아 11조가 넘는 고용보험업무와 다른 사업비가 서로 섞여버린다면, 예를 들어 50조원이 넘는 업청난 사업과 에산을 방만하게 사용해 버린다면 국민들의 신음소리는 영원히 치유되지 못할 것이다.

이는 효율화가 아니라 권력 집중화로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공룡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 산하 공기관을 소규모화, 분업화하고 협력과 견제 속에 한 부처의 한 과의 특수 업무를 상하로 관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는 않은지 다시 고민해 보아야 한다.

정부 조직은 하천인데, 산하기관은 강이요 바다라는 것은 아무래도 동의하기 어렵다. 과부하가 걸리면 심장이 멎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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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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