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임을 알고 확인하며 놀라는 장면. 이 장면에서 시각장애인은 모멸감을 느낀다. ⓒ서인환

4월 5일 시작한 SBS 주말 밤 9시 55분 드라마 '엔젤 아이즈'는 ‘그해 겨울 바람이 분다’의 송혜교와 같이 시각장애인이 아역 배우로 2회 방송분에 걸쳐 나온다.

시각장애인 역을 맡은 남지현(수완)은 송혜교의 연기를 보고 많은 공부를 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 ‘안녕 UFO’,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엔젤 아이즈’ 등 시각장애인이 등장하는 극에서는 전부 여성 시각장애인 아가씨가 나온다.

작가들은 시각장애 여성에게서 무엇인가 얻을 것이 많은가 보다. 감성이 맞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고정관념이 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엔젤 아이즈’의 제목에서 보듯이 눈은 천사로 표현된다. 보지 못하지만 천사의 눈으로 다른 세상을 본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기증받은 다른 사람의 눈이기에 천사의 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세상이기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분명 천사인 것이다.

이 드라마의 줄거리는 윤수완이 엄마와 함께 별자리를 보러 여행갔다 돌아오는 길에 터널 속에서 붕괴 사고로 엄마를 잃고 시력도 잃어버린다. 수완은 엄마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을 느끼지만 천문대의 해설자가 되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편 터널 속 붕괴사고 현장에서 윤수완의 엄마를 구하려다가 숨진 아버지를 둔 박동주는 죽집을 하는 엄마를 도와 배달도 하고,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전교 1등의 수재 청년이다. 죽 배달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수완을 동경하던 동주는 학교에서 단체로 천문대 특별학습을 간 자리에서 대사를 놓친 수완을 도와주기도 하고, 길에서 교통사고가 날 뻔한 수완을 구해 주기도 한다.

수완에게 호감이 있는 한 친구가 수완에게 커피를 주자, 수완은 이를 잡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뜨리고 방향을 잡지 못하고 다른 곳을 보며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를 한다.

이 장면을 본 동주는 수완을 복도로 데리고 나오지만 수완은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왜 간섭이냐며 화를 낸다.

수완에게서 숨을 쉬듯이 쉬운 일도 자신은 많은 연습을 하며 너무나 힘들다는 말을 듣고 동주는 눈가리개를 하고 건널목도 건너고, 시장에서 장애를 체험해 본다. 그리고는 수완을 찾아가 풀린 운동화 끈을 매어 주며 흐느끼며 수완의 아픔을 알지 못했음에 사과한다.

다른 곳을 향하여 미안하다고 거듭 말하는 수완. ⓒ서인환

둘은 서서히 가까워져 동주가 수완에게 자전거 타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수완의 집에서 영화 DVD도 보기도 하고, 자신이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영화관에 데리고 가기도 한다.

영화관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소화전의 물로 온 몸이 젖은 수완을 집으로 데려가 엄마의 옷으로 갈아입히고 식사도 하며 가족과 인사를 하게 되고, 그 이후 서로 사귀게 된다.

어느 날 비를 맞으며 데이트를 하던 중 동주는 외투를 벗어 수완에게 씌워주다가 감기에 걸린다. 감기걸린 동주를 대신해 엄마가 죽배달을 하러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도주차량의 하수인으로부터 병원에서 약물투여에 의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엄마는 죽기 전에 만약을 생각하여 안구기증을 하여 수완에게 주고 싶다고 말한다. 수완의 아버지가 동주 엄마를 치료하면서 안구기증자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인공호흡기를 떼려는 유혹을 느끼기도 하지만, 아내를 잃은 아픔에 누군가 이별의 아픔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중심리를 갖게 된다.

수완은 빛을 되찾게 되지만 동주는 여동생의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병원장인 수완의 아버지는 동주의 유학 후원자가 된다. 12년 후 의사가 되어 돌아온 동주는 구급대원이 된 수완을 사랑하고 있으나, 자살소동의 인질이 된 수완이 자신을 구해 준 다른 의사와 사귀면서 동주의 존재를 모르는 가운데 삼각관계가 시작된다.

시각장애를 체험해 보고 있는 동주. ⓒ서인환

작가와 연출진은 이 작품의 제작의도를 인간의 욕망과 실수, 용서와 구원,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이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물 성격을 보면 동주는 외롭지만 아들로서 힘든 것을 내색하지 않고 공부도 잘 하고, 엄마에게 농담도 곧잘 하며 긍정적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이성교재에서는 말 못하는 내성적 성격을 보여준다.

수완은 자신의 운명을 온 몸으로 부딪히는 용감성을 보여주지만, 여성으로서 순수함과 부끄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청순하고 순수한 성격을 보여준다. 그러나 허위화재 신고자의 얼굴에 맥주를 끼얹는 등 응징도 마다하지 않는다.

수완이 번지점프를 하고 싶다고 하자, 생일 선물로 번지점프를 같이 하지만 동주는 두려움을 느낀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수완에 대한 사랑이다.

수완은 눈이 보이지 않아 두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현재 자신의 운명 속 자폐적 삶에서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 번지점프의 통쾌함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수완은 눈 앞에 안전수동(손을 흔드는 것)을 모를 정도이므로 전맹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중도 실명자이고 여성이므로 흰지팡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몸으로 익혀서 보행을 하는 데 전혀 더듬거나 살피는 행동은 없이 다만 모든 사물이나 사람을 투명인간처럼 보지 못하고 지나칠 뿐이다.

동주가 있음을 모르고 인사도 없이 지나치고 있는 수완. ⓒ서인환

수완은 아버지의 친구가 천문대를 운영하고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자신이 별관찰에 취미를 가지고 있다. 실명 전에 별에 관심이 있었겠지만 우주에 대한 동경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미지의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관념에서 교차한다. 그리고 별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경우와 같이 신비와 더불어 소망을 담고 있다.

사고 나기 직전 터널로 차가 진입할 때 엄마는 터널을 빠져나갈 동안 숨을 멈추고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터널은 다른 길로 갈 수 없는,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라디오에서 별똥별이 많다는 날 망원경을 들고 나와 동수와 부딪히는데, 바닥을 더듬으며 떨어뜨린 망원경을 찾는다. 그러면서 별을 평생 보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데 자신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반복하여 말한다.

떨어뜨린 물건을 찾아 더듬고 있는 수완. ⓒ서인환

그리고 동주의 친절에 대하여 ‘도와 달라고 한 적 없다. 누가 그리하랬냐, 무슨 상관인데’ 등등 거부적 반응을 보인다. 동정은 싫다는 자존심이라 보여진다.

그러면서도 동주가 주는 죽을 선물로 가져가고 동주가 자신의 연락처를 입력해 준 전화를 받아들고, 이름을 소개하자 수완은 집으로 들어와 작은 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동주를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수업 시간에 동주가 읽은 황동규의 시, ‘작은 사랑 노래’에서, ‘길들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눈송이가 내려 땅으로 내려앉지 못하는/ 몇 송이 흩날리는 것이 보인다/‘는 싯귀가 그들 두 사람의 앞날을 예견해 준다.

장애체험 중 부딪힌 사람에게는 ‘미안합니다’를 반복하면서 음료수를 엎지른 수완이 미안하다고 연신 말한 것에 화를 낸 것은 장애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감정이입에 의한 공감으로 발전함을 시사한다.

‘내 시간 안 끝났다. 보이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3년이나 연습했다, 유일하게 쓸모 있다는 것 느끼게 하는 작은 내 행위를 하찮게 보지 말라’며, ‘다가오지 마’라고 하던 수완의 마음이 풀린다. 동주는 장애체험을 통해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란 없다는 수완의 말에 동의한다.

장애체험을 하필이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횡단보도에서 하는지, 작가가 너무 감정적 극대화를 위한 비현실적 상황을 잡은 것은 아닌가 한다.

그리고 자전거를 가르쳐 준 날 두 손을 놓고 느낌으로 보려 하다가 넘어지면서 수완은 동주와 함께 쓰러져 스킨 어프로치를 통해 더욱 가까워진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두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탄다는 설정 역시 좀 무리해 보인다.

그리고 수완이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은 엄마를 죽게 한 벌이라며 엄마와 같이 죽게 해 달라는 장애거부에서 수용으로 돌아서지만, 긍정적 수용은 아니었다.

장애 치료를 삶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닌 나를 지켜보는 동주의 모습이 보고 싶어, 즉 촉각이나 청각이 아닌 시각적으로 사랑을 하기 위해 개안수술 희망한다는 설정은 상당히 감정에 호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동주의 가족과 놀다가 여동생과 엄마가 동주를 잡으려 하고 동주는 도망가지만 웃고만 있다가 동주가 자기 앞에 쓰러지자 등을 손바닥으로 치며 장난하는 모습은 정말 시각장애인 같다.

두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는 수완의 모습. ⓒ서인환

개안수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는 설정은 장애를 의학적으로 해결하려는 장애관을 보여준다.

기증자에 대한 기대와 정말 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자신이 시술을 받는다는 것은 누군가는 죽는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선악이 이율배반적이라는 표현은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알면서도 자신을 생각하고 기대하는 심정을 나타내었다.

아버지의 호루라기를 수완에게 선물을 하며 언제든지 자신이 필요하면 이것을 불라고 하는 것은 장애인을 도움의 대상화로 취급하는 듯하다.

동주의 엄마가 수완을 딸 이상으로 여기고 아들의 상대로 인정하는 것은 상당히 드라마적이다. 아버지가 아내의 환상을 잊지 못해 생각나는 것이 두려워 딸을 집에 두고 집에 오는 것을 꺼리는 것은 무척 무책임해 보인다.

이 드라마는 서로 역할이 교차한다. 소방관이 꿈이었던 동주는 의사가 되고(현행 법적으로 국내가 아닌 경우 의사는 불가하다.), 수완이 소방관이 되었다. 아버지가 소방관이었으니 그러한 꿈을 가질 수 있고 소방관에게서 도움을 받아 생명을 건졌으니 수완도 그럴 수 있다.

이들은 각자가 홀로 밝은 빛을 내는 외로운 늑대라는 시리우스 별자리와 같은 운명이다.

수완이 동주의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고, 동주가 수완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 것 역시 무리는 아니지만 복잡한 관계 설정은 조금 답답하다.

장애를 입은 후 막연한 충격, 죄책감, 분노, 우울의 심리적 과정에서 치료라는 것을 통해 사랑만 남기고 정상화되는 것은 이 드라마가 장애를 트릭으로 인용하였을 뿐 장애가 주제가 이니므로 더 이상 요구는 무리일 것이다.

동주 여동생의 치료, 수완 아버지가 의사이고, 동주가 의사가 되고, 수완도 치료를 받아 보게 되고, 두 집안이 물고 물리는 교차를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자립이나 장애인 문화, 보조기구, 낙인이나 차별의 문제는 다루고 있지 않아 확실히 장애에 대한 관점은 재활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완이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살았고, 동주 이모가 미국에 있어 여동생 치료를 미국으로 가서 받고, 유학도 하는 등 미국 드림에 빠져 있어 두 집안 모두 해결 창구가 미국이라는 것은 좀 씁쓸하다.

그럼에도 동주 엄마가 수완에게 들려주는 말, “보게 되면 가장 먼저 너가 얼마나 예쁜지 너를 먼저 보이고 싶다, 못 보게 되어도 너가 예쁘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은 변함 없어. 엄마 눈이라도 주고 싶다.”는 표현은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자아존중감이 중요하다는 교육적 내용을 담고 있다.

장애를 가져서 힘든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아닌 척하기에 힘든 것은 지나친 미학이다. 식사를 하는 데 반찬을 차례로 알려주는 것 등은 첫만남의 자리에서 엄마가 생각해내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장애인 관련 서적이나 조언을 통해 장애인의 응대나 에티켓을 적용한 것이겠으나 오히려 몰랐어야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런 드라마에서 이런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 일종의 인식개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녹음기를 통한 교환일기에서 새소리로 봄을 설명하며 상상으로 느끼는 것은 시각장애를 새로운 세계로 느끼는 것 같다.

물론 ‘어둠속의 대화’처럼 빛이 없는 세상은 새로운 세상이 될 수도 있으나, 장애인 영화제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표현들이 거의 대부분 이렇게 표현된다는 점에서 창의성이 없어 보인다.

리얼리티보다 관념적이다. 수완이 바람이 보인다고 하자, 동주는 바람 속으로 번지점프를 하자고 말한다.

위치나 환경을 외우고 보이는 척하는 아르바이트 직장에서 보이지 않아서 남자 화장실에 들어간다는 설정은 흔하지 않은 에피소드를 담으려 한 것이 아닌가 하여 무리가 있어 보인다. 드라마의 흥미를 위해 언어유희로 표현을 다양화한 것은 그나마 자연스럽다.

그리고 촉각적 대체 감각으로 상대 얼굴 만지기, 손 내밀어 바람느끼기 등은 어느 정도 시각장애인의 대체와 보완의 잔존감각 활용기법을 모방한 듯하다.

불행히도 안구기증을 받고도 개안수술의 목적이었던 떠나가버린 사랑하는 동주를 볼 수 없어 오열하는 장면은 시청자를 너무 슬프도록, 마치 폭력을 행사한 느낌이 들며,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날면 죽은 엄마가 있는 곳에 가까이 가는 것이라는 동주 동생 해주의 말은 작가의 감수성과 섬세함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동주가 수완에게 해주는 화면해설은 장애인 기관 방문을 통해 얻은 지식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구기증이라고 하여 눈동자를 기증하는 것은 아니다. 눈동자는 각막, 공막, 수정체, 망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 각막이식을 우리는 안구이식 또는 개안수술이라고 한다.

심청전에서 갑자기 놀라 눈을 뜬다는 것은 마치 시각장애인이 평소에는 눈을 감고 산다는 것처럼 들린다. 전혀 시력이 없는데 개안수술을 통하여 비장애인이 되었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연예인이나 자선단체들이 인생에게 빛을 주자며 개안수술을 최고의 의미 있고 감동적인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막이 혼탁하거나, 파괴되거나, 상한 경우에 눈기관의 최고 바깥 부분의 얇은 투명막인 각막만이 이식이 가능하며, 이는 기증자가 없다고 평생 수술을 대기하는 그러한 입장이 아니다. 인공각막도 있으며, 이식된 각막 역시 평생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모적이다.

시각장애인이 각막이식을 통하여 상당부분 시력을 회복할 수 있으나, 장애와 비장애의 확실한 구분이 될 정도는 아니다.

어둠과 빛의 세상의 변화라는 것, 안구이식이니 개안수술이니 하는 용어 자체가 과대 포장된 단어임을 우리는 알고, 시각장애인의 복지를 홍보나 선행의 만족감의 대상화가 아니라 진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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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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