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복지국가라고 하지를 말든가, 이게 무슨 복지국가냐?”

연초에 협회 사무실에서 격앙된 목소리의 남성으로부터 한탄스러운 분위기의 상담전화를 받았다.

이 분의 부인은 사고로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된 것도 너무 경황이 없는데, 한 달에 250만원이나 되는 병원 간병비가 너무 걱정이라고 한다.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은 간병비도 비싸지만 간병인을 구하기도 어렵다. 주중에는 고향에서 생업에 종사를 하고 주말에는 수도권에 있는 재활병원에서 부인을 간호한다고 한다.

이런 시간들이 일 년 가까이 되니 모두가 지쳐가고 보험혜택도 없어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여러 가지로 막막하다고 한다.

부인이 장애등록을 하여 몸에 맞는 휠체어를 구입하려고 하는데, 3~4백만원 하는 몸에 맞는 수동휠체어는 보장구지원 금액이 48만원으로, 20% 자부담을 제외하고 38만원만 지급하는 이런 생색내기 제도가 어디 있냐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긴급자금의 지원이 필요하건만 어디에 하소연을 할 때도 없다고 푸념을 한다.

답답해서 주민지원센터로, 복지부로 전화를 해서 도움을 받을 제도가 있는지 물어봐도 시원한 대답이 없다. 공무원들은 담당자를 바꾸어 준다며 7~8차례 전화를 연결해 앵무새처럼 하던 말을 반복하려니 너무 짜증이 난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한 집안이 풍비박살이 날 지경으로 정말 절체절명의 상황인데도 누구 하나 귀 기울려주지 않고, 다 남의 일처럼 생각을 하고, 다가서면 멀어지니 외롭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며 한참 동안이나 전화를 놓지 않았다.

이 것이 우리나라의 초기 척수장애인의 가족들이 겪는 공통된 상황의 일부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거나 보험 혜택을 받는 분들도 있겠지만 정말 기댈 곳 없는 환자 가족들은 빚을 내서 간병인을 쓰거나 생업을 포기하고 환자를 돌보아야 한다. 그러는 사이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가족들은 지쳐가고 있다.

<긴급복지지원제도>라고 최대 300만원을 2회까지 의료지원을 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간단치 않은 지원 절차와 말 그대로 초단기의 지원으로 장기치료를 받아야 하는 척수장애인에게는 적절치 않다.

장애인활동지원법에는 병원입원 기간에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지만 30일 미만으로 제한이 있다. 이는 당연히 장애인 등록을 해야 가능한 것이다.

장애인등록 전의 입원초기뿐 아니라 장애인등록 후 치료나 수술 등으로 재입원하여 간병인이 필요한 중중장애인에게 간병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척수장애인들은 소·대변처리, 욕창방지를 위한 수시로 뒤집기, 식사수발 등 힘들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간병을 꺼려 간병비도 더 비싸다. 병원비보다 부담이 되는 간병비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

정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3대 비급여(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중 하나인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건강보험공단을 통하여 2013년 7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간호간병서비스의 대대적인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사업으로, 간병인 대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으로 간병서비스를 보다 전문화하는 정책이다.

또 환자는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아도 전문인력을 통해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간병인에 들어가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관련 올해 예산이 186억6000만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92억8000만원에서 100% 증액된 금액이다. 지난해 사업 예산(100억원)과 비교하면 86억6000만원이 늘어났다.

복지부는 시범병동수를 30개에서 68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신규로 지정되는 38개 시범병동은 전국 공공의료기관이나 국립대병원에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예산 증액이 공공의료분야 지원 확대 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좋은 제도임에는 분명하지만 병원입장에서 척수손상환자처럼 중증의 장애인보다는 거동이 수월하고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환자를 우선상대로 이 사업을 시행한다면 이 제도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이 제도를 통하여 중증의 환자와 장애인들은 경제적인 부담을 덜고, 가족들도 생업에 전념하여 가족이 분열되지 않고 장애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와 담당 기관은 원래의 목적에 부합되도록 철저한 지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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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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