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는 의사봉, 재판에서는 판결봉, 빨래 방망이가 옷을 깨끗하게 하듯이 세상을 깨끗하게. ⓒ서인환

법무부나 검찰청의 간부직들은 대부분 검찰이 맡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법원의 행정처리를 하는 부서의 간부들 대부분은 판사급이 맡고 있다.

이는 소송사건의 판결만이 아니라 행정적 처리도 판결과 같은 결정적 효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송을 하는 경우, 법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소송을 하는 데에 비용을 부답하기 어려운 형편이면 법률구조공단을 찾아 상담과 소송제기 절차, 변호사 지원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법률구조공단을 장애인이 이용하면 장애인은 법률구조공단의 지원 대상이므로, 공단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지만 장애인의 편의시설 부족과, 상담을 위하여 대기시간이 길다는 점, 지원되는 변호사가 국선변호사로서 선택권이 없다는 점, 상담원이 형식적으로 감정 없이 기계적 대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 등 불편한 점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소를 제기할 경우 소송구조신청을 직접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제도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수임계약된 변호사를 통해서도 가능하며 법률적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면 직접 할 수도 있다. 소송 중에 법원이 직권으로도 소송구조를 결정할 수 있다.

소송구조신청은 돈이 없어 소송을 신청하지 못하거나 소송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에 신청을 하는 것이다. 소송비용 등을 유예(외상거래)하거나 면제하는 제도이다. 인지대, 변호사 보수, 송달료(재판과정상 우편물비), 감정료, 기타 비용을 포함하며 민사, 형사, 가사소송 등만 아니라 독촉사건, 가압류, 가처분신청, 강제집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비송사건절차법을 준용하는 사건은 소송구조신청 대상이 아니다.

비송사건이란, 국가가 사법질서 유지를 위해 취하는 후견적 조치로 신탁, 대위(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행하는 것), 보존, 공탁, 감정경매, 사채, 청산, 화의, 회사청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소송사건은 사법작용이고, 비송사건은 행정작용이다. 소송사건은 권리를 확인하고 행사하기 위한 것이고, 비송사건은 책임을 면하는 등 반드시 권리행사확인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

소송사건은 대립되는 당사자가 있으며, 재판판결에 의해 종결되며, 기판력(동일 사건을 반복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또한 후속재판에서 모순판결을 할 수 없는 구속력, 실질적 확정력을 말함)이 있고, 항소와 상고가 가능하고 공개재판을 원칙으로 한다.

비송사건은 신청 없이도 심리 개시가 가능하고, 대립되는 당사자가 없을 수도 있다. 재판은 판결이 아니라 결정에 의하고, 기판력이 없고 항고만 가능하다. 또한 변호사 등이 재판에 참석하여 구술하는 것이 아니라 문서로 처리되며, 처리과정은 행정철차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소송사건은 당사자주의이고, 비송사건은 직권주의이다. 비송사건이라고 소송구조신청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소극적 의미에서 비송사건을 정의하는 비송사건절차법을 준용하는 사건만 아니면 비송사건이라 할지라도 신청 가능하다.

소송구조신청은 소송제기자나 소송 당사자가 인지대 천원과 2회분의 송달료를 내면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소송구조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첫째는 경제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동산과 부동산 등 가족의 경제적 소득까지 증명해야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이면 다른 증명을 추가로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다음 조건은 패소할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신청자는 승소할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법원이 경비를 대신 내어 주면서 비용 부담 능력이 없다고 하여 면제해 주고 손실을 법원이 떠안는 것은 아니다. 소송신청 비용은 유예하는 것이고, 변호사나 집행관의 보수도 지급을 유예하는 것이며, 소송비용의 담보에 있어서는 유예나 면제를 할 수 있다.

담보는 실제로 당장 들어가는 비용이 아니므로 면제도 가능하지만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유예를 하는 것이다. 즉 승소하거나 다른 소득이 생기면 갚아야 하는 것이고, 갚지 못한 상태에서 5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법원은 소송구조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신청인에게 소송구조결정에 따른 안내문을 발부하고, 경비출납공무원에게 대납을 요청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장애인이 어떤 사람에게 돈을 받을 것이 있다면 지급명령청구를 법원에 한다.

법원은 돈을 빌려 주었다는 통장사본이나 계좌이체영수증, 차용증 등을 첨부하면 상대에게 지급명령을 하게 되고, 상대가 이의가 있을 시 이의신청을 하면 정식으로 소송이 제기된다. 그렇지 않고 이의제기 시간을 넘기면 자동으로 소송을 한 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비용이 없다면 소송구조신청을 하여 비용을 나중에 내기로 하고, 명령청구도 하고, 집행절차도 청구할 수 있다. 소송구조신청에서 유예받고자 하는 변호사 비용은 법원이 정한 비용을 초과할 수 없으며, 변호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국선 변호사를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므로 신청자는 선택권이 보장된다.

장애인이 차별금지법에 의하여 민사소송을 할 경우, 승소를 증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 판례들을 보면 하위법이나 다른 법률에서 구체적인 강제규정이 있어야 승소를 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본인의 손해를 증명해야 한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국내법의 실행법을 후속으로 제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1심 재판에서 승소한 경우 패소할 확정적 증거가 없으므로 승소가능성을 인정받기가 편리하다. 1심은 본인 부담으로 소송을 하였더라도 상대는 끝까지 항소와 상고를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계속 비용을 부담하기보다는 소송구조신청을 하면 매우 편리할 것이다.

형사적으로 이미 처리가 된 후속조치로 민사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도 승소를 증명하기 쉽다. 또한 승소의 판례를 인용하는 것도 좋지만, 이 경우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 노동권이나 교육권, 재화와 용역(생활권) 등에서의 직접차별들은 승소 가능성이 높고 판례도 찾을 수 있으나, 정당한 편의제공을 기준으로 소를 제기한 경우 특히 상대가 국가기관인 경우는 아직 승소판례가 드물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장애인들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때만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을 진정할 경우, 개인이 노출되는 진정사건보다는 사전 상담을 통하여 직권조사 사건으로 하는 것이 편리하고, 이 경우에는 형사고발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사건은 형사적 고발이 되어 형사적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기각사유가 된다.

제도나 정부기관이 상대일 경우라면 국민권익위원회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에게 수임계약을 할 경우 1심과 2심 등 각각 계약을 하지 말고 사건 전체의 종심까지로 하고, 소송 비용 외 변호사 비용은 각 심리마다 각자 비용을 정하더라도 성공보수는 총괄하여 하나로 정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각각 성공비를 10%씩으로 하여 3심에서 30%, 변호사비용 20%, 기타 소송비용 등으로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의 대부분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1심에서는 비용을 부담하였다 하더라도 항소심에서 계속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1심에서 승소하였다면 소송구조신청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승소에 대한 소명을 확실하게 할 수 있다면 1심에서든, 집행명령이든 비용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 제도를 활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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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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