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현재까지 유지되어 왔던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이 2013년 6월 폐지되었다. 장애인, 13세 미만자에 대한 간음죄의 경우, 이미 2010년 4월 이후 폐지되었다.

친고죄라 함은 범죄의 피해자나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할 수 있는 범죄를 이르는 말로, 형법상 간통죄, 강간죄, 미성년자 간음죄 등의 각종 성범죄와 사자명예훼손죄, 모욕죄 등이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형법에서 친고죄를 인정하고 있는 이유는 범죄를 당한 당사자인 피해자나 가족의 의사와 명예를 존중할 필요가 있거나 그 죄질이 경미한 경우 국가의 형벌권을 최소화 하자는 취지이다.

친고죄가 폐지되었다는 것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가 가능했던 성범죄가 제3자의 신고나 수사관의 인지만으로도 수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합의가 있더라도 가해자는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는 대부분 보호자나 보호 기관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 특히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빈번이 발생한다. 피해당사자가 성범죄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보호자를 고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집이나 보호기관 등 외부와 통제된 상황에서 은밀하게 발생하는 장애인 대상 성범죄에 대한 신고나 고발이 친고죄 폐지로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친고죄 폐지로 인한 성범죄 감소효과도 없다.

실제 2010년 장애인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 이후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는 줄지 않았다.

제3자 신고로 성범죄 수사가 개시된 경우 피해자의 원하지않는 신분 노출과 제3자의 신고 남발 우려와 제도의 악이용도 예상된다.

다만, 고발이나 수사기관의 인지로 수사과정이나 재판과정에서 합의를 위한 회유나 협박 등 2차 피해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성범죄 피해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검사가 국선변호인을 지정하여 형사절차에서 피해아동·청소년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국선변호인을 ‘법률조력인’이라고 한다.

법률조력인 제도는 2012년 3월 시행 이후 1년이 지났고, 올해 6월부터는 그 대상을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에서 모든 성폭력 피해자로 확대되었다.

법률조력인 제도가 형식적 절차나 장애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제도 시행 초기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성범죄 사건 발생부터 피해 회복에 실질적인 조력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한다.

법률조력인에 대해서는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장애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장애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영화 “도가니” 이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친고죄 폐지, 법률조력인 제도, 진술조력인 제도, 공소시효 및 형량 강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는 예방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하지만 범죄 발생 시 변화된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피해가 반복되는 것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장애로 인해 성범죄 피해 진술에 대한 일관성 부족으로 가해자가 무죄판결을 받는 것을 방지하고 의사소통을 돕는 진술조력인 제도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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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용 칼럼리스트
영남유생으로 한양에 과거시험 보러 왔다가 낙방과 지병으로 남산 아래 수년간 숨어 지내다가 세상 속에 발을 내딛었다. 법에 있는 장애인 관련 규정과 장애인이 원고나 피고가 된 판례를 소개하고, 어려운 이론이나 학설 보다는 사회 속에서 장애인의 삶과 직접 관련된 가벼운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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