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다. 국가배상법과 민법에는 시설물 안전사고와 관련한 손해배상 규정을 두고 있다.

국가배상법 제5조 1항에는 도로, 하천, 그 밖의 공공의 영조물(營造物)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瑕疵)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민법 제758조 1항에서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했다.

시설물 관리 주체가 국가(지자체)인지 개인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을 달리한다. 민법상 손해배상규정을 먼저 검토한다.

위의 민법상 공작물이란 인공적 작업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건물, 도로, 놀이기구 등 토지상 공작물과 계단,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 건물 내부시설을 의미한다.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대법원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고 한다.

그 시설이 관계 법령이 정한 시설기준 등에 부적합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사유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민법은 공작물의 점유자와 소유자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 점유자(임차인)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를 방지하는 데 필요한 주의를 해태(懈怠)하지 않은 때에는 공작물의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에서 부상을 입은 경우, 그 건물의 점유자와 소유자가 다를 때에 1차적 책임은 건물을 임차한 사람 등의 점유자에게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그 피해(손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에는 책임을 면하고, 소유자가 2차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소유자의 책임은 본인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데도 부담해야 하는 무과실책임으로서 면책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 점유자 또는 소유자는 손해의 원인에 대한 책임이 있는 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구상권이란 사고 발생에 다른 사람이 개입되어 있다면 소유자가 사고 발생에 책임 있는 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은 공작물 책임에서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과실상계라고 하여 전액 배상을 하지 않고 피해자의 과실 비율에 따라 배상액을 삭감하고 있다.

구체적 판례를 보면 백화점 식당가에 설치된 돌다리를 건너다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은 사건에서 미끄럼방지용 테이프가 거의 마모되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여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여 점유자에게 돌다리 설치, 보존상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손해배상 범위는 일실수입, 치료비, 향후치료비 등 재산상 손해액과 상해에 대한 정신적 손해액과 피해자가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한 과실 40% 인정해 손해배상액을 확정했다.

셔터를 반쯤내린 슈퍼마켓에서 셔터에 부딪쳐 상해를 입은 사건과 환자가 병원 화장실에서 바닥에 떨어진 물 때문에 미끄러진 사건에서 공작물 책임을 인정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었던 장애인이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 설치된 수동 휠체어용 리프트에 탑승하다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두개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은 사건에서 법원은 서울메트로의 휠체어용 리프트를 설치ㆍ운용하는 추락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지만, 장애인에게도 턱으로 컨트롤 스틱을 조작해 좁은 리프트 위로 전동휠체어를 이동시킬 경우 사소한 실수로도 추락할 위험이 있음에도 서울메트로 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 스스로 전동 휠체어를 전진시키다가 사고를 당한 점에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50% 정도의 과실비율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장애인이 사용하는 편의시설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사고에 무관심한 정부나 사업자가 많다. 시설물 주위에 물건을 쌓아 놓거나, 주의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거나, 좁은 통로 등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작물로 인해 사고 발생 시 본인에게 과실이 있어도 공작물 설치. 보존 하자를 이유로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설물 설치, 보존, 관리하는 국가나 사업자가 시설물 안전기준을 지켜야 하고, 본인 스스로 안전규칙을 지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김규용 칼럼리스트
영남유생으로 한양에 과거시험 보러 왔다가 낙방과 지병으로 남산 아래 수년간 숨어 지내다가 세상 속에 발을 내딛었다. 법에 있는 장애인 관련 규정과 장애인이 원고나 피고가 된 판례를 소개하고, 어려운 이론이나 학설 보다는 사회 속에서 장애인의 삶과 직접 관련된 가벼운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