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느 거리를 걸어도 아파트가 보이지 않는 장소는 없다. 아파트 숲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아파트라는 주거 문화를 향유하며 살고 있다. 사실 주거 용도에는 단독주택, 다중주택, 다가구주택, 공관,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 중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주거유형은 아파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여러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기 때문에 고려되어야 할 부분도, 필요한 시설도 많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라는 공간이 과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계획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단지, 관리비를 내고 사계절 동안 내 손으로 집을 직접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과 아파트 전체를 경비원이 지켜준다는 심리적인 안정감 그리고 기본적으로 판매, 운동, 보육시설 등이 갖추어 있다는 편리함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보다는 객관화된 지표 속에서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듯 보인다.

개개인의 삶의 모습과 신체적 특성 등은 매우 다양하다. 주거는 개인의 삶을 향유하며 몸의 가치를 느끼는 공간이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서 자신만의 특성을 표출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장애인의 삶을 담아내는 아파트는 더욱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조감도에서 보여지는 화려함에 가려서 진정한 삶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편리하다는 환상 속에서 자기자신만 불편하지 않으면 모든 삶은 오케이가 된다는 모습에 안타까울 뿐이다.

현재 장애인 및 노약자에 대한 공동주택(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을 포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지 않고 또한 단지계획에서의 기준 적용이 명확하지 않다.

공동주택에서 장애인을 위한 생활환경의 개선, 즉 무장애 환경의 창출을 위해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해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으나 보도, 놀이 및 휴게공간 등 몇 가지 세부항목만 제정되어 있을 뿐 세부적 지침이 미약하며 개선과 전반적인 법제정이 필요하다.

공동주택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단지 환경을 영위할 수 있는 외부공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법의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으며, 이용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에만 급급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 고려되어야 할 부분들을 살펴보면 첫째, 단지 내 보도 및 접근로의 접근성 측면에서 접근 가능한 보도의 기울기 유지, 안전성 측면에서 보행안전통행로 확보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며 둘째, 단지 내 횡단보도는 보차가 교차하는 부분의 단차 제거, 연석경사로의 설치, 위험지역 점자블록 설치 등이 필요하다.

셋째, 휴게 및 놀이공간에서는 위험지역에 대한 경고, 보행로의 기울기, 접근로의 연속성 등 기준에 적합하도록 설치하고 넷째, 장애인 전용주차공간은 보행안전통행로의 확보 등 안전성에 대한 배려가 요구되며, 입식안내판 등 장애인 주차장의 식별성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단지에서 출입구 앞에 경사로를 반드시 확보하며, 경사로 손잡이 끝부분의 30cm 이상 수평손잡이를 설치하여 안전성이 확보되도록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계획들이 유기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연계성을 가지고 편의시설로 구제화 되도록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공동주택의 외부공간 고려가 장애인만을 위한 배려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배려임을 알아야한다.

주변 환경의 조그마한 배려를 통하여 삶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공간을 변화시키는 작은 실천을 통하여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삶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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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길 칼럼리스트
시작은 사소함이다. 비어있는 도시건축공간에 행복을 채우는 일, 그 사소함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어진 도시건축과 지어질 도시건축 속의 숨겨진 의미를 알아보는 일이 그 사소함의 시작이다. 개발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부를 주었지만, 문화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생활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의 온기로 삶의 언어를 노래하는 시인이자, 사각 프레임을 통해 세상살이의 오감을 바라보는 사진작가, 도시건축 속의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통하고자하는 건축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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