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 엘림의 집이 있다. 지체장애인 및 지적장애인 수용 시설이다. 이 시설은 미인가 시설로 정부로부터 단 돈 1원도 보조를 받지 않는다.

이런 미인가 시설이 이용자에게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인권에 있어서도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시설이 열약하기도 하지만 운영에 있어서도 정부 통제를 전혀 받지 않으므로써 복지서비스에 대한 관리체계나 인권에 대한 아무런 감시망이 없다.

과거, 시설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하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미인가 시설이 많았다. 정부는 그 중 순수한 장애인에 대한 사랑과 봉사 정신을 가지고 있고, 복지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는 있으나 자본이 없어 시설이 소규모이거나 빈약한 미인가 시설을 엄선하여 조건부 인가시설(개인운영시설)로 만들었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룹 홈으로 전환하거나 법인으로 발전하도록 지원하고 정부 보조금도 일부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장애인 생활시설 인권실태조사에서 미인가 시설이나 조건부 인가 시설을 우선적으로 인권실태 조사 대상으로 하였는데, 아직도 미인가 시설은 31개소, 조건부 인가시설은 189개소가 있다.

장애인 생활시설 450개 중 거의 절반이 되는 220개소가 정식 법인이 아니라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2009년 미인가 시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10년까지 조건부 인가 시설로 전환하여 109개소로 축소하겠다고 하였으나 그 실적은 미진하였고, 사회적으로 탈시설과 반시설 운동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조건부 인가로 인하여 장애인 생활시설은 오히려 늘어났다.

그리고 일부 사회복지 대학 교수들이 제자들의 취업을 염려해서인지 시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혹은 자립에는 관심이 없고 시설에서 서비스받으며 살고자 하는 장애인의 자기선택권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교단에서 계속 강조되고 있다.

현재 시설 이용자는 2만 4천여 명이고, 시설 종사자는 만 2천명에 달한다. 수용자가 장애인 인구의 1%도 안되므로 최소한 장애인 10%는 수용되는 시설을 지어야 하며, 아직도 시설이 이렇게 부족하여 장애인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 것이 사회복지의 현 주소다.

미인가 시설이나 조건부 인가 시설 중 10여 곳이 지난 해 인권실태 조사에서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주기에는 부적합하거나 인권 침해가 있어 시설을 폐쇄하도록 조치하는 결과가 있었다.

진주에 있는 엘림의 집의 경우는 좀 다르다. 정부 보조를 받지 못할만큼 시설 규모나 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고의적으로 인가를 거부한다.

엘림의 집이라는 시설명을 버젓이 사용하면서도 미인가 시설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냥 교회라는 종교단체일 뿐이고, 가족이 장애인 아이들을 맡겨서 보호할 뿐이고, 그래서 장애인 시설도 아니며, 종교적 자유에 의한 종교적 모임일 뿐이라고 한다.

지난 해 인권실태조사를 하기 전 이미 지자체에서 시설 폐쇄 명령이라는 행정처분이 있었다. 시설에서 장애인을 위한 아무런 프로그램도 없었고, 전문가도 없었으며, 정부의 어떠한 감독도 거부하고 있었고, 인권침해에 대한 사례도 있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폐쇄명령도 거부하고 종교라는 이유로 계속 운영하고 있다.

인권실태 조사 역시 2시간 만에 끝났다. 지자체의 자료에 의하면 23명의 장애인이 수용되어 있다고 했는데, 그 숫자도 항시 변하는 것이고 전혀 믿을 수 있는 근거자료가 되지 못했다. 오로지 엘림의 집 원장만이 알 것이다.

관계 기관에서 실태조사를 나갔을 때, 시설은 텅 비어 있었다.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겼다. 집단 외출인지, 집단 입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교회에 숨겼는지도 모르겠다.

지자체에 실태조사 일자를 미리 알리지 않고 2차 조사를 나갔다. 이번에는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중증 장애인 1명과, 시설에서 허드랫일을 돌보는 직원 1명만이 남아 있고 아무도 없었다. 직원 1명은 보초병으로 남긴 것 같았다.

더 이상 조사를 할 방법이 없었다. 의사소통도 안 되는 이용자 1명은 노출되어도 아무런 조사도 할 수 없기에 남겨 두었거나 조사원들을 놀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시설 폐쇄를 이미 하였으니 폐쇄를 철저히 수행하도록 지자체에 요구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조차도 잘 대화도 되지 않는 사람이었고 단지 현재 이용 인원이 13명이라는 말 정도를 들을 수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이 시설은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의 행정처분도 무시하고 종교라는 이유로 장애인 종교시설을 운영한다. 인권실태 조사를 거부하고 모두 피신하면서까지 인권조사를 기피한 이 시설에는 사회와의 완전한 단절이 있다. 그리고 어떤 인권침해가 일어나도 여기는 대한민국 법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다.

1980년대 대구의 어느 광신도가 중증 장애인 5명을 자기 집에 기거하게 하고는 매일 기도를 드리는 의식을 가졌다. 여성장애인을 성모 마리아라고 하였고, 자신을 신의 화신이라 하였다. 기도 중에 옷을 벗고 원시적 상태에서 순수한 기도를 하는 절차도 있었고, 장애는 모든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고통을 짊어진 것이므로 비장애인은 장애인의 기도를 지원하기 위해 헌금을 내야 한다고 하였다.

전국 성지를 순례하며 기도한다고 돌아다니다가 중증 장애인 한 사람은 과로로 병이 들어 죽었고, 남자 장애인 한 사람은 약을 먹고 자살했다. 그 집 주인은 자원봉사자인 여자 대학생에게까지 성스러운 성교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 집 주인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엘림의 집이 이 곳만큼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종교는 매우 위험하다.

종교가 시설을 운영하면서 신앙을 실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회적 제도와 시설로서의 감독을 거부하고 종교를 내세워 사회와 단절시키고 어떠한 감시와 제제도 거부하는 이런 종교 시설로서의 장애인 감금과, 가족의 동의와 부탁에 의한 합리화를 용인해서는 인권이 제대로 보호될 수 없다.

이런 종교를 빙자한 예수 뒤에 숨어 있는 반인권자를 예수에게 내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죄 없는 자가 있으면 이 사람을 돌로 치시오'가 아니라 '나도 내 이름을 팔아 인권침해를 일삼는 자는 벌한다'고 말해 주어야 한다.

교단이나 종교 종사자라도 나서서 종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대하여 스스로가 정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행정저분이 실효성을 거두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