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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재활사 국가자격 승격 이후의 문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6-11 14:21:53
최근 장애인복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입법 예고되었다.

주요 골자는 언어재활사를 국가고시로 승격한다는 것과 장애인연금 등 재산조사를 위한 금융정보 제공, 성범죄자 시설의 취업제한과 조사에 관한 사항이다.

시행령에는 언어재활사에 대한 1급과 2급 자격시험 과목과 관련 전문기관에 시험기관으로 위탁한다는 조항과 매년 1회 시험을 실시한다는 것이 들어 있고, 자격증 교부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어 있다.

시행규칙에는 언어재활전문기관의 조건과 학과 교과목에 관한 사항, 자격증 관리에 관한 사항, 보수교육은 2년에 20시간을 언어재활사협회가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언어치료인데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을 치료사라고 하지 않은 것은 의학계의 반발이 작용했다. 의학적 처치는 모두 의사의 지휘 아래 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인하여 재활사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언어 장애인이 언어치료를 받는 데 의사의 지휘가 필요하다는 것은 안경 착용을 위해서는 의사가 반드시 처방해야 안경을 쓸 수 있다는 문제로 볼 수도 있고, 사람 발달의 한 항목인 언어문제가 의사의 영역이 맞느냐는 문제로도 귀결된다.

재활사라는 용어는 앞으로 시각장애인 재활사라든가, 다른 장애인의 재활 전문가들도 사용하고자 하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 시각장애인의 중도 실명자에게 보행훈련을 하고, 점자를 가르치고, 일상생활 적응훈련을 하고, 보조기구 사용훈련을 하는 전문가를 시각장애 재활사로 하자는 주장이 있다.

이제 수화통역사, 보조기사, 언어재활사국가자격으로 되었다. 국가자격이 되었다는 것은 그 만큼 국가가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도 있고, 자격을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동기를 주는 홍보효과나 권위에는 도움이 된다.

그런데 국가가 관장한다고 하여 더 질이 좋아진다고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국가가 관장하지 않아도 전문가인 것이고, 국가가 간섭을 함으로써 오히려 행정적이고 융통성이 없어 경직된 사무행정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수화통역사가 의사소통 능력이 아닌 국어능력시험 위주로 문제가 출제된다는 것 등이 그러한 경직성을 보여준다.

언어재활사 시험은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고, 시행규칙에서 보수교육은 언어재활사협회에 위탁하는 것으로 정함으로써 언어재활사협회가 법정단체가 되었다.

시험은 전문기관에 맡긴다고 하였으므로 보건복지 국시원에 맡길 수도 있고, 언어재활사협회에 맡길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언어재활사협회가 맡아왔다. 만약 국시원이 맡는다면 민간이 맡던 것을 국가가 이관받아 직접 하는 모습이 된다.

국시원이 다른 여러 자격시험을 관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보건복지부 출신의 공무원들의 집합소인 국시원에서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수화통역사가 국가고시이지만 농아인협회가 관장하듯 정부가 민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위탁하여 전문기관으로 클 기회를 주지 않고 보수교육이나 하라는 식은 부당하다.

다음으로 보수교육 역시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으나 받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벌칙이나 추가적 부담을 주지 않으면 아무도 법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고, 의무라는 의미는 희석되고 만다. 현행법에는 그러한 구체적 제한 규정이 없다.

국가고시로 된다고 하여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경우 대학전공자는 2급, 대학원 출신은 1급의 시험을 치르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의 경우 학과목만 표기되어 있다.

즉 한국에서 1급을 받더라도 외국에서는 우리 유학생들에게 그 자격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한국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서비스의 전문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언어재활 전문기관은 건강보험 신고 행정처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하여 건강보험으로 비용을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원 내 전문기관이 있을 수도 있고, 시설 내에 있을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치료실을 개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우처 제도로 지원되는 각종 치료사의 수가가 4만원대인데 비해 언어재활사는 23,000원으로 건보와 바우처간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전문가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손상시킬 낮은 수가에 대한 타당성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그리고 음식을 잘 삼킬 수 없는 저작이나 섭식 장애인들의 재활훈련은 의료법에 의하면 작업치료사가 하도록 되어 있다.

작업치료사는 사지 운동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으로, 구강 구조나 식도암 등의 환자에게 섭식 훈련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거나 적어도 언어치료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외국에는 이러한 재활훈련은 언어치료사의 영역이다.

우리의 경우 언어와 섭식의 기능을 가진 구강 특성상 언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치료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료법에서 작업치료사와 더불어 언어재활사도 재활훈련을 하는 전문가로 병기해야 마땅하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결국 국가공인 민간자격을 국가권력이 몰수하여 국가기관의 사업으로 챙긴 것 외에 국가고시로의 승격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장애인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원한다. 그런 전문성이 없는 행정능력만을 가진 국가가 자격증을 관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보수교육을 통한 끊임없는 재활사로서의 능력 향상과 처우개선을 통한 서비스의 질을 담보해 주지 않으면 국가고시로의 승격을 위한 법률 개정의 취지가 훼손되거나 변경되고 말 것이 자명하다.

자격증이라는 외형만 좋아지고 내용은 오히려 후퇴하는 제도는 만들어지지 않기를 강력히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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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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