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모 대학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만일 네가 내일 죽어야 한다면 오늘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좀 황당한 질문이었지만 학생들은 특유의 영특함과 순발력으로 재미있고 기발한 대답들을 내놓았다.

“설악산에 올라가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었는지 마음 속으로 사진을 많이 찍어 갖고 가겠습니다."

“천상의 가장 행복한 하루는 지상의 가장 평범한 하루와 같다고 들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사가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음미하며 남은 하루나마 열심히 살겠습니다."

“죽어서 총각귀신이 되지 않게 오늘 여자 친구와 결혼하겠습니다."

그 때 한 여학생이 말했다.

“오늘이 가기 전에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사랑해요'라는 말을 하겠어요.”

그 여학생의 말이 나는 문득 가슴에 와 닿았다.

‘사랑해요', 얼마나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인가. 지난 날들을 뒤돌아보자, 내가 사랑하고,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나는 한 번도 누구에겐가 ’사랑해요'라는 말을 입 밖에 내본 적이 없었다.

‘사랑하다'와 ’살다'라는 동사는 어원을 좇아 올라가면 결국 같은 말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영어에서도 ‘살다(live)'와 ‘사랑하다 (love)'는 철자 하나 차이일 뿐이다.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사랑하는 일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신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낙엽, 장미, 괴테, 모차르트, 커피를 사랑하고……. 이렇게 사랑은 삶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John Donne)은 “나는 두 가지 바보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을 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사실 사랑하는 일 때문에 우리들은 자주 슬퍼하고 아파하지만, 사랑하는 일을 빼면 우리의 삶은 그저 허망한 그림자쇼에 불과할 뿐이다.

아직 완전한 바보가 될 용기가 없는 나는 그래서 글로나마 바보 연습을 한번 해보려고 한다.

“사랑해요, 여보, 어머니, 아버지, 나의 아들, 손자,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 그리고 사랑합니다, 네티즌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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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태씨는 군복무중이던 22살 때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을 실명하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꾸준히 장애인계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이자 전북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마라토너이자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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