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명의의 차량이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벌금고지서를 받을 경우 고지서 발급처인 경찰서를 방문하여 장애인임을 밝히면 50% 할인된 고지서를 새로이 발급받을 수 있다.

장애인이라고 위반해도 되는 법은 분명히 아닌데, 벌금을 50% 감면해 주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시비가 있을 수 있다. 장애인이 무슨 대단한 것이기에 벌금도 할인을 해 주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구청에서 단속하는 주차위반의 경우에는 이의신청 기간이 주어지고 그 기간 내에 사유서와 장애인 복지카드 사본을 제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장애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주차위반을 할 수밖에 없는 사유가 인정되면 전액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휠체어를 내리기 위해서나 장애로 인하여 이동이 불편하여 근처에서 급한 볼일을 보아야 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부득이하게 주차위반을 하였다고 하면 정상참작이 되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을 안내하기 위한 부득이한 경우도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주차 위반이 아닌 교통신호나 과속 위반의 경우에는 장애를 이유로 위반해도 되는 사유가 특별히 인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벌금고지를 면제받을 수는 없다.

장애인이라서 운전에 문제가 있어 위반하였다고 하면 장애인은 운전 자체에 문제가 있어 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할 것이고, 장애인이라서 봐 달라고 하면 특혜처럼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장애인에게 있어 벌금은 생활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으므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이라는 점에서 감면을 해 달라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단돈 몇 만원이라고 하지만 한부모 가정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중 생활비가 부족한 형편에 처한 경우는 가능할 수 있다. 이들에게 몇 만 원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의 몇 백만 원보다 더 큰 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려운 사람이 자동차는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장애인의 경우에는 자동차가 발과 같아서 자동차가 없이는 이동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비록 큰 재화를 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최저 생계비라도 직접 벌어 자립하고자 노력하는 장애인이 자동차를 이용하여 생활하는 경우에는 자동차가 부의 상징이 아니라 재활보조기기이고, 생활의 필수적 요소가 된다.

그리고 장애인이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공동 명의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 경우 장애 아동의 부모가 장애아동의 등하교, 병원이나 복지관 등의 재활치료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교통위반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감면받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경찰청에서 법무부의 유권해석에 의한 법적용을 하기 때문인데, 법무부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혜택인데 장애인이 아닌 공동 명의자까지 혜택을 보게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해석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장애인 학부모나 장애가족들은 반발하고 있다.

장애인을 가족 구성원으로 하는 경우, 장애인 가족을 위해 종일 돌봄을 해야 하고, 가족의 부담으로 최소한 한 사람은 직업 생활을 할 수 없으며, 장애인 개인이 취약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 가족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것이고, 대부분 공동명의의 차량은 그 공동명의자가 가족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은 법해석이 그렇게 된 이상 재해석이 되지 않는한 현행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애인 가족에게까지 벌금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기도 하거니와 악용의 소지도 있고, 교통질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법무부의 법해석에 대하여 장애인 가족들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장애여성의 임신만 정부의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남편이 장애인인 경우에도 출산과 육아에 대한 역할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출산·육아비를 지원하는 것처럼, 현재 장애인 개인보다는 가족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에 비하여 교통법규 위반 감면 제도는 오히려 역행한 제도라 말할 수 있다.

정부가 단순히 해석한 것에 대하여 아무도 장애인 가족의 어려움이나 감면 이유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지 않았고, 공무원들이 이해를 충분히 하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

그러나 반면에 실제로 악용하거나 차용하여 혜택을 보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카메라로 촬영된 차량 번호에 장애인 탑승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확한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전혀 위반을 하지 않는 것이겠으나, 악용의 소지가 있다고 하여 원천적으로 실제 혜택이 필요한 사람까지도 배제되는 것은 제도를 만드는 사람이 제도의 주체자가 아니라 제도의 노예가 되는 기분이 든다.

장애인 차량 100만대 시대를 맞고 있다. 그 중 공동명의 차량이 절반이고, 장애인 가족이 운행하는 경우가 또 절반 이상이어서 실제 장애인 스스로 이동권 확보를 위하여 발처럼 자동차를 사용하는 경우는 25만 대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감면은 4분의 1로 혜택이 축소된 것이다.

장애인용 하이패스 감면 단말기 비용이 지문인식기의 추가로 인하여 2배로 비싼 것에 대하여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장애인 콜택시나 심부름센터의 특수운송 차량의 경우 통행료는 이용자 부담으로 되어 있는데, 왕복 비용을 장애인에게 부담하는 경우 전혀 통행료 감면이 되지 않아 원거리 이동에서 장애인에게 과중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 등은 조속히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더불어 서비스나 혜택이 일관성 없이 자주 변경된다는 것은 문제다.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정책을 조정하고 관리, 홍보하면서 위반시 벌금을 감면해 준다고 공식적으로 홍보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을지 모르겠으나, 제도의 변화에 장애인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가교와 조정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은 아직 미숙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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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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