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있어서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건축물의 모든 구성 성분이 장애를 가지지 않은 것(ability)과 장애를 가진 것(disability)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평등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즉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특별한 요구를 갖고 있는 ‘그들’이라는 불평등 개념을 없애고 ‘우리’라는 평등개념이 받아들여지는 방향으로 인간가치와 디자인 실행을 바꾸는 것이다.

디자인의 대상이 공간일 경우 공간계획은 인간의 행위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인간이란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데 주도적인 계층과 환경적, 신체적 측면에서 수동적인 계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까지의 공간계획에 있어서는 주도적인 계층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평등하지 않은 디자인은 수동적인 계층인 공간 사용자로부터의 불편을 불러 일으키고 사회 내에서 차별성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상은 근대의 획일적 디자인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계층을 포함해야 하며, 사회적 약자, 신체능력, 연령 뿐만아니라 신체크기, 성별, 인종 등도 고려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공간계획에 있어 간과되어 온 부분으로서 성(gender)을 들 수 있으며, 현재까지의 공간계획은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에 불편함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었다고 볼 수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건축의 민주화는 표면적으로 모든 사람을 위한 기능주의로 보편화되어 왔다. 사람들의 동선에 따른 기능은 건축의 프로그램 배치와 형태에 영향을 주었으며, 이 또한 남성 시각적인 공간형태로 표출되어 왔다.

남성의 우위와 여성의 열세로 상징화되어 남성은 위, 오른쪽, 앞쪽을 의미하며, 여성은 아래, 왼쪽, 뒤쪽을 의미하는 등의 불평등으로 또다른 권력과 지위가 주어져왔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공간의 개념 뿐만 아니라 위치, 형태에도 적용되었으며, 남성의 공간은 직선적 형태를 사용하고 여성의 공간은 곡선적 형태를 사용하여 생물학적으로 다른 성의 구조를 나타냄으로써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역할을 상징화하여 왔다.

고층 빌딩들은 남성의 힘, 이성과 연관되어 거대하고 힘있는 형태를 띄고 있으며, 주거공간은 여성의 수동성, 양육, 정서성에 연관시키면서 다른 형태가 형성되었다. 남성의 우월성, 여성의 열등성이라는 이러한 공간적 이분법은 남성이 주로 영토를 지배하고 조절하는 과정을 통해 보존되고 유지되었다.

공공공간 계획에 있어서는 사회적 권력에 기반을 두어 남성과 여성의 다른 성 역할과 불평등한 관계를 갖도록 디자인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남성은 공공건물을 점유하고 통치하는 반면, 여성은 배제되거나 단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만 계획되었다. 여성을 공간상 분리시키고 복종시키는 이러한 계획은 여성에게 사회적 억압과 불평등이 반영된 결과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남성과 여성의 공간적 차별성은 장애인의 일상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단적인 사례로 화장실을 살펴보면 사회적, 문화적으로 일상생활이 풍요로워짐에 따라 일반 화장실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디자인적으로 배려하고 있지만,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화장실의 남녀 구분은 이름뿐인 구별로써, 똑같은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주거공간에 있어서는 가부장적 성역할을 고정시키는 공간계획에 따라 여성 장애인들의 배려는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성 역할 변화를 수용하면서 평등성에 대한 생각의 확장과 그에 대한 변화가 필요함을 인식해야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계획하는데 있어서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배려하여 모두에게 지원성이 높은 공간계획, 성적 평등성을 반영하는 공간계획, 남성 또는 여성을 위한 공간에서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공간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개념의 확장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적 사고를 확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에 대한 문제 제기라기 보다는 인간을 위한 궁극적 가치를 회복하자는 것이며, 사회 내에서 다른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간계획이 확대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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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길 칼럼리스트
시작은 사소함이다. 비어있는 도시건축공간에 행복을 채우는 일, 그 사소함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어진 도시건축과 지어질 도시건축 속의 숨겨진 의미를 알아보는 일이 그 사소함의 시작이다. 개발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부를 주었지만, 문화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생활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의 온기로 삶의 언어를 노래하는 시인이자, 사각 프레임을 통해 세상살이의 오감을 바라보는 사진작가, 도시건축 속의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통하고자하는 건축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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