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연금이란 국민연금 가입자 중 중도에 사고나 질병으로 인하여 장애를 입게 되면 그 장애를 판정받아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을 말한다. 장애를 입기 전에 국민연금 가입자라야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법에 의거, 중도에 장애인이 되어 장애인등록을 하게 되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장애연금을 받기 위해 장애판정을 신청하게 되는데, 이렇게 장애판정을 받고 나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등록을 위해 다시 장애판정을 받아야 하는 이중절차를 거쳐야 한다.

장애인등록을 신청한 사람이 장애연금을 받기 위해 제출한 서류가 있다면 의사소견서나 의료기록 등 중복된 서류는 생략할 수도 있으나, 주민센터 등에서 이를 모르고 모든 의료 서류를 준비해 오라고 하면 신청자는 다시 돈을 들여 동일한 서류를 갖추기 위해 병원을 전전해야 한다.

장애인등록을 위하여 서류를 다시 발급받아 국민연금에 제출하면 국민연금은 장애판정을 심사하면서 과거 장애연금 대상자 판정시 제출된 서류를 찾아 비교하게 되고, 혹여 서류상 차이가 있을 경우 장애인판정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다.

즉, 정부는 유리하지만 장애인 개인에게는 불리한, 등급이 낮은 쪽을 선택하여 판정한다.

장애연금에서 장애인판정은 4등급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장애인복지법상 15개 장애 유형 외에 섭식장애 등 입에 의한 장애, 혈액·조혈기의 장애, 호흡기의 장애, 코의 장애, 악성신생물(암)의 장애, 뇌졸증 등이 장애로 인정된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연금 판정도 하고, 장애인판정도 하기에 동일 기관에서 하는 판정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장애연금에서는 인정되는 장애가 왜 장애인등록을 위한 판정에서는 인정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최소한 장애연금에서 인정하는 장애유형은 장애등록 판정에서도 인정되어야 한다. 물론 이중 절차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해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동일 부위에 2가지 이상의 장애가 있는 경우 장애연금에서는 인정되지만, 장애인등록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등록이 더욱 까다롭고, 되도록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연금법에 의한 장애연금 판정은 신체 부위를 중심으로 분류하는 의료적 판정 중심이고, 장애인등록 판정은 사회적 제약 중심으로 하는 것이라든가, 전자는 환자를 보는 것이고, 후자는 장애를 보는 것이라는 말은 전혀 맞지 않다.

장애연금도 장애를 보는 것이고, 평생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판정 기준은 의료적이지만 이는 노동력을 의료적 기준으로 보는 것이다. 즉 의료는 수단일뿐 의료적 판정 목적이 분명 아닌 것이다.

그리고 평생 연금 지급을 인정하면서 연금 지급을 전제로 하지 않는 장애인등록 판정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장애연금에서 장애를 판정하는 경우에는 노동력 상실을 중심으로 본다. 직장에서 의무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가 된 상태에서 장애를 갖게 되어 노동력을 상실했으므로 이를 보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시 직장에 나가 일하게 되어도 연금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평가를 받고 나면 그 이후에 더 많은 돈을 벌든지, 현상 유지를 하든지 무관하다.

하지만 장애인등록은 장애를 갖게 된 이후에도 혹시 장애가 호전되었을지 몰라서 2년마다 장애를 재판정하고 있다.

마비의 개념에서 장애연금은 신체의 기능이 노동에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는 정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뇌졸중도 포함되며, 운동의 범위, 운동의 속도, 기질적 장애도 인정하고, 운동의 정밀성과 내구성을 종합적으로 판정한다.

이에 비해 장애인등록 판정에서는 힘이 들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근전도 검사에서 반응이 없거나, X-ray 사진 촬영에서 근육이 완전히 메말라 퇴화되어야만 마비로 인정한다.

장애인등록 판정이 너무나 의학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요소들이다.

이렇다보니 실제로 운동을 하기 힘들어도 마사지를 받거나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위하여 힘을 가하면 근육이 살아 있어 마비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아예 판정 2개월 전부터 깁스를 하거나 전혀 근육을 사용하지 않아 근육을 퇴화시켜야만 겨우 인정을 받는 실정이다.

심장장애의 경우 장애연금에서는 안정이 필요한가, 구혈율이 얼마인가, 협심증상이 있는가를 중심으로 판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장애인등록 판정에서는 입원횟수, 수술 경험, 초음파와 핵의학적 검사 등 7개의 검사 항목을 점수의 합계로 판정을 한다.

종합적으로 얘기하자면 장애연금에서는 노동에 제한이 있는 호흡곤란 등도 인정하면서 장애인등록에서는 거의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중증만이 겨우 인정되니 의학적으로 중증이 인정되지 않으면 장애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노동력 상실이 인정되면 사회적 제약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력은 사회적 제약의 개념 안에 있는 것이다. 한 기관에서 판정을 하면서 서로 다른 잣대로 판정을 하는 것은 정부가 장애인등록을 엄격히 하여 장애 인구를 조정하고 있거나, 장애를 너무 협의적으로 판정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반증이다.

항간의 장애등급 폐지 주장은 1급 장애인에게만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임의적 제한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고, 6등급으로 세분화하여 그에 맞는 서비스가 구분되는 것도 아니며, 장애연금에서 4등급으로 하는 것을 굳이 그렇게 세분화 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서 나온 반발이다.

외국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가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경우뿐아니라 선천성 장애인에 대한 연금도 장애연금에 포함하는, 모든 국민이 가입하는 명실상부한 국민연금이 실시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이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만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사보험과 같이 운영되고 있으며, 장애인등록을 위한 판정 기준이 같은 기관, 같은 부처에서 조차 2중 잣대로 정해지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작적 정의를 기준으로 하는 판정은 장애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발명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장애인 판정은 일원화하고, 등록판정 기준은 완전 개정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애인등록 판정과 장애연금에서의 장애인 판정이 다르고, 건교부의 교통사고에서의 장애판정 기준이 다르고, 노동부의 장애인 고용을 위한 중증장애 판정이 다르며, 산재 보상을 위한 노동부 근로복지공단의 장애 판정이 다르고, 법원에서의 장애 판정이 다르니 과연 우리나라는 판정 공화국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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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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