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법의 제정 이후 주변에선 장애인마크가 표시된 장소와 편의시설을 자주 만날 수 있게 됐다. 공공시설은 물론이고 주거시설인 아파트까지 장애인 주차장, 경사로 등이 설치되어 예전보다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 가장 편해졌다라고 느껴지는 곳은 바로 화장실이다. 어렸을 때는 집 빼고 편한 화장실을 찾기 어려웠다.

하루 종일 생활해야하는 학교화장실은 물론이고 휴게소나 관광지에서도 편한 화장실이 없어서 무조건 참거나 본의 아니게 노상방뇨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비좁은 일반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했다.

학교 다닐 때 유일하게 있는 좌변기 칸에는 툭하면 청소도구들이 쌓여있어서 이용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대학교에 와서야 제대로 된 장애인 화장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역시나 여러 가지 도구들이 쌓여있어 일일이 치우고 닦는 수고를 해야 했다.

지금은 휴게소나 이름난 관광지에도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어있어 편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1% 아니 그 이상으로 부족한 장애인 화장실들은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않겠나 싶을 정도로 엉망인 경우가 많다.

첫째, 남녀공용 장애인 화장실이다. 일반 화장실 바깥이나 일반 화장실내에 남녀로 나뉜 화장실은 찾기 어렵다.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데 휴게소의 경우 남녀화장실 사이에 남녀 공용으로 하나 설치되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장애인화장실 내에 남자용 소변기가 있는 것도 봤다. 손잡이도 없이 말이다.

둘째, 장애인 화장실은 만들어야겠고 그래서 그냥 생색내기로 설치한 것 같은 화장실이다.

내가 다니는 장애인복지관에서 발행하는 관보에서 지역에 있는 공공장소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하는 코너를 위해 담당 선생님과 함께 근처 공원의 장애인 화장실 취재를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장애인 화장실 규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그 때 취재를 간 화장실은 물론이고 그 이후로 내가 겪은 대다수의 장애인 화장실 중 규격을 제대로 지킨 곳은 없었던 것 같다.

고객 서비스를 중시하는 대중문화시설(백화점, 대형마트, 극장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억지로 설치한 기분이었다.

내가 겪은 황당한 화장실을 몇 개 적어보면 어느 곳은 출입문이 불투명 유리문이었는데 불투명 비닐을 붙여 놓았다. 밀거나 당겨서 여는 유리문인 것도 황당했지만 유리문 틈새도 조금 있었고 비닐의 이음새도 약간 벌어져 있어서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들여다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유리문이니 당연히 잠금장치는 없었다.

또 한 곳은 안전 손잡이도 잘 설치되어있었고 나름대로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하지만 출입문이 문제였는데 수동 미닫이문이었다. 아주 무겁고 뻑뻑해서 비장애인들조차 여닫는데 힘들어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최악은 가장 최근에 겪었던 곳이다. 남녀 공용은 아니었지만 일단 출입문이 일반 방문과 같은 것이었고 문이 화장실 안쪽으로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좌변기와 안전 손잡이가 있었는데 문과 좌변기의 위치 때문에 휠체어가 진입하기 어려웠다. 안에 들어가서 도저히 방향을 바꿀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도우미가 곁에 있다한들 어떻게 할 수 조차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작은 수동휠체어도 그런데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는 엄두도 못 낼 정도였다.

문제는 그런 좁은 화장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장애인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참여 할 수 있는 행정이었다면 그런 화장실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법에서, 행정에서 그렇게 하라니까 흉내 내기 식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생색내기 화장실이 아닌 규정에 맞는, 장애인이 쓰기에 편한 화장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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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때 시인을 꿈꿨으나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음과 더불어 작가는 엉덩이가 무거워야한다는 이야기에 겁먹고 문학인의 길을 포기. 현재 원광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하여 예비사회복지사의 길과 자립생활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대한민국 평범한 20대 장애여성. 바퀴 위에 올라 앉아 내려다보고 올려다본 세상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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