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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먼저 알고 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3-02 09:01:23
운동선수들이 정확하게 골대에 공을 넣을 경우 각도가 몇 도여야 하는지는 머리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험을 통하여 몸이 기억하는 바라고 한다.

골프를 치거나 당구를 치는 경우도 머리로 하는 기억으로는 도저히 해석되지 않는 것을 몸이 기억하여 행동을 재생하도록 명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명령은 뇌에서 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머리만이 아니라 온몸이 기억장치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뇌가 보조 기억장치이고 온몸이 주 기억장치인 것이다.

길을 걷거나 생활 속에서의 행동들도 항상 머리가 기억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니 집에 도착했다거나 하는 등의 행동 특성을 보이는 것이 바로 몸의 기억일 것이다.

이러한 기억은 운동분야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과 같은 감정도 그렇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 준 것을 몸은 기억한다. 그리고 내가 사랑한 것도 몸이 기억한다.

결혼을 앞둔 사람이 결혼을 하면 밥값이 두 배로 들까 두려워 입이 없는 배우자를 찾고 있다면 너무나 어리석은 사람일 것이다. 입이 없어 양식이 절약될 것으로 생각하고 선택한 배우자가 입이 아닌 다른 기관을 사용하여 밥을 몇 배로 더 먹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아니면 밥이 아닌 고가의 약으로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행정가들이나 정치가들이 바로 그런 어리석은 사람에 속한다.
장애인들도 더불어 함께 살자고 하면서 뒤로는 사회적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지는 않나 내심 고민하고 있다.

살림을 잘 살도록 본인의 수익을 맡기는 것이 불안하여 기초생활수급비 최소 얼마라든가, 장애인수당이나 연금이 얼마라든가, 장애인 활동보조인 비용이 얼마라든가 하면서 생활비를 준다.

가계부를 맡기기에는 너무나 불안하고, 그렇다고 일일이 명목을 달아 주는 것조차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일을 하여 벌이를 돕겠다는 것도, 밖에 내보내는 것도 불안하다며 거부한다.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면서 사업비로 밖에서 돈을 거의 다 소진해버리고 용돈도 안 되는 수준으로 푼돈을 건네면서 알아서 살아라고 한다. 그리고 밖에서 큰 일하는 사람에 대해 간섭하지 말란다.

그러면서 너를 사랑한단다. 함께 살자고 한다. 손에 물을 묻히지 않게 해 준단다. 행복하게 해 준단다.

선거철이 되면 한 표를 위하여 장애인에게 다가와 표를 구걸하면서도 일단 가장이 되면 인권이고, 사랑이고간에 바깥에서 사업을 하는데 방해가 되지 말라, 짐이 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장애인은 온몸이 기억하고 있다. 머리로는 백번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우리도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협조를 하려 해도 온몸이 그 기억을 가지고 경련을 일으킨다.

장애인은 가부장제의 권위 속에 사랑도 인정도 받지 못하면서 그저 '운명'으로 알고 살아가는 여인처럼 억압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간다. 그 것도 '정'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 몸은 분명히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머리에서는 세월이 지나면 잊어버리기도 한다지만, 몸은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몸은 판단 과정 속에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고 기억으로 인한 자동 판단 기능을 학습한다. 머리로 판단을 하기에 많은 조건들과 계산식을 생각하고 오랜 기간 고민을 하지만, 우리 몸은 기억을 통한 자동 반응 시스템으로 즉각 작동한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서 몸이든 마음이든 상처를 기억한다. 차별과 멸시와 억압과 자괴감 모두를 하나도 빠짐 없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것은 어떤 지우개로도 지워지지 않으며, 어떠한 철학이나 윤리, 문화로도 억제되지 않는다.

최근 신경성 질환으로 몸이 아픈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몸이 고생한 사람은 마음에도 병이 들게 된다. 몸이 받은 상처를 기억하여 그 것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진정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 약자가 사회에 당당하고 동등하게 참여하여 지역사회에서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사회가 그러한 나쁜 기억을 하지 않도록 경험 기회 자체를 없도록 해야 한다.

말로만 하는 선거철의 공약도, 가까이 다가와 속삭이는 '권리'라는 미사여구도 현실적 몸의 경험을 극복할 수는 없다.

이혼해버리고 그 사람을 버려버리면 그만이지라는 마지막 선택이 현대의 불행을 낳는다. 버렸다고 해서, 잊었다고 해서 잊혀지는 것이 아니며, 제거해 버린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문제 해결은 오로지 '사랑'이며 이 사랑은 몸으로 기억하게 하는 진정한 사랑이어야 한다. 몸으로 기억하는 행복이어야 한다. 오직 현실적으로 몸으로 와 닿는 실효성 있는 진실된 대안만이 몸의 기억을 좋게 할 것이다.

장애인의 눈높이로, 몸으로 기억하도록 행복을 주는 실천이 없는 속삭임은 소름만 일게 할 것이다. 당사자가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그래도 행복이라고 강요하는 설득에 몸의 기억들은 거부 반응을 보일 것이다.

고통을 나누어도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거짓된 행복이나 억압과 강요는 고통 분담이라는 감옥 속에서 잠시 기억을 미비시키는 듯 하겠지만 영원히 구속할 수는 없다. 진정 위하고 사랑하는지, 귀하게 여겨 주는지 우리 몸이 먼저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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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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