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 엄마와의 사이랑 가장 비슷한 분위기가 아닐까? 우리 모녀도 늘 투닥거린다.(출처:네이버웹툰 '낢이야기'중) ⓒ한경아

나와 같은 재가장애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시사프로그램에서 꼭 다루는 사람이 있다. 장애인의 부모, 특히 어머니다.

'인간극장'이라던가 '세상에 이런 일이'와 같은 휴먼다큐 종류의 프로그램을 보면 대게 이렇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애써가며 수발드는 어머니, 또는 부족하지만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알고 효도하는 장애인. 취재를 당하는 장애인 가족을 꼭 울리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마저 꼭 울리고 만다.

나 또한 비슷한 시선을 느끼며 살아왔다.

“네가 몸이 불편하니 엄마가 고생한다, 넌 나중에 꼭 효도해야한다.”

귀에 딱지 앉도록 지긋지긋하게 들어온 말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나도 잘 알고 있는 문제인데, 왜 굳이 나한테만 그러나싶어서 짜증스러울 때도 부담스러울 때도 많았다.

사실 나와 우리 엄마도 보통의 모녀와 다르지 않다. 어렸을 때 인형 사달라고 떼쓰다가 또는 감기 걸렸을 때 약 안 먹는다고 쓸데없는 고집 부렸다가 비오는 날 먼지가 나도록 맞아도 봤고, 시험 망치면 잔소리 듣고, 연예인에게 푹 빠져서 그들에 관련된 물품을 사들이면 뭐 하러 사냐고 혼나기도 하는, 아주 아주 평범한 그런 사이다.

요즘도 종종 으르렁거린다. 대게 모녀들이 그러하듯 우리도 그렇다. 그런데 남들에겐 그런 게 아닌가보다.

초등학교 때, 우연하게 교무실에서 열린 회의를 본의아니게 엿들은 적이 있다.

아침 조회시간 애들은 다 운동장으로 나가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교실을 홀로 지키고 있었는데, 스피커를 통해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들어보니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회의하는 소리였다. 기계 실수로 회의 내용이 고스란히 교실로 전달되고 말았나보다.

내용은 대략 이런 거였다. 조만간 열릴 졸업식에 우리 엄마한테 장한 어머니상을 주자.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며칠 후 집에 전화가 왔다. 아마도 저 이야기를 전하려고 학교에서 온 모양이었다. 엄마가 한사코 거절해서 결국 그 일은 없던 일이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하던 날, 진짜 이건 몰랐던 일이었는데 졸업식 막바지에 뜬금없이 우리 부모님을 교장선생님이 호명하셨다. 역시나 문제의 장한 부모상이었다. 부모님이 그 상을 받고 나서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그 모습이 차마 보기 싫어서 괜히 옆자리 친구랑 수다만 떨었던 기억이 있다.(근데 졸업식 이후 그 상패는 어디다 뒀는지 눈에 띄지도 않는다. 굳이 알 필요도 없어서 물어보지 않았다.)

대한민국 땅에서 자식한테 못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어떤 집들은 자식이 고3이면 숨죽이고 산다고 하지 않던가. 대치동 같은 학원가에는 승용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며 자식이 공부 마치고 나오길 기다리는 부모도 많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장애인의 부모는 왜 그리도 유명세를 타야하는지 모르겠다. 장애인들은 모두 효자가 되길 강요받아야하는지 모르겠다.

내 부모님들이 고생하는 건 내가 장애인이어서가 아니라 사회가 그만큼 뒷받침을 못해준다는 것 아닌가. 그걸 개인적인 가족의 아름다운 희생으로 포장하려는 언론들과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너무 싫다.

나나 우리 엄마나 평범한 모녀일 뿐이다. 우리 엄마도 그냥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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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때 시인을 꿈꿨으나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음과 더불어 작가는 엉덩이가 무거워야한다는 이야기에 겁먹고 문학인의 길을 포기. 현재 원광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하여 예비사회복지사의 길과 자립생활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대한민국 평범한 20대 장애여성. 바퀴 위에 올라 앉아 내려다보고 올려다본 세상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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