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고교생 16명에게 무죄나 다름없는 소년보호처분 1호, 2호, 4호 판결이 내렸다.

그동안 숱한 장애여성 성폭행 판결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발과 비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장애인 부모의 한사람으로서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필자는 장애인 단체에서 근무하면서 단체의 사건과 관련해 어느 지방의 경찰서와 검찰, 법원을 8년 동안 드나들면서 그 곳 종사자들의 부패를 체험한 사람이다.

그래도 경찰, 검찰과는 달리 우리 사회 정의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은 약자의 편이라는 생각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판결을 보면서 법원도 다를 것이 없다는 서글픈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판사들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치부하기에는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 식견을 무시하는 결례를 범하는 것 같고, 그들의 정의감을 믿어온 필자의 상식으로는 너무너무 큰 실망감만 느낄 뿐이다.

나상훈 판사가 성폭행당한 지적장애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부모와 가족들의 분노를 털끝만큼이라도 느꼈다면 이런 판결을 내릴 수 있었을까?

하긴, 법과는 상관없이 자기 생각이나 주관대로 판결하고도 그 것이 정의인양 떠들어대는 일부 판사들을 보고도 판사의 양심을 믿은 필자가 바보같은 생각을 한 것이지 싶을 뿐이다.

이 판결을 보면서 이제 이 나라에서 약자들을 보호해 줄 장치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차라리 이럴바에는 장애인자치공화국을 건설하자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현재 행정구역의 '도'에 해당하는 면적을 정부에 요구해서 '장애인자치공화국'을 건설해 대통령, 장관, 자치공화국 의회 의원과 경찰, 검사, 판사 등 모든 공직을 장애인들이 맡아 법과 질서에 의한 투명한 행정과 법의 심판을 이루어, 장애인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 차별도 받지 않는 작은공화국을 건설하자.

국회의원도 장애인으로 선출해 중앙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입법 활동과 정치를 펼침으로써 정의가 장애인들의 삶을 보호하고 생활을 보장하게 하자.

혹자는 장애인들을 분리하고 격리시킨다고 흥분할지 모르지만 이런 차별을 당하고도 우리가 이런 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살아야 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장애인 부모로서 대전지방법원 나상훈 판사에게 묻겠다.

"당신의 판결이 법에 의한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양심선언을 할 수 있나? 당신의 딸이나 누이가 이런 일을 당했어도 똑 같은 판결을 내릴 수 있었겠나?"

900만 장애인 부모들은 당신의 이름을 절대 뇌리에서 지우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2011년 필자의 부족한 칼럼을 읽어주신 '에이블뉴스'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또, 1년 동안 칼럼을 게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에이블뉴스'에 감사를 드립니다. 2012년에도 건강하시고, 장애인들의 복지파수꾼과 인권지킴이 역할을 변함없이 해주시고, 독자 여려분의 가정이 작년보다 더 복지가 증진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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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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