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기에 말도 통하고, 풍습도 같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도 남한과 다를 바가 없이 많이 변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 7년간 북녘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많은 사업들을 북측과 협력해 오면서 알게된 것은 장애인 복지와 사회복지, 특수교육 등이 통일민족으로 함께 살아가는 복지의 기초이며, 남과 북이 가장 먼저 하나가 될 수 있는 분야라는 사실이다.

이번 12월의 8박 9일 동안의 평양 방문을 통해서 조선장애자보호련맹과 사단법인 푸른나무는 2012년 3월21~23일까지 베이징에서 미래 통일을 위한 남북, 해외 장애인 교류협력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또한, 2012년 5월에는 대동강 구역에 평양 장애인종합회복센터 건립 착공식을 갖기로 북측과 정식으로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리고 2011년 12월 8일 북한이 세계장애인올림픽 회원국으로 가입한 기념으로 남과 북의 장애인 예술 공연과 장애인 친선 탁구 경기 등도 서울이나 평양에서 하도록 합의했다.

이제 민족의 화해와 협력으로 전쟁이 아닌 평화를 만들어 가야한다.

조선장애자보호련맹과의 회의. ⓒ신영순

뿐만 아니라 이번 방북 지원 성과로 지난 4월 25일 푸른나무가 평양에 장애자련맹 건물 안에 현판식을 가진 '민족 장애인·원아 지원협력 사무소'와 '베이징 장애인·원아기금 대표부'도 모두 푸른나무와 사무실을 함께 공동 운영하기로 하는 등 남북 협력의 길은 더욱 가가워졌다.

앞으로 이 두 곳의 사무소를 중심으로 고아들과 장애인들을 남과 북, 그리고 해외 동포들과 1:1자매결연을 맺어주는 일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남북 장애인 사업들을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모든 방북 일정을 끝내고, 우리는 평양에서 국제 열차로 선천과 신의주를 거쳐 중국 단동에 도착했다.

열차 여행 내내 우리가 이번에 방문했던 판문점과 개성, 그리고 사리원 육아원과 얘육원, 황주 중등학원 고아들과 장애인들의 얼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예쁜 미소와 정겨운 모습, 내 민족의 아이들에게 추위 속 성탄의 희망과 사랑의 선물을 나눌 수 있음에 가슴은 마냥 벅차기만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열차 속에서 줄곧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평양에서 개성을 거쳐서 서울까지 2시간이면 도착할수 있는 철길도 있는데, 왜 이리도 먼 길을, 남의 나라를 거쳐 이틀씩이나 돌아가야 하는지, 안타까움에 가슴이 아려왔다.

평양 민족 장애인·원아지원 협력 사무소. ⓒ신영순

한반도에는 마치 척추가 마비된 것처럼 60여 년 동안 가로 막힌 38선이 있다.

이제는 자신의 장애를 극복한 남과 북의 장애인들이 나서서 이 민족 분단의 장애도 극복하는 평화와 화해의 주인공이 되고자 한다. 그리하여 미움과 불신이 가득한 분단 역사의 수레바퀴를 열어 가고자 한다.

2012년 새해를 향한 새로운 비전과 희망 속에 우리는 이번 6차 방북 지원의 긴 여정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세계를 놀라게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서거 소식은 새로운 남북 관계의 변화를 예고해 주고 있다.

하지만 새 해의 희망은 어김없이 우리 앞에 있다. 남과 북의 모든 분들이 성탄의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새해를 맞이 하시기를 기원한다.

지원한 빵을 먹고 있는 사리원 애육원 아이들. ⓒ신영순

12월부터 처음으로 지원하게 된 황주 중등학원 방문. ⓒ신영순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신영순 칼럼리스트
신영순 선교사는 지적 장애인 딸의 엄마로서 33년 동안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지난 1991년 번동코이노니아 장애인보호작업장을 설립, 7년간 원장으로 일했다. 특히 1998년부터는 식량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의 고아, 장애인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시로 한국과 북한을 오가고 있다. 칼럼을 통해 북한 장애인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들의 지원을 통해 일하고, 공부하며, 재활의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