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 대학의 장애학 클래스에서 장애인의 성문제도 심도 있게 다룬다는 칼럼을 읽고 우리나라 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에게도 성교육과 성상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성폭력상담원 교육 중에 모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님께서 본인이 직접 상담한 사례를 말씀해주셨다.

특례입학 제도가 시행되면서 각 대학마다 장애학생을 위한 학습도우미와 생활도우미 제도가 시행되었다.

약시인 시각장애 남학생의 학습도우미를 하던 비장애 여학생이 있었는데, 수업이나 과제를 할 때 수업 내용을 컴퓨터에 타이핑을 해주고, 과제 시 자료를 찾아주거나 대신 타이핑을 해주는 것이 그 여학생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강의 중에 남학생이 모니터를 보기보다 옆에 있는 도우미 여학생을 계속 쳐다보고, 타이핑 작업을 하고 있으면 장애학생이 도우미 학생에게 스킨십을 시도했다.

도우미 여학생은 학교 측에 이 사실을 알렸고, 학교 측에서는 장애학생에게 추후 같은 일이 발생하면 도우미가 바뀔 수 있음을 통보했다.

장애학생은 도우미 학생에게 사과를 했지만 이런 행동을 했던 이유는 그 여학생을 이성으로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관계를 유지해오던 중 과제물 작성을 마치고 계속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던 장애학생은 도우미 학생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겸 저녁을 사고 싶다고 했고, 도우미 학생도 좋다고 했다. 저녁을 먹고 잠시 쉬고 싶다며 모텔을 가자고 했고, 도우미 학생은 별 의심하지 않고 따라갔다.

장애학생은 들뜬 마음에 모텔에서 먹을 간식거리까지 사들고 모텔로 갔고 성인영화에서처럼 도우미 학생을 들어 침대로 던지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후 도우미 학생은 그 충격으로 학교를 떠났고, 장애학생은 도우미 학생이 안보이자 동료학생들에게 그 학생이 떠난 이유를 물었다. 수소문 끝에 두 학생과 모두 친했던 학생으로부터 그 사건 때문임을 알게 되었고 도우미 학생을 찾아가서 사과하고 싶다고 하였으나 이후에 도우미 학생을 만나지는 못했다.

위 사례에서 장애학생은 도우미 여학생을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또한 모텔에서의 행동이 성폭력인줄도 몰랐을 것이고, 도우미 학생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도우미 여학생을 찾아가 사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

필자는 장애학생에게 좋아하는 감정이 있으면 거절당하더라도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랬다면 도우미는 바뀌었을지 몰라도 여학생이 더 큰 상처를 안고 학교를 떠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특례입학 제도가 생기면서 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장애학생들 대부분은 초·중·고등학교 때 성장 과정에 맞는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을 것이다. 이성교제의 경험은 물론이고.

그러다 대학에 입학하여 많은 이성을 접하게 되면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고 비장애 학생과 사귀는 경우도 있지만 짝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장애 때문에 고백 못하는 경우도 많고, 고백하더라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습도우미와 같이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지내고 자신에게 잘 해준다면 장애학생의 경우는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느낄 가능성이 더욱 높다. 도우미를 하는 비장애 학생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다.(위 사례처럼 장애 학생이 남학생이고 도우미 학생이 여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위 사례가 극단적일 수는 있겠지만 한 대학만의 사례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드러나지 않았을 뿐 다양한 고민들을 갖고 있을 것이다.(이전에 성교육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이 그럴 것이고, 사례 또한 있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이전에 성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들을 대하는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성교육과 성상담이 실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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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미숙아로 태어나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됐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다음 인생을 고민하던 중 인터넷으로 장애인시설에 근무하던 한 여성을 만나 그곳에 있는 한 남성생활인과의 고민을 들어주다 호감을 느끼게 됐다. 거절당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장애인 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애인푸른아성 회원을 거쳐 활동가로 일했고, 프리랜서로 지체 및 발달장애와 중복되지 않는 뇌병변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강사이자 장애인 성 분야 활동가다. 현재는 장애인푸른아우성카페 운영자와 장애인성재활네트워크모임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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