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인데 중 2때 사고로 척수장애를 입었다. 친구들은 자위행위로 쾌감을 느꼈다는데 자신은 생식기를 자극해봤지만 발기가 되지 않아 고민을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남성척수장애청소년)

"11살 무렵부터 몸에 변화가 왔는데 아무도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아 몸과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좋아하는 오빠가 있었으나 그 오빠는 날 이성으로 보지 않았고 혼자 가슴앓이만 하였다."(여성 뇌병변 장애인)

위 사례들은 장애인 성분야에서 활동을 하면서 필자가 직접 접한 사례들이다.

두 사례의 장애인들이 제대로 된 성교육을 단 한 차례만 받았더라도 위와 같은 고민은 안 해도 되었을 것이다.

칼럼을 통해서 여러 차례 장애인 성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 해 왔는데, 이는 원론적이고 당위론적인 이유 이외에 이와 같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유 때문이다.

특히 뇌병변과 지체장애인에게도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최근 중․노년층에 대한 성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전문 강사와 연수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중․노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기관이나 성교육 기관 내 전담팀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의 아동, 청소년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에 걸쳐 성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필요성은 점점 대두되고 있지만 전문 강사나 연수 프로그램을 갖춘 전문 성교육 기관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은 더욱 열악한 실정이고, 지적 자폐성 장애인에 치우쳐 있어 지체 및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곳은 더욱 부족하다.

이처럼 강사나 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어쩔 수없이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기관에 장애인 성교육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비장애 성교육 강사가 장애인 성교육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기관 내에서 보수교육 과정이 생기거나 강사 중에는 장애인 전문 강사가 되신 분들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 성교육을 기피하는 기관과 강사가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적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성교육도 당연히 필요하고 강사와 기관이 늘어나야겠지만 특히, 지체 및 뇌병변 장애인의 성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왜냐하면 성적인 표현과 행동이 겉으로 드러나는 지적 자폐성 장애인에 비해 지체 및 뇌병변 장애인에 대한 성교육은 매우 등한시 되어왔으며, 글 머리에 제시했던 사례와 같이 혼자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끙끙 앓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성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의 활동 무대도 좁은 것이 현실이다.

이들 지체나 뇌병변 장애인에 대한 성교육 강화 주장과 함께 장애인 성교육시 유념해야 할 것들 몇 가지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장애인들에게도 비장애인들이 접하는 분량만큼의 성에 대한 지식을 알려준다.

둘째, 장애 특성에 따라 올바르고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준다.

셋째, 장애인에게 여성이나 남성의 성 정체성이 확립되도록 한다.

넷째, 부모, 교사 등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장애인도 남성 또는 여성으로 대하도록 교육한다.

다섯째, 성교육 방법에 있어서,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한다.

끝으로, 성적 표현이나 행동에 대한 교정에 초점을 맞춘 성교육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사회가 용인하는 방법과 범위에서 성을 건전하고 건강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더욱 초점을 맞춘 성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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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미숙아로 태어나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됐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다음 인생을 고민하던 중 인터넷으로 장애인시설에 근무하던 한 여성을 만나 그곳에 있는 한 남성생활인과의 고민을 들어주다 호감을 느끼게 됐다. 거절당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장애인 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애인푸른아성 회원을 거쳐 활동가로 일했고, 프리랜서로 지체 및 발달장애와 중복되지 않는 뇌병변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강사이자 장애인 성 분야 활동가다. 현재는 장애인푸른아우성카페 운영자와 장애인성재활네트워크모임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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