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풀,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그녀는 늘 웃는다. 걱정이 뭔지도 모르는 듯 하다. 그녀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한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때의 집중력을 보면 정말 무섭다. 그런 집중력으로 공부를 했다면 천재라는 소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먹는 것과 꽃미남이다. 그녀는 먹는 일에 집중하면 배가 터지도록 먹어댄다. 그런데 이상하게 뚱뚱하지는 않다. 운동량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녀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고 움직인다. 걸어도 될 때도 그녀는 뛴다. 특히 잘 생긴 남자를 보면 미친듯이 뛰어가서 말을 건다.

낯선 남자에게 달려가서 이렇게 말한다.

"안녕하세요? 나는 이소리예요. 나이는 22살이구요. 몇 살이세요? 결혼하셨나요?"

그런 질문을 받은 남자는 뛰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녀는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가 그 사람 앞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아까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한다.

남자는 화를 내며 그건 알아서 뭐하느냐며 쏘아붙인다. 그래도 그녀는 괘념치 않는다. 그녀는 대답을 들을 때까지 그 남자를 보내주지 않는다. 그녀의 집요함에 질려 택시를 잡아 타고 도망을 간다. 그녀에게 당한 남자들은 아마 정신이 어떻게 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파리풀,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그런데 그녀는 집안이 부유하기 때문에 옷을 아주 잘 차려입은 부티 나는 여자이다. 그녀가 입만 열지 않으면 그녀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사실 그녀는 장애판정을 받지 않았다. 경계선급 지적장애이기 때문이다.

아이큐가 73이다. 70이하여야 지적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는데 3점이나 높다. 그녀는 학습이 안될 뿐 일상 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사람들은 그녀가 너무 순수해서 천사라고 칭찬한다. 그녀는 인사도 잘하고 심부름도 잘해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녀는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을 한다.

그녀는 손님이 오면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주문부터 서빙까지 너무나 친절하다. 그런 친절 때문에 처음엔 손님들이 좋아하지만 친절이 지나쳐서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특히 꽃미남 손님은 혼자 독차지해야 직성이 풀린다. 꽃미남이 그녀에게 질려 두 번 다시 그 카페에 오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아줌마 손님들은 그녀와 얘기하는 재미에 그 카페 단골이 됐다.

"소리야, 넌 뭐가 제일 하고 싶어?"

"결혼하고 싶어요."

"어떤 남자하고 결혼하고 싶어?"

"내 남편이 대통령만 아니였으면 좋겠어요."

"뭐? 왜? 대통령이 얼마나 좋은 건데?"

"대통령은 맨날 욕먹잖아요. 그리구 죽기도 하고."

파리풀,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아줌마들은 그녀의 말에 깔깔거리고 웃었다. 아마 속으로 -이런 칠푼이-라고 한심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대통령과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대통령이 복지관에 방문했을 때 그녀는 대통령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대통령을 외면했다.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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