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을 시작하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영상편집을 배우게 되었다. 언젠가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성당 주보에 광고를 보고 기회다 싶었다. 1주일에 한번 의정부에서 일산으로 다니면서 배워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일단 신청을 하고 방법을 찾기로 했다. 다행히 활동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항상 어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먼저 선택하고 어려운 일들을 해결해 나간다. 그런 나를 주위에서는 너무 대책 없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뭔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러겠지’ 라고 말하기도 한다.

때론 대책 없이 일을 만들어 낭패를 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시도를 했기 때문에 실망이 기쁘다. 하지만 망설이기만 하다가 시기를 놓쳐버린 일들은 오래 미련이 남아 자꾸 기웃거리게 된다.

우리는 대부분 새해가 되면 1년의 계획을 세우곤 한다. 그 계획 속에는 실현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워진 계획들도 생기곤 한다. 하지만 올해에는 이런 지워진 계획을 다시 끼워주는 건 어떨까? 혹시 지워졌던 계획이 나에게 큰 선물을 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서….

며칠 전 동생네 집에서 거의 죽어가는 화분을 가져왔다. 내가 놀러갈 때마다 탐내던 화분인데 올케가 둘째아이를 출산할 때가 되어 화분에 신경을 못 써서 거의 말라가고 있었다.

집으로 가져와서 마른 가지를 잘라주며 정리를 하는데 4살짜리 아들이 “엄마, 화분이 많이 아프대?” 하며 다가와 물을 주고 싶다고 했다. 아이는 물을 주며 “많이 먹고 아프지 마라” 하며 내가 아이 아플 때 했던 얘기를 화분에 해 주었다.

이 화분이 나와 아이의 보살핌으로 언젠가 생기를 찾아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은 기대로 하루가 신.난.다.

요즘 아이들 통해 다양한 나를 만나게 됩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이 낯설었던 1992년 무슨 배짱으로 혼자 살겠다는 선언을 하고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해 출판사 편집실에서 근무하면서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만난 남자와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 일. 결혼 후 5년 만에 아이를 출산한 일. 정말 한순간 한순간이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습니다. 혼자일 때는 나에게 온 에너지를 쏟아 살았고, 결혼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지낸 3년은 내가 모르던 나를 만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일상 속 행복을 찾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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