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연대의 방향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심도 있게 진행이 될 것이라 보며 여기서는 그저 개인적인 바람을 공개된 지면으로 이야기 한다고 여겼으면 한다. 논쟁을 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했으면 한다.-

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이 전국적인 조직으로 거듭난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왔고,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당하면서도 변변하게 항의도 못하던 시절을 걷어내고 이제 자신 있는 모습으로 아이의 권리와 미래를 위해 단일조직으로 새롭게 단장을 했다.

거듭 축하할 일이다. 지금까지 부모회가 보인 모습은 교육에 초점을 맞춰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만들어 교육권을 되찾자는 것이었다면 이제 부모연대 차원의 활동은 좀 더 전문성을 가져야 할 것이고, 장애전 생애에 대한 고민을 의제를 만들어 가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법 제정 운동이 계기가 돼 부모조직이 만들어 지고 그 조직을 기반으로 성과도 만들어 낸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그 열매의 달콤함에 젖어서 방향을 잡아 가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부모연대가 출범에 맞춰 치료 바우처와 활동보조 문제, 그리고 특수교사 충원과 관련한 굵직한 사안을 만들어 냈다. 모두 중요한 것들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부모연대가 좀 더 아래로 내려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특수교육법’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 특수교육은 외면당하고 있으며 부모 개개인에게 법은 멀고 현실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법을 지켜내기 위한 바닥의 정서를 고려한 사업들을 만들어 시행했으면 하는 것이다. 이것이 한 지역에(서울) 국한된 사안이라면 전국차원에서 풀어갈 일이 아닐 것이다.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문제라면 당연히 부모연대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과제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장차법’으로 장애인의 보험가입이 허용된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보험사는 장애를 이유로 가입거부를 하고 있으니 이를 위한 방안도 강구해야 할 일이다.

하나, 하나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일이다. 부모연대가 아래로 내려갔으면 하는 표현은 이렇듯 법과 현실의 괴리감을 좁혀가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큰 틀의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작은 틀의 움직임도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큰 틀로 움직이면서 작은 것은 그것을 위한 희생이라 여겼다면 이제는 작은 부분들에 대해서도 보듬고, 챙겨 가면서 바닥의 정서를 안고 가야 할 것이다.

부모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모들 스스로 지금의 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일이다. 치료에 매몰된 생활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활동을 펼쳐 가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며 교육을 통해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부모들 스스로 자신에 찬 모습을 보일 때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가야하며 그런 일은 일회성 강의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중앙단위에서 교육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 내야 할 것이다.

또한 사안에 따라 급박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는 일이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행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그것을 구분지어 활동을 펼쳐 가야 할 것이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 가야 할 일이 있고, 제기된 사안의 문제를 지적하며 진행해야 할 일이 있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후자에 가깝게 활동을 해 왔다고 보여 지며 이는 조직력의 약화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장기적인 투쟁의 필요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매 사안마다 그렇게 진행된다는 점은 개선의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사업이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되며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방향을 제시해 실천으로 완성해 가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모연대가 앞으로의 모습을 그려봤으면 한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라고 해서 꼭 장애영역에만 초점을 맞춰 활동을 펼쳐갈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관심사들이 많고, 그것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접근해 가야할 것이다. 장애라는 공통분모로 모였으니 그것이 활동중심이 되겠지만 이제는 다변화를 꾀해야 할 시기라고 보여 진다.

부모운동이 사회운동, 시민운동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가면서 관심영역을 확대해 갈 필요가 있음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우리 아이들이 지역사회에 생활의 근거를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관심영역의 확대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가는 것이 환경변화의 잣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의 있고 없음으로 구분되는 인식을 개선해 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만들어 지는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해 간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며, 장애인식 개선은 거기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교육을 이야기 하고, 사회통합을 이야기 하지만 활동영역을 보면 여전히 장애영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물론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기에 당연한 일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진정 통합된 교육과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다양화가 필요하며, 가장 작은 지역단위에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풀어가는 방식을 만들어 간다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막 출범한 조직에 대고 왈가왈부 한다는 것이 어쩌면 잔소리나, 어깃장을 놓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부모운동을 펼쳐 가겠다고 한다면 더 큰 통합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 중언부언 해 본다.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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