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스크린 책표지.ⓒ한뼘책방

내가 가진 ‘장애’라는 정체성은 다양한 대중문화에서도 다른 것을 보게 한다. 왜들 장애인의 삶에서 꿈과 희망을 발견하고 싶어 안달들인가? 장애인은 뭐 맨날 희망을 노래하고 꿈을 그리고 써야 하나?

“아, 저들은 저렇게 사는데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이런 값싼 자기 위안과 가짜 희망을 주자고 우리와 그들로 구분 지으며 장애인을 대상화해 얻는 감동 추구는 이제 그만하자.

대중문화가 장애를 보여 주는 방식에 대해 우리는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아카데미상과 에미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여전히 스크린은 기울어져 있고, 그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장애인이 대표적인 그룹이다.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는 전체 인구의 5%를 넘지만, 장애인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스크린에서 지워지고 있다. 등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등장하더라도 투명인간처럼 취급되는 방식으로,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대상화되는 방식으로.

“장애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고 친숙해지려면 자주 보아야 한다.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이웃 1, 2, 3 혹은 거리에 지나가는 행인 1, 2, 3으로 자연스럽게 자주 장애인을 접하는 것만큼 확실한 장애 이해 방법이 또 어디 있을까?”

“농인 연기를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농인 당사자이다. 백인이 흑인으로 분장해 흑인을 연기하는 것은 어색하고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면서, 왜 아직도 장애인 역을 비장애인이 하는 ‘크리핑업’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기울어진 스크린 中-

‘기울어진 스크린’의 저자 차미경은 방송 작가, 리포터, 칼럼니스트로 활약해 온 열정적인 대중문화 감상자다. 저자는 ‘장애’라는 정체성이 다양한 대중문화에서도 남들과 다른 것을 보게 한다고 말한다.

드라마, 영화, 소설, 연극, 광고 등에서 장애인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낮은 쪽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당사자의 눈으로 본 대중문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꾸어 가야 할지 작품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저자 차미경, 출판 한뼘책방, 288쪽, 정가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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