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꿈꿀자유

자폐는 무엇인가? 지금도 수수께끼다. 과거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자폐인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또 사회가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고, 효율과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던 때 자폐인은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됐다. 그렇기에 사회와 과학은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이에 최근 출판된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는 그들이 ‘어딘지 다른 사람이 살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 ‘어딘지 다른 사람이 배울 수 있는가?’, ‘어딘지 다른 사람은 열등한 존재가 아닌가?’라는 편견에 맞서 자신의 생존권과 교육권을 확보하고 신경다양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투쟁의 역사를 담았다.

‘자폐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 냉장고 엄마라는 선정적 용어의 이론으로 엄마를 비난했으며 자폐인은 교육시킬 수 없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공립교육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또 근거 없는 치료를 자행하거나 자폐증이 MMR 백신에 의해 생긴다는 거짓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등 많은 사람이 이윤을 위해, 명성을 위해 자폐인과 그 가족들을 이용하고, 착취하고, 소외시켰다.

지금도 자폐증은 수수께끼지만 지난 80년간 사회는 자폐인이 살아갈 권리와 교육권을 보장했으며 아울러 엄마를 탓하는 문화를 떨쳐냈다.

이러한 수많은 이론의 폭력성과 비과학성을 극복하고 스펙트럼이란 개념이 정설로 자리 잡으면서 자폐인과 비자폐인이라는 이분법보다는 인간의 정신이 무수한 측면을 갖고 있으며, 각각의 측면이 모두 스펙트럼상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싹텄다.

신경다양성이라는 용어를 통해 결국 인간은 정신적 다양성을 지닌 존재이며 자폐란 특정한 측면이 덜 발달한 대신 다른 측면이 발달하는 현상으로 보게 됐다.

이런 변화가 저절로 성취된 것은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뛰어들어 각자의 몫만큼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렸다. 꿈쩍도 않던 수레바퀴가 마침내 진창을 빠져나와 구르기 시작했고, 점점 속도가 붙고 있다.

과학자, 의사, 심리학자, 언어학자, 공학자, 작가, 변호사, 영화제작자, 언론인, 교육자, 기업가, 정치인이 재능과 열정과 시간과 노력과 영향력을 아낌없이 바친 결과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한 사람, 자폐인을 끔찍한 수용기관에서 해방시켜 "바다를 보여준" 사람, 교육받을 권리를 쟁취한 사람, 이 세상에 "어딘지 다른 사람"이 살아갈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모두를 설득한 사람은 자폐인과 가족, 그리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 이름 없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이 책은 그들의 피와 땀과 눈물, 희생과 비극과 시행착오, 간절한 염원과 비범한 용기와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864쪽, 40,000원, 꿈꿀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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