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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장애, 그 경계를 살아가는 ‘청춘 고발기’

신간 ‘난치의 상상력’ 소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8-12 13:12:50
신간 '난치의 상상력'.ⓒ동녘 에이블포토로 보기 신간 '난치의 상상력'.ⓒ동녘
신간 ‘난치의 상상력’은 크론병으로 투병 중인 20대 청년 안희제가 써내려간 ‘청춘 고발기’이자 아픈 몸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비판한 날카로운 보고서다.

가장 찬란해야 할 스무 살의 여름, 저자는 발음조차 낯선 크론병을 진단받는다. 면역계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과잉 면역 반응을 일으켜 소화기의 입구부터 출구까지 염증이 생기는 희귀병이었다. 평범한 일상이 무너졌다.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밥을 먹는 날이 늘었고 수시로 몰려오는 통증에 조퇴와 결석을 반복해야 했다. 고통스러운 수술, 지리멸렬한 요양, 그리고 외로움이 스무 살의 전부였다.

그러나 아픔은 자주 묵살되었다. 사람들은 휠체어 같은 보장구를 하지도,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저자의 몸을 비장애인의 몸과 동일시했다.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저자에게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시기를 강요하거나 군 면제를 받은 저자를 건강한데 군대까지 안 가는 ‘신의 아들’이라며 비아냥댔다.

정체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저자가 오래 일했던 장애인권동아리의 회장으로 출마한 날, 저자는 ‘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료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사람들은 저자를 장애인 옆에서는 ‘비장애인’으로, 비장애인 옆에서는 ‘장애인’으로 변덕스럽게 취급했다.

한 노인으로부터 ‘젊으니 금방 나을 것’이라는 무례한 훈수를 듣거나 상대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자신이 사실은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걸 설득해야 했다. 청춘이지만 청춘이 아니고,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몸, 멀쩡한 면역 수치를 억지로 낮춰야 하는 비정상의 몸.

이 책은 사회가 정의한 어느 곳에도 들어맞지 않는 그 몸에서 비롯했다. 저자는 명확한 소속이 없는 스스로를 ‘경계인’이라 말한다. 질병과 장애, 청춘을 응시하는 저자만의 독특한 사유는 사회가 휘두르는 이분법의 횡포 사이, 그 좁은 틈을 비집고 태어났다.

1장은 질병이 저자에게 불행이었던 이유를 추적한다. 이를 위해 건강했던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사람들은 아프면 불행할 것이라고 쉽게 치부하지만 질병이 불행인 데에는 이유가 필요하다. 저자는 편견의 바닥에 있는 그 무엇을 집요하게 쫓아간다.

2장은 사회가 ‘청년’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정말 정의로운지 묻는다. “아파도 청춘이다”라는 윗세대의 게으른 충고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그런 청년은 없다”고 말하며 경계 자체를 부숴버린다. ‘청년’이란 단어로 간편하게 뭉개지는 문제들을 낱낱이 들춰내고 나아가 ‘청춘’이라는 단어의 순수성을 의심한다.

3장과 4장은 타인의 몸을 함부로 의심하는 사회와 약자에게 질병과 죽음을 강요하는 사회를 아픈 사람의 위치에서 해석하고 비판한다. ‘질병’과 ‘장애’가 세상을 인식하는 새로운 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저자의 시도는 우리에게 인식의 도구로서 ‘몸’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5장은 저자가 질병을 고백하게 된 계기와 그치지 않고 아픔을 외치는 이유를 썼다. 저자는 염증과 고통의 기록을 남기고 신음을 내뱉길 주저하지 않는다. 글과 말로 아픔을 이야기하는 자신의 행동이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몸을 돌아보고, 이를 표현하는 시작이 되길 바랐다. 저자의 말처럼 “몸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가 모인다면, 세상은 흔들릴 것이다.”

스물여섯, 첫 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날이 바짝 선 성찰과 예민한 감각이 책 곳곳에 녹아있다. 2019년의 겨울부터 올 여름의 초입까지, 짧은 시간 내 이 정도로 밀도 있는 글을 내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저자가 이미 자신만의 사유와 이야기로 중무장한 완성형 작가임을 증명한다.

경계와 차별, 배제가 난무하는 사회, 그 모든 구분과 분할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저자가 우리 곁에 도착했다. 저자만의 사유의 파동, 성찰의 맥박을 함께 뛰는 일은 우리가 청춘이라 부르는 것보다 더 격동적인 읽기가 될 것이다.

<저자 안희제, 펴낸곳 동녘, 출간일 2020년 8월 10일, 340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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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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