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 중년의 꿈 카페 정모. ⓒ에이블중년의꿈

중년의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만들고 청취하는 인터넷음악방송전문카페, 그들이 음악방송을 통해 꿈을 전달하는 모습을 스케치했다.

일주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4시간씩 방송을 내보내는 이 음악방송은 한 포털사이트 카페를 통해 매일 밤 8시부터 방송되고 있다.

‘에이블 중년의 꿈’(http://cafe.daum.net/middle.)이란 타이틀로 운영되는 이 카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중년의 희망과 꿈을 공유하며 서로 편안한 휴식과 아름다운 음악과의 만남을 위한 카페”라는 목적을 갖고 지난 3월 초 오픈됐다.

하지만 이 카페는 타이틀에 맞게 가입조건에 조금 제한을 두었다. 즉, 나이가 만으로 37세가 되어야 가입이 가능하다는 것. 이 부분만 제외하면 일반회원으로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CJ의 자격, 방송시간과의 약속

이 카페 내에서는 현재 총 9명의 CJ(Cyber Jockey)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매일 요일별로 방송을 맡아 1일 2명의 CJ가 각각 2시간 씩 진행을 한다. 방송 시간은 매일 밤 8시부터 12시까지며 그 외 시간에는 BGM 방송으로 음악이 끊이지 않는 카페로 알려져 있다.

CJ가 되려면 어떤 자격이 필요할까? 방송국장을 맡고 있는 심은선(대화명: cj꽃향기) 씨는 “방송경력이 있으면 더욱 좋지만 꼭 그렇지 않고 조금은 서툴고 어설플지라도 방송시간을 잘 지켜 진행할 수 있는 분들이면 좋겠습니다. 방송도 회원들과의 약속이니까요. 그리고 방송 경험자들은 일단 방송하셨던 파일이나 오디션을 거쳐 CJ로 선정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또한 방송은 어떤 식으로 진행 되는지, 만일 가정에서 방송진행이 된다면 어떤 방법으로 제작 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심 씨는 “방송은 방송하시는 분들의 가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컴퓨터와 관련 프로그램, 파일스캐너, 헤드셋과 마이크 등이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선곡과 멘트 그리고 다양한 애드리브까지 혼자 해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특히 “집에서 방송진행을 할 경우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어려움도 따르게 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방송을 통해 얻는 보람은 무엇?!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현재 CJ로 활동하는 회원들은 어떤 보람이 있어 매일 밤 지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밤 방송을 진행하는 김윤기(대화명: cj갯바람) 씨는 그 질문에 “장애인들은 거의 집에서 생활을 많이 해 즐길 수 있는 여가 생활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음악방송을 기다리는 장애인회원들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때문에 방송을 하다보면 그분들에게 많은 격려와 감사 쪽지를 받는데 그때가 제일 보람을 얻습니다. 저도 같은 장애인으로서 그 분들 마음을 이해하기에 더욱 보람을 얻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씨는 9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척수장애를 입고 현재 휠체어를 이용해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 CJ이다.

김 씨가 음악방송을 하게 된 이유는 “내가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음악을 듣고 싶어도 자주 접하지 못하는 카페(장애인)회원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며 음악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좋아서 시작하게 됐습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방송이 밤에 진행돼 방송시간에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일반 비장애인들은 밤에 방송하면 가족들이 싫어합니다만 우리 장애인들은 대부분 가족들이 많이 협조해줍니다. 몸은 비록 장애가 있지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족들도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고 대답해 주었다.

실제 DJ가 CJ로 변신하다

DJ 활동 시절 노석현 씨 모습. ⓒ에이블중년의꿈

이 인터넷음악방송 CJ들 중에는 과거 음악다방에서 실제로 수년간 DJ로 활동하던 회원도 있다.

그 주인공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밤에 방송되는 '용현의 뮤직데이트' 진행자인 노석현(대화명: cj용현) 씨로 주로 귀에 익은 올드 팝을 틀어주는 CJ이며 노 씨 역시 뇌졸중 후유증으로 장애를 갖고 있다.

특별히 팝송을 많이 선곡하는 이유라도 있냐는 질문에 “특별히 팝을 많이 방송하는 건 아니고 우리 가요는 언제든지 접할 수 있지만 팝 경우에는 쉽게 접할 수 없기에 팝에 치중하게된 것 같으며 중년의 카페다보니 자연스레 올드 팝들을 선곡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과거 DJ 활동시절에 대해 노 씨는 “30년 전 학생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특히 팝) 학교선배 한 분이 다방DJ을 하시는 걸 보고 그 영향을 받아서 88년 올림픽 때까지 DJ 활동을 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서울시내 유명한 다방 및 음악실에는 제 손 때가 안 묻은 곳이 없다할 정도 젊은 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화려한 DJ 경력으로 왜 CJ가 됐을까? 이 질문에 노 씨는 “시작 동기는 올해 초에 4월에 우연히 어느 사이트에서 음악과 멘트가 나오는 방송을 접하게 되어 상당한 매력을 느껴 다방면으로 정보를 알아보다가 우연히 지금 방송하시는 꽃향기님과 연락이 되어 방송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디션을 보고 방송을 하게 된 것이죠”라며 CJ가 된 계기를 답해주었다.

이어 방송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기발전과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는 것이 좋아서 하는 거죠”라며 웃음을 보였다.

또한 방송을 하며 얻는 보람과 이럴 땐 정말 하고 싶지 않다 할 때는 언제인지 질문을 하니 “각박한 세상에 음악이라는 공통적인 문화로 인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고, 아직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라고 답하며 “항상 음악과 함께 해주시는 청취자 분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덧붙였다.

특히 노 씨는 “모든 CJ들이 다 그렇겠습니다만 특히 장애를 입고 CJ 활동을 하시는 분들의 경우 노동력이 저하된 분들이나 상실 되신 분들이라 열악한 조건에서 방송을 하다 보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마이크나 컴퓨터에 이상이 생기면 방송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지요”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워 CJ 활동에 제약을 받는 회원들에 대한 걱정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렇듯 이 인터넷음악방송은 카페활동과 연계해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친목모임으로 카페 및 방송과 같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도 정모 등과 같은 모임을 가져 가족 같은 친목 쌓기에도 적극적이다.

아쉬움 남는 편성

이 인터넷음악방송의 모토가 친목카페 위주이다 보니 지금까지의 방송 편성표를 보면 이렇다 할 주제 없이 회원들의 신청곡만으로 진행되도록 짜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1일 4시간 방송 중 95% 이상이 신청곡에 의존해 방송이 된다는 것. 이렇다 보니 신청곡이 많은 날은 양호하지만 그렇지 못한 날은 한 번 신청했던 사람이 반복 신청하거나 CJ 임의로 선곡해 방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청취자 G 모씨는 “하루 4시간이라는 시간을 잘 활용해 음악뿐만 아니라 장애인관련 소식 등을 CJ 멘트로 해주면 신문이나 인터넷뉴스를 보기 힘든 장애인들도 귀로 들을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라며 방송편성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3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중년의 희망과 꿈을 공유하며 서로 편안한 휴식과 아름다운 음악과의 만남을 위한 카페”란 목적으로 오픈돼 그 목적에 충실히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회원들은 한 차원 높은 질의 방송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듯하다.

지금껏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실시간 음악방송을 해온 '에이블 중년의 꿈' 인터넷음악방송. 청취자들이 늘어가는 이 시점에서 그동안의 안정화된 방송을 고수할지 보다 새로운 포맷으로 한걸음 진보한 편성에 힘을 쏟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준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가평IL센터 PMN뉴스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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