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는 장애유형을 15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크게는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로 분류할 수 있는데 지체·시각·청각 등은 신체적 장애이며, 지적장애·자폐성장애·정신장애는 정신적 장애에 속한다.

얼마 전 어떤 이가 필자에게 장애도 앓는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이야긴즉슨 며칠 전 A신문을 보니까 지하철에 돌멩이를 던진 여자가 정신지체를 앓고 있다고 나와 있더라는 것이다. 그 사람은 장애도 앓는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정신지체를 앓고 있다는 A신문. ⓒ이복남

그렇다. 장애는 앓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신체의 한 부분이 장애로 고착화되었음을 말한다. 그래서 어떤 상태의 장애라도 최소한의 고착화를 위해서 적어도 6개월은 경과해야 되고, 차후 변화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2년마다 재심사를 해서 고착화를 확인하고 있다. 결국 앓고 있다는 것은 장애가 아니라 질환이라고 봐야 한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지체장애인으로 판정을 받았다면 그 사람의 다리는 지금도 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고착화 되었다는 것이다. 시각이나 청각도 마찬가지고 지적장애나 정신장애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다른 신문은 어떤가 싶어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B신문이나 C신문 등 다른 신문에는 전부 다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고 나와 있었다. 정신지체와 정신장애를 헷갈려 하다니…….

하는 수 없이 동부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사건 내용을 설명하고 담당자를 찾아서 겨우 통화를 했다. 복지카드에는 ‘정신장애 3급’이란다. 장애인복지카드 복사본이라도 좀 봤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이미 검찰로 넘어가서 경찰서에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하철에 돌멩이를 던진 여자는 ‘정신장애 3급’이 맞을 것 같지만 기자들은 왜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 것일까. 더구나 A신문에서는 정신장애를 정신지체라고까지 했는데 정신지체는 정신장애와 다를뿐더러 2007년 10월 15일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정신지체에서 지적장애로 변경되었으므로 정신지체란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명칭이다.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는 B신문. ⓒ이복남

지적장애와 정신장애는 엄연히 다른 분야인데 왜 헷갈릴까.

장애진단서는 관련분야 전문의라야 발급할 수가 있는데 지적장애는 ‘의료기관의 정신과․신경과 또는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담당을 하고, 정신장애는 ‘장애진단 직전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진료한 의료기관의 정신과 전문의’가 그 담당이다.

지적장애는 판정에서 ‘지적장애는 웩슬러 지능검사 등 개인용 지능검사를 실시하여 얻은 지능지수(IQ)에 따라 판정하며, 사회성숙도 검사를 참조한다. 지능지수는 언어성 지능지수와 동작성 지능지수를 종합한 전체 검사 지능지수를 말하며, 전체 지능지수가 연령별 최저득점으로 1급 또는 2급에 해당하는 지의 판별이 어려운 경우에는 GAS 및 비언어적 지능검사도구(시각-운동통합발달검사:VMI, 벤더게슈탈트검사:BGT)를 추가 시행하고, 검사내용, 검사결과에 대한 상세한 소견을 제출한다.(등등 이하 생략)’라고 나와 있다.

그리고 정신장애는 ‘정신장애의 장애등급 판정은 (1) 현재 치료중인 상태를 확인, (2) 정신질환의 진단명 및 최초 진단시기에 대한 확인, (3) 정신질환의 상태(impairment)의 확인, (4) 정신질환으로 인한 정신적 능력장애(disability) 상태의 확인, (5) 정신장애 등급의 종합적인 판정의 순서를 따라 한다.(등등 이하 생략)이라고 나와 있다.

지적장애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IQ가 70이하인 사람들이고, 정신장애는 국제질병분류표 ICD-10(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10th Version)의 진단지침에 따라 F20 정신분열병, F25 분열형정동장애, F31 양극성 정동장애, F33 반복성 우울장애로 진단된 경우에 한하여 판정한다.

작약. ⓒ이복남

우리네 현실에 비추어 좀 더 쉽게 이야기 하자면 지적장애는 인지능력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이고, 정신장애는 정신이 약간 이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장애인복지를 하는 사회복지사라면 지적장애와 정신장애를 헷갈려 하지는 않을 텐데 장애를 잘 모르는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지적장애와 정신장애도 헷갈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는 헷갈려 할 수도 있으니 둘 다 발달장애에 속하므로 진짜 전문가라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는 고착화 상태를 말하는 것이므로 장애를 앓고 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굳이 어떤 상태에 대해서 앓고 있다고 얘기하고 싶다면 그것은 장애등급으로 말하지 말고 무슨무슨 질환이나 병이라고 해서 질병에 대해서 얘기 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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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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