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당사자로 한국장애인개발원장을 선임하라고 촉구하면서 단식농성에 들어간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안중원 회장과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 ⓒ에이블뉴스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권인희 회장이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 선임과 관련해 심사위원을 맡은 자신들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인사에 대한 지지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두 회장과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안중원 회장, 인천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상규 회장 등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단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건복지가족부 이봉화 차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이용흥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용흥 후보는 한국장애인개발원장직에 응모한 5명의 인사 중 유일하게 비장애인이자 공무원 출신으로 보건복지가족부 정책홍보관리실장과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장애인개발원장 후보 5명에 대한 서류심사와 면점심사를 맡은 변승일 회장은 “이봉화 차관이 직접 영상전화로 전화를 걸어 원장 후보에 응모한 장애인 중에서 특별하게 뛰어난 분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이용흥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지를 요청했고, 나는 이 차관에게 중립적인 위치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변 회장과 함께 후보 심사에 참여한 권인희 회장도 “나도 이봉화 차관으로부터 두 차례 전화를 받았는데, 날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첫 번째 통화에서 보건복지가족부 차원에서 이용흥 후보를 장애인개발원장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지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이어 “두 번째 전화는 임원추천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바로 전날 걸려왔는데, ‘내가 왜 전화를 걸었는지 알지 않느냐’면서 이용흥 후보에 대한 지지를 재차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두 회장은 “평소 차관이라고 하면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 위치의 인물인데, 차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온 것은 상당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면서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나서서 장애인개발원장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한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안중원 회장은 “보건복지가족부의 차관이 산하 기관이나 다름없는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 선임과 관련해 전화를 걸어 특정 인사에 대한 지지를 요구한다면 압박을 받지 않을 심사위원은 없을 것”이라며 “이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거들었다.

권 회장은 이용흥 후보가 실제 5명 중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 후보는 장애인계에 대해 전혀 몰라 다른 후보들에 비해 면접시험을 제대로 못 봤는데, 결과적으로 5명 중 최고 점수를 받았다”면서 “이는 임원추천위원들이 이 차관에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장애인개발원 원장 선임과 관련한 장애인계의 공통된 입장은 장애인당사자가 선임돼야한다는 것.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각각 복지부의 낙하산 인사 시도를 경계하는 성명서를 내어 장애인당사자가 장애인개발원장에 선임돼야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 시각장애인연합회 권인희 회장, 장애인문화협회 안중원 회장, 인천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상규 회장도 재차 “장애인개발원장은 장애인계와의 신뢰 구축과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장애감수성을 지닌 장애인당사자로 선임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중 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과 장애인문화협회 안중원 회장은 장애감수성을 지닌 장애인당사자로 장애인개발원장으로 선임할 것을 촉구하면서 기자회견 이후 곧 바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두 회장은 현재 이룸센터 로비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고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 한 관계자는 “차관님은 장애인단체장들과 수시로 전화를 걸어 장애인계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사이”라면서 “장애인개발원 문제와 관련해서 전화를 걸어 상의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답변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 인사 개입의혹을 받고 있는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약력. ⓒ보건복지가족부 홈페이지

이룸센터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단. ⓒ에이블뉴스

왼쪽부터 인천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상규 회장,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권인희 회장,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안중원 회장.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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