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마쿠하리 멧세 B홀에서 열린 K44 남자 -75kg급 동메달 결정전. 주정훈 선수가 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 마고메드자기르 이살디로프에게 24대14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사진공동취재단

태권도 주정훈 선수(27, SK에코플랜트)가 첫 패럴림픽 무대에서 종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3일 이리본 마쿠하리 멧세 B홀에서 열린 2020도쿄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주정훈 선수가 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 마고메드자기르 이살디로프 선수(30)에게 24대14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태권도는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스포츠로 뻗어 가고 있다. 현재 대륙별 종합경기 대회와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많은 관중들이 환호하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 도쿄패럴림픽에서는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장애인 스포츠의 새로운 도약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됐다.

역사적인 순간, 우리 대표팀은 주정훈 선수가 대한민국 최초의 패럴림픽 국가대표로 나섰다.

주정훈 선수는 비장애인 태권도와 장애인 태권도를 모두 경험한 실력파다. 주정훈 선수는 2살 때 할머니 댁에 있던 농기구에 오른손을 다치며 손목 아래를 절단했다. 이후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나,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으로 선수 생활을 멈추게 된다.

그렇게 태권도를 그만둔 지 7년, 지난 2015년 태권도가 도쿄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다시 용기를 갖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 결과, 2020도쿄패럴림픽 아시아대륙선발전 K44 남자 -75kg급 1위를 차지하며, 대한민국 선수로 유일하게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번 대회에서 태권도는 각 2분씩 총 3라운드로 나눠 진행된다. 각 라운드별 점수를 합산해 최종 승자를 가린다.

16강 패배 뒤 전승, 동메달 불씨 살려

태권도 종주국의 첫 패럴림픽 출전, 그 첫 경기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열린 K44 남자 -75kg급 16강전에서, 주정훈 선수는 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 마고메드자기르 이살디로프를 상대해 승리를 내줬다.

첫 라운드에서 주정훈 선수는 뒤돌려차기 등 고득점 기술을 성공시키며 11대9로 앞서갔으나, 2라운드에서는 연달아 공격을 허용하며 점수차는 17대22로 벌어졌다. 끝내 주정훈 선수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31대35로 패했다.

금메달 도전은 아쉽게 끝났지만, 아직 메달 획득의 기회는 남아있다. 이번 대회에서 16강에서 패한 선수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메달 획득의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

주정훈 선수는 패자부활전 8강에서 터키 파티흐 셸리크(29)에게 승리하며 불씨를 살렸다.

주정훈 선수는 1라운드에서 상대의 빠른 공격에 연속 5점을 실점했다. 이후 평정심을 되찾고 연속 몸통차기 성공으로 12대5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나머지 두 세트에선 벌어진 점수차를 유지해 총점 40대31로 가볍게 승리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16강에서 패배를 안긴 마고메드자기르 이살디로프를 상대로 몸통차기를 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어서 열린 패자부활전 준결승전에선 아제르바이잔 아불파즈 아부찰리(30)와 승부를 벌였다.

1라운드 초반은 두 선수의 탐색전이 이어진 가운데, 주정훈 선수는 몸통차기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10대10으로 균형을 맞췄다. 2라운드에서는 상대는 점수차 극복을 위해 근접전을 유도했으나, 주정훈 선수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25대23으로 승기를 잡았다.

주정훈 선수의 기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12점을 따내며 상대를 압도했다. 이후에도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46대32로 승리를 거뒀다.

16강전 리벤지 매치 ‘승리’… “할머니께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파”

마침내 도착한 동메달 결정전, 상대는 16강에서 패배를 안긴 마고메드자기르 이살디로프로 결정됐다.

앞선 패배의 교훈일까. 주정훈 선수는 1세트 초반 공격적인 운영으로 내리 6점을 따내며, 8대2의 점수로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에서도 거침없는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연이은 공방 속에서 몸통차기를 적중시키며 14대7로 점수차를 유지했다.

마지막이 될 3세트, 오랜 경기로 주정훈 선수의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지만 몸통차기를 성공시키며 점수차를 21대10으로 벌렸다. 그리고 마침내, 주정훈 선수는 24대14로 동메달을 따냈다.

경기를 마친 주정훈 선수는 눈물을 보이며 취재진을 맞이했다.

주정훈 선수는 “한 번도 경기를 끝나고 울었던 적이 없다. 그런데 이렇가 많은 압박이 한 번에 무너지면서 눈물이 많이 난 것 같다. 이제는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특히, 주정훈 선수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주정훈 선수는 “어릴 적에 손을 다치면서 할머니께서 한탄을 많이 하셨다. ‘너무 잘 컸는데 할머니가 미안하다’, ‘나 때문에 이렇게 다친 것 아니냐’ 이렇게 하셨는데, 그 짐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어릴 적 할머니와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아드렸다고 생각한다. 할머니께서는 치매로 인해 잘 못 알아보시긴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덜어내시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파리패럴림픽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며,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주정훈 선수는 “파리패럴림픽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시합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노력한 사람이 1등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파리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기사는 2020도쿄패럴림픽 장애인·복지언론 공동취재단 소속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공동취재단은 복지연합신문, 에이블뉴스, 장애인신문, 장애인복지신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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