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첫 개인전을 연 중증장애인 이주연 작가 모습.ⓒ에이블뉴스

“올해 50세, 장애인으로 산지 딱 절반이네요. 장애인이 된 후 두 번째 삶은 완전한 자립을 꿈꾸는 작가로, 많은 사람에게 그림으로서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중증장애인 이주연 (50세, 지체1급)작가의 첫 개인전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이음센터에서 시작됐다. ‘두 번째 삶을 보다’는 주제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꽃과 나비를 모티브로 삼아 총 25개 작품을 선보였다.

이주연 작가는 25세였던 1993년 6월, 결혼을 앞두고 빨래를 널다 추락해 경추 3,4,5번을 다쳤다. 도저히 가망이 없다며 장례까지 준비했던 이 작가는 기적같이 의식이 돌아왔지만, 몸 구석구석의 욕창으로 7년간 고생하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가평 꽃동네에 입소했다.

“돈이 좀 있으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데, 돈이 없으면 월세방을 전전하고…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시설로 갔어요.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고, 그나마 대중들에게 개방된 곳이었으니깐요.”

2000년부터 14년을 꽃동네에서 살아온 그는 “제2의 삶을 살게 해준 곳”이었다고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희망조차 없었지만, 조금씩 장애를 수용하고, 그림을 배워 작가로서의 인생을 꿈꾸게 한 것. 이날 이주연 작가의 전시 오프닝에는 꽃동네 관계자들과 거주인들이 찾아와 축하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수녀님에게 ‘혹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고 물으니, 미술동아리를 추천해줬어요. 그냥 그때는 관심보다는,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이주연 작가의 작품. (위)숨바꼭질(아래)기원.ⓒ에이블뉴스

손을 쓸 수 없는 그는 고무줄에 연필을 감고 선을 긋는 것부터 배웠다. 당시에는 미술에 각별한 애정보다는 십시일반 그를 도와준 지인들에게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에 애정이 생기고, 잃어버린 웃음도 찾았다.

“예전에 꽃동네 들어가기 전에는 나는 웃으면 안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림을 그리면서 나도 웃을 수 있단 것을 깨달았죠.”

이주연 작가의 작품 활동은 주로 엎드려서 고무줄에 붓을 감고 그림을 그리거나, 붓을 입에 물고 이뤄진다. 엉덩이, 팔꿈치, 종아리 등 몸 여러 곳의 욕창 때문에 누워있는 시간이 더 많지만, 붓을 놓을 계획은 없다.

이주연 작가의 작품 활동 모습.ⓒ에이블뉴스

현재 이주연 작가는 더욱 활발한 작품 활동을 위해 꽃동네에서 퇴소한 후 2015년 6월부터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자립생활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앞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작가로서, 또 장애인 동료상담가로서의 인생도 꿈꾼다. 이주연 작가가 그림 소재로 주로 사용하는 ‘나비’처럼 훨훨 날기 바라면서 말이다.

“저는 중도장애인이라서 꼼짝 못 하지만,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희망도 주고 싶고, 스스로도 희망을 품고 살고 싶어요. 많은 사람에게 그림을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죠,”

한편, 이주연 작가의 개인전 ‘두 번째 삶에서 보다’ 작품들은 오는 29일까지 이음센터 이음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이주연 작가의 작품 나비 모습.ⓒ에이블뉴스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이음센터 이음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주연 작가의 개인전.ⓒ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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