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횡성장애인회관에서 출발. ⓒ한국장애인연맹

지난 8월 19일 반시설과 장애인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13명의 장애인이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12일간 강원도 강릉을 시작으로 강원, 원주, 춘천, 남양주 등을 거쳐 오는 30일 서울에 입성하게 된다. 전국을 돌며 장애인 시설의 문제점과 인권침해·유린 등의 현실과 ‘장애인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국토대장정을 공동주관한 한국장애인연맹(DPI)의 자료협조를 받아 긴 여정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8월 24일, 작성자: 이종욱 제3기 국토대장정 부대장

이제 제법 아침에는 선선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콧물 훌쩍거리는 대원도 한두명 나타났다. 어제 밤에 빨래 논 빨래들이 덜 말랐다. 아직 한 낮에는 뜨거워도 가을이 시작된 건 분명한가보다. 늘 그렀듯, 대원들은 출발 준비 하느라 분주하다.

횡성장복에서 제공해 준 아침식사를 마치고 복지관 관계자분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는 다시 행진을 시작하였다. 오늘의 목적지는 홍천이다. 이곳은 국토대장정을 진행하는 한국DPI에서 답사 왔을 때 가장 비협조적이고 오지 말란 소리까지 면전에다 했다고 하는 곳이다.

역시 오늘도 태양은 무척 뜨겁다. 까맣게 그을린 대원들 중 나를 포함한 몇몇은 선글라스를 낀 눈 부분만 하얗게 꼭 팬더 마냥 탔다. 보고 있자니 입가가 실룩거려진다.

오늘은 31km를 이동한다. 일주일 정도를 달리는 것만 하다보니 이제 대원들도 몸에 익었는지 제법 잘 따르며 이동했다.

그리고 나는 잠시 뒷 쪽에서 행진을 하게 됐다. 어제 오후부터 한 신문사가 동행취재를 하였는데 맨 앞에서 움직이는 내가 자기가 생각하는 그림에 안 맞는단다. 화려하다나..^^;; 장애인은 화려하게 하고 다니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닌데요.. 하며 얼버무렸다. 아무튼 그 기자 때문에 난 뒷줄로 옮겨서 이동하게 된 거다.

오전에만 21km를 이동하고 점심을 먹었다. 오늘 코스는 그 흔한 나무 그늘 하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식당도 뜨믄뜨믄 있고, 그나마 우리가 식사하는 집에서도 전동휠체어를 한꺼번에 충전할 수 없어서 그나마 베터리가 많이 남은 내 휠체어는 나중에 충전을 했다.

몇몇의 대원들은 식사를 하고 낮잠을 잤지만, 대부분은 체력도 좋은지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꿈같은 휴식이 어느덧 끝나고 오후 행진을 시작했다. 역시나 해는 지치지도 않고 뜨거운 열을 발사해댔다. 땡볕만 달려오던 우리에게 반갑게도 터널이 보였다. 처음 터널을 만났을 때 다들 긴장하면서 통과 했지만 오늘의 터널은 이리도 반가울 수가 없다.

터널은 금방 지나가고 다시 땡볕을 행진하며 땡볕에서 쉬며 쿨타올과 몸에 물 뿌리기를 몇 번인가 했을 쯤 우리는 홍천에 입성할 수 있었다. 홍천 북방면사무소에 도착하였는데 토요일인데도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리 얘기는 들었지만 단 한명의 직원도 내다보지도 않았다. 그냥 우리는 우리대로 인증샷을 찍어야 하니까 후딱 찍고 근처에 있는 모텔로 들어섰다.

대원들은 꽤 긴 거리를 행진하였기에 많이 지쳐보였다. 모텔 뒤 나무 그늘에 모여 이른시간이지만 평가를 하고 바로 각자 쉬기로 했다.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었기에 그냥 일정공유정도와 내가 대표로 짧은 평가를 하고 끝냈다. 그리고 저녁시간 현재 한국DPI에서 육아휴직 중인 이성희 간사와 그의 아버지, 딸 지윤이와 같이 지지방문을 오셨고, 홍천에서만 맛 볼 수 있다는 전분경단을 지지방문 선물을 주어 저녁식사와 같이 맛있게 먹었다.

홍천으로 고고씽. ⓒ한국장애인연맹

그늘이 없이 차 옆에서 땡볕 피신 중. ⓒ한국장애인연맹

땡볕엔 터널이라도 시원해서 좋다. ⓒ한국장애인연맹

이종욱 대원과 심규봉 대원. ⓒ한국장애인연맹

점심식사 후 달콤한 휴식를 취하고 있는 황석재 대원. ⓒ한국장애인연맹

점심식사 후 졸고 있는 이종욱 대원. ⓒ한국장애인연맹

오늘의 목적지 홍천 북방면에 도착. ⓒ한국장애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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