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개 코코. ⓒ샘

딸, 우리 강아지 코코, 그리고 나. 눈 오는 날 길을 걷는데 맥도날드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음이 맞아 맥도날드로 향했다.

아차, 강아지가 있었구나. 음식점에 강아지가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불문율이다. 예외는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그러나 우리 강아지는 안내는 고사하고 고리를 풀면 뛰어 달아나 버린다. 문앞에서 머뭇거리자 매니저가 달려 나온다.

"그 강아지 장애인을 위한 동료견이죠? 강아지 데리고 들어 오세요."

아, 그랬구나. 동료견(companion dog)이라는 것이 있었지. 딸하고 나는 큰 선물이나 받은 듯 기뻐서 안으로 들어갔다. 내 무릎에 앉은 싯추 코코는 낯선 풍경에 커다란 눈을 굴린다.

이것 저것 온기 있는 음식들을 맛나게 먹으며 창밖을 보았다. 차가운 바깥 풍경을 내다보며 실내의 따뜻한 기운이 안온함을 더해 준다. 따뜻한 매니져가 있어서 더 그럴까?

엄밀하게 따지면 그는 강아지가 업소에 들어오면 법적으로 승인을 받은 장애인용 견인지 확인을 해야 한다. 그러나 매니저는 그런 것 아랑곳없이 우리 코코를 받아들인 것이다.

가끔씩 법이 아직 다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사랑으로 덮는 미국인들이 있어 마음이 훈훈해 진다.

그러나 미국에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법이 다 미치지 못하는 부분까지 사랑으로 덮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법을 지키지 않고 장애인에게 불편을 주는 사람이나 회사들도 있다. 미 서부 유타주의 폭스 매네지먼트 컴퍼니가 그 대표적인 예다.

미국에는 대형 아파트 관리를 주인이 하는 것보다는 용역 회사에 맡겨 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용역 회사는 조직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 웬만하면 실수를 하지 않고 분쟁이 생겨도 워낙 튼튼한 배경을 가지고 있어 패소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전문가들이니까.

나도 몇 번 잘못된 점들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으나 워낙 전문가들이어서 교묘하게 빠져 나가는 데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용역회사(매니지먼트 컴퍼니)에 대항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매니지먼트 컴퍼니 폭스는 한 상의군인에 의해 손을 들었다. 이례적인 일이다. 바위가 계란에 의해 깨진 것이다.

한 상의군인 장애인 버톤이 아파트에 입주 신청을 하며 신청서에 개가 있다고 써 넣었다. 미국의 많은 아파트는 개를 가지고 오는 것을 거절한다. 개의 오물과 털등이 아파트를 망치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장애인일 경우에는 안내견이나 동료견 등을 허락해야 한다. 아울러 애완동물 입주비인(pet fee) 수백 달러도 면제해 줘야 한다.

아무리 철저하게 개를 막는 아파트도 그 법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런데 폭스 매니저 데릭 피터슨은 거절했다.

그는 개를 가지고 들어올 경우 pet fee는 물론 보험까지 들것을 요구했다. 미국에 살면서 그런 대형 회사의 매니저로 일하면서 장애인에게 그런 요구를 했다는 것은 황당한 사건이 아닐 수가 없다.

버톤은 작년 12월 21일 이 사실을 당국에 고발했다. 당국은 사안을 감안 긴급히 재판을 열어 상의군인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제 그는 2만 달러라는 보상금을 받으며 개와 함께 아파트에 입주하기로 결정됐다.

유타주 공정 주택 관리국의 토마스 페레스는 ‘우리는 버톤씨의 주택권승소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말했다.

유타주의 주 변호사 데이빗과 공정 주택 관리국의 존 트레비나 보좌관 등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어떤 장애인도 주택 입주에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 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 판례로 인해 미국의 각주에서는 장애인 불공정 주택 소송이 급격히 늘고 있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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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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