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얼굴 전면과 팔 양쪽에 화상을 입은 신덕성씨. ⓒ에이블뉴스

“화상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다. 따가운 사회적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신덕성(50세·지체장애 2급·기초생활수급자)씨는 28살인 1992년 12월 겨울 얼굴 전면과 팔 양쪽에 화상을 입었다.

신씨의 얼굴 피부는 심한 화상으로 목까지 흘러내리는가 하면, 양쪽 손의 손가락은 변형되고 붙어버려, 원상태로 복원시키는 재건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1997년 우여곡절 끝에 퇴원은 했지만 화상에 따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는 신씨를 괴롭혔다. 여기에 사회적 시선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신씨는 “사고 후 깊이 잠들어 본적이 없다.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퇴원하니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살래’ 하면서 피해 다녔다. 사회적 편견이 시작됐다. 존재가치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마지막 보루였던 교회에서 조차 신씨는 이방인처럼 따돌림을 받아야만 했다.

결국 신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죽기 위해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고 산에 올라 목을 매달기도 했다.

또 달리는 자동차에 뛰어드는가 하면, 동작대교와 건물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신씨는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이렇게 총 12번의 자살을 시도했다.

신 씨는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우여곡절 끝에 퇴원했지만, 따가운 사회의 시선은 현재까지 변한 것이 없었다.

꼭 필요한 심리치료도 언감생심인 상태다. 사고 이후 치료비 등의 지출로 빛까지 진 상태에서 심리치료를 받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

신덕성씨가 화상장애인에 대한 심리치료의 필요성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신씨는 “지금도 지나가면 ‘재수 없다’고 하는가 하면 ‘왜 나를 쳐다봐’하는 사람이 있다. 시비가 붙어 싸운 적도 있다. 사회는 여전히 변한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위에서 화상으로 자살한 사람을 10명 정도 봤다. 결국 화상에 따른 육체적 고통과 함께 심리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씨는 "화상장애인에게 육체적 치료만큼 심리적 치료도 중요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싶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병원 진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포기한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씨는 “화상장애인을 위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됐으면 좋겠다”면서 “이마저도 힘들다면 최소한 관련 장애인단체나 복지관 등 지역사회에서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 등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화상장애인을 지원하는 한림화상재단의 황세희 사무과장은 “화상장애인의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 불안 등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며 심리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중증재난 의료비 지원사업에 따라 화상도 초기 육체적 치료 등에 따른 의료비 지원이 된다. 하지만 퇴원 후 외래, 심리적 지원은 예산 부족으로 안되는 면이 있다”며 "화상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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