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장애인등편의법 위반 관련 모의재판에 출석하라고 요구했다.ⓒ에이블뉴스

경찰서 내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3차례 경찰 조사를 거부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일 서울경찰청장을 찾아 김광호 청장에게 오히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을 위반했다며 모의재판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며 지하철 시위와 도로 점거 등으로 인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서울 시내 6개 경찰서(혜화, 용산, 종로, 남대문, 영등포, 수서)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았다. 전장연은 이곳 중 절반인 3개 경찰서(혜화, 용산, 종로)에 방문해 엘리베이터가 없다며 사실상 조사를 거부했다.

경찰서는 장애인등편의법이 시행된 1998년 이전 지어진 건물로, 장애인등편의법 위법사항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전장연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이 24년이 지났는데 왜 지키지 않냐. 경찰부터 법을 지켜라”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 산하 경찰서 31곳 가운데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는 곳은 10곳이다.

전장연은 또 김광호 청장에게 서울시내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 및 설치이행계획을 발표하라고 요구안을 전달한 바 있다. 서울경찰청은 전장연의 잇따른 출석 거부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남대문경찰서를 집중수사 관서로 지정하고 전장연 관련 사건을 병합 수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장애인등편의법 위반 관련 모의재판에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경찰청 민원실에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는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은 이 같은 서울경찰청의 결정이 장애인등편의법 위반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꼼수라고 짚었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돼 있지만, 경찰은 이를 지키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관련 기관에는 장애가 있는 사람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이 법이 2007년 제정됐는데 그 법을 지키고 있냐”면서 “21년 이동권 투쟁하면서 경찰에 수없이 연행됐지만, 편의시설이 안 돼 있어서 난감한 적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등편의법이 제정됐으니 접근권 좋아졌다고 말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차별당하거나 인권침해 당했을 때 경찰서에 접근할 수 없다. 감히 누구를 처벌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냐”면서 “서울경찰청 스스로 반성하고 자신을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경찰청부터 장애인의 접근권을 지킬 것을 피력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국장 또한 “서울경찰청은 2년 내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의무시설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법기관이며 시민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서도 “장애인은 수사를 받으러 갈 수 없고, 가장 상식적인 권리를 요구했는데, 범죄자 취급을 한다. 누가 누구를 단죄하냐”면서 장애인의 사법 접근권 보장을 외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장애인등편의법 위반 관련 모의재판에 출석하라고 요구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에 전장연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울경찰청 민원실에 이달 29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리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장애인등편의법 위반 모의재판’ 출석요구서를 전달했다. 장애인등편의법 위반으로 김광호 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기소해 편의시설 설치 미비 문제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지하철을 타면서 한 행동은 헌법에 규정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21년간의 투쟁 과정이었다.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감옥 같은 거주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함께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투쟁”이었다고 설명하며, 투쟁에 대한 처벌을 지금까지 다 받았고, 이후에도 처벌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광호 청장을 향해 “29일 모의재판에 출석해 24년간 왜 공공기관이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은 이유를 알려달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음에도 왜 불법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는지 언론과 장애인에게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해달라”고 전했다.

전장연은 김 청장의 모의재판 출석 여부에 따라 이달 31일 오후 2시 전장연 집중수사를 맡은 남대문경찰서를 찾아 자진 출두 여부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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