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경기도 여주 라파엘의집 코로나 감염과 관련된 대책에 대해 긴급탈시설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권단체들이 코로나19 확진에 따라 코호트 격리 중인 장애인시설 경기도 여주 라파엘의집의 중증장애인들에 대해 ‘긴급 탈시설’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 4개 장애인권단체는 29일 인권위 앞에서 라파엘의집 코로나 감염 대책으로 긴급탈시설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지난 24일 라파엘의 집 입소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뒤 건물이 통째로 봉쇄되는 코호트 격리가 진행됐고, 시설 내에서 불과 사흘 사이 30명 이상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 라파엘의 집 내 집단확진자 중에는 거동이 불편한 하지마비 장애인이 다수로, 중증장애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 위기에 노출됐다는 설명이다.

29일 전국장애인철폐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경기도 여주 라파엘의 집 긴급 구제 및 탈시설 촉구’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전장연은 최근 일주일 사이 확진자 667명 가운데 221명이 병원이나 요양시설 같은 취약시설 관련 환자와 장애인들이며 라파엘의 집뿐만 아니라 장애인 거주시설 등 취약시설에서 자행되는 코호트 격리가 다수 중증장애인의 코로나19 집단 확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호트 격리 조치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철저한 방역 지침이 지켜지는 하에서만 제한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음에도 위생관리가 어려운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 코호트 격리를 취하는 것은 보건적 조치라고 볼 수 없다는 것.

이에 이들 단체는 인권위에 ‘경기도 여주 라파엘의 집 긴급 구제 및 탈시설 촉구’를 주문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왼쪽부터)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대표, 공익인권법재단 염형국 공익변호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 ⓒ에이블뉴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대표는 “시설에 확진자가 발생하자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시설을 폐지한 것은 장애인들을 희생시킨 것”이라며 “장애인들은 지역사회에서 살아야한다.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를 받고 서비스가 필요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는 거주시설의 장애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긴급탈시설을 촉구한다. 시설에 살고 있는 모든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열심히 투쟁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장애인들도 이제 시설에 갇혀 살아선 안 된다.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서도 장애인들의 지역사회에서의 자립된 보편적인 삶을 명시하고 각 당사국들에게 이것을 촉구하고 있다”면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살아갈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할 때가 됐다. 더 이상 탈시설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코로나 거리두리 단계가 격상되면 외부 접촉방지를 위해 외부방문, 자원봉사 금지를 실시한다”면서 “이런 장애인 거주시설 격리가 수차례 반복됐다. 감염이 되지도 않았는데 위험하다는 이유로 격리돼 살아가야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조치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11조 '위험상황과 인도적 차원의 긴급사태'에 따라 코로나19 시기에 지역사회 자립생활에 대해 조기 퇴소가 적절한 방안이고 장애인의 권리임을 강조했다”면서 “시설에서 완전히 자립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임시적으로라도 긴급하게 시설에서 나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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