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된 가운데, 기본적인 틀만 제시된 현행 민법에서 벗어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조치로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율촌·온율, 국회의원 이상민, 국회의원 김정록, 국회의원 최동익, 사단법인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는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성년후견제 시행2년 점검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성년후견제도는 2013년 7월 시행된 제도로, 가정법원의 결정 또는 후견계약을 통해 발달장애인 등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를 지원한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 율촌 윤홍근 변호사는 “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법규정 중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 규정들은 과감하게 개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율촌 윤홍근 변호사가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성년후견제 시행2년 점검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친족상도례 적용 배제돼야

먼저 윤 변호사는 “이른바 친족상도례고 불리는 친족간의 일정 범죄와 고소의 관계에 대한 형법 제 328조의 조항은 후견인이 친족인 경우 즉각 적용이 배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형법 제 328조는 제 344조, 제 354조, 제361조의 규정에 의해 재산에 관한 범죄 일부에 대해 친족간의 범행은 형이 면제되거나 친고죄로 돼 결국 고소가 없으면 실제 처벌을 받지 않는다.

윤 변호사는 “핵가족화라는 가족 현상의 변화로 이미 친족상도례제도 자체가 비판을 받는 상황에 와 있다”면서 “후견인이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후견인과 차별해 친족상도례를 적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아얘 단일 조문의 특별법을 만들어 형법 제 328조, 제 344조, 제354조, 제 361조 및 제 354조의 규정을 친족이 후견인인 경우 배제하면 될 것”이라고 방안을 제시했다.

300여개 넘는 결격조항 일괄 폐지

윤 변호사는 “300여개가 넘는 엄청난 양의 법률이 피후견인에 대한 각종 자격취득이나 임용, 사업허가, 인가 등의 접근을 원초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관련 조항들도 일괄 폐지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예컨대 국가공무원법 제 33조 1호는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피후견인이 공무원으로서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이 있는가의 문제는 그 사람이 피후견인 인가와는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라면서 “그런 이유만으로 국가공무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참정권의 침해로 위헌의 소지마저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됨은 물론 참정권의 침해를 야기하는 법률은 대충 보아도 공무원 등 임용 결격사유를 규정한 지방공무원법 제31조, 경찰공무원법 제7조, 국가정보원직원법 제 33조, 군인사법 제21조의 규정 및 배심원 자격 박탈을 규정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 17조의 규정 등으로 같은 이유에서 마땅히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변호사법 제5조, 변리사법 제4조, 법무사법 제6조 등 다른 법률에 대해서도 각종 전문분야에서의 공인자격을 피후견인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봉쇄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방법으로는 특별법 형식으로 일괄 폐지돼야 한다”면서 “현재 유사한 취지의 ‘피성년후견인 등의 차별금지 및 가격제한에 관한 특별법’의 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 내용을 정비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법인후견인 제도 구체화 필요

윤 변호사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노령인구에 대한 후견업무 수행을 위한 전문적 후견인 양성제도를 정비하고 법인 후견인 제도를 구체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윤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일반적으로 후견인은 친족후견인, 공공후견인, 전문후견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 법인후견인이라는 또 다른 범주를 포함시킬 수 있다.

윤 변호사는 “후견인을 누구로 할 것인가의 고민은 후견인을 친족의 범위를 넘어서 구할 때 생기기 쉽고 신뢰를 가지고 미리 후견인을 지정할 수 있을지와 관련한 문제에서는 공공후견인도 회의적인 답변이 나오기 쉽다”면서 “전문후견인의 경우에도 공공후견인인 경우와 같은 문제가 있는 것은 물론 추가로 상당한 비용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인이 후견인이 되면 아무래도 영속성이 더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 법인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노출돼 있을 것이므로 능력을 검증하기가 쉬우며 조직 구성에 따라서는 자연인인 후견인보다 충실한 후견사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윤 변호사는 “후견사무를 사업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 필요하다”면서 “영리법인을 허용할 경우 최소한의 인적자원이나 물적 시설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함과 동시에 후견사무를 성실히 수행하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인환 교수,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송남영 정책기획실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강남일 전문위원. ⓒ에이블뉴스

이에 대해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인환 교수는 “친족에 의한 착취나 재산적 학대에도 불구하고 친족후견인에 의한 피후견인의 재산적 침해를 제어할 법적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시급한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격조항에 대해서도 결격조항이 피후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사회활동을 가로막는 부당한 조항으로 헌법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장애인권리협약 폐지가 마땅하다는 주장에 찬동한다”고 말했다.

법정후견 관련 대체적인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친족 외 후견인의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영속성이 있고 사회적 신뢰가 높은 법인 단체에서 후견인 후보자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송남영 정책기획실장 또한 “친족후견인의 친족상도례의 조항 적용 배제는 당연하다”면서 “자격제한 문제도 자격제한 조항의 개정 등을 통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법인후견에 대해서도 장기적이고 계속적인 사안에 대응하기 쉽다는 점, 법인에 대한 신뢰성이 담보된다는 점, 개인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사례에도 대응이 쉽다는 점을 들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동의했다.

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강남일 전문위원은 “법인후견인 제도를 구체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은 매우적절할 뿐만 아니라 시급히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고 동의하면서도 “국가공무원법이 피후견인에 대한 임용자격을 제한하는 것을 참정권의 침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강 전문위원은 “(피한정후견인) 공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무원 임용시험 등 절차도 후견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애초에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의료인, 약사 등 피후견인이 더 좋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감을 하고 있지만 후견인의 도움을 받아 결정해야 하는 사람에게 그러한 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면서 “법률의 제개정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온율 등이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성년후견제 시행2년 점검 심포지엄’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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