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산3동 주공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 김순미씨(39세, 뇌병변1급)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투표를 하기 위해 4일 투표소를 찾았다. 오후 1시, 그녀를 만난 곳은 계산3동 제4 투표소인 인천 안남초등학교.

투표소로 향하는 편의는 잘 되있는 편이었다.ⓒ에이블뉴스

“항상 투표를 해왔다”며 앞장서는 그녀의 뒤를 따라 투표소로 향했다. 가는 길의 편의는 나름 잘 되 있는 편이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김씨를 위한 경사로도 완비가 잘 돼 있었고, 밖에서 투표장으로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친절했다. 김씨 또한 “편의나 친절은 괜찮다”며 흡족해했다.

그러나 문제는 투표장이었다. 그녀가 투표할 곳은 1-4반. 한산한 투표장에 들어선 김씨는 관계자들로부터 투표용지를 받아들었다.

투표용지를 받아든 김순미씨.ⓒ에이블뉴스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안내받은 장애인 기표대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골판지로 만든 위태한 기표대를 본 김씨는 “이런 곳에서 어떻게 투표하라는 거냐”는 불만을 드러내며 기표대로 향했다.

그녀의 비밀투표도 보장되지 않았다. 투표용지를 받아든 유권자들이 그녀가 투표하는 모습을 모두 훤히 볼 수 있는 것. 김씨는 “칸막이도 없냐. 옆에 다 보이지 않느냐”고 호통을 쳤고, 그제 서야 관계자들은 칸막이를 펼쳤다.

김씨의 지적은 계속됐다. 바닥에 깔린 비닐을 보고서는 “이건 계속 지적했던 부분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나가는 길마저 너무 좁았다. 기표대 하나를 치우고 나서야 김씨는 투표장에서 나갈 수 있었다.

김순미씨는 발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었다.ⓒ에이블뉴스

투표를 마쳤지만 개운하지 않았던 김씨. 급기야 총 책임자를 불렀다. 책임자라고 나선 라광호 관리관은 그녀의 불만을 모두 듣더니 “초등학교 교실이다 보니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건의해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말을 남기며 떠났다.

김씨는 “예전에는 기표대가 단단해서 투표하기도 편했다. 나 같이 발로 투표해야 하는 사람들은 저런 골판지 기표대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투표를 하면서도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장소도 너무 좁고 어떻게 투표를 하란건지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는 “비닐 문제는 지난번 대선 때 제기했던 문제다. 나 같은 휠체어장애인은 문제가 없지만 목발이나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미끄럽다. 미끄럽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여전히 그대로다”며 “선거하라고 그렇게 광고를 해대면서 편의가 이런데 어떻게 투표를 하란건지 개탄스럽다”고 강조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당선될 인천시장에게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김씨는 “최중증장애인에게는 활동보조 24시간이 절실하다. 장애인들도 최근 그 문제로 죽어가고 있지 않았냐. 어제도 집회에 다녀왔다”며 “현재 인천시에서는 24시간 보장을 해주고 있지 않다. 누가 시장이 되든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을 위한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소가 너무 좁아서 하나의 투표대를 이동해서야 나올 수 있었다.ⓒ에이블뉴스

계산3동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김순미씨.ⓒ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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