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은 발달장애인 일가족 등 4명의 희생자를 추모한 서울시의회 앞 분향소. 4명의 이름 없는 영정들이 놓여있다.ⓒ에이블뉴스

이달 초 수도권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은 발달장애인 일가족 등 4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서울시의회 앞 분향소 불이 꺼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177개가 모인 폭우 참사로 희생된 주거취약계층 발달장애인 빈곤층 노동자 추모공동행동(이하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모 기간을 선포한 지 딱 일주일 만이다.

시의회 앞 분향소에는 많은 시민의 방문이 이어졌으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재난불평등 추모행동 연대 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추모주간 마지막 날인 23일,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윤석열 정부와 정치권에 정책과제를 던지며 “불평등한 재난 사회의 대전환”을 외쳤다.

‘불평등이 재난이다!’ 손 피켓을 든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에이블뉴스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을 자연재해가 아닌 ‘불평등’, ‘사회적 타살’이라고 정의하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촉구하고자 이번 추모주간을 가졌다.

앞서 지난 8일과 9일 사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중호우로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이 숨졌다. 또 같은 날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주택에서 장애인인 50대 여성 거주인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들 모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1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우 참사로 희생된 주거취약계층의 추모주간을 선포한 바 있다. 23일까지 진행된 1주간의 추모기간 동안 수많은 시민의 방문이 이어졌으며, 주거취약계층의 현주소와 과제를 던져줬다. 분향소에 찾아온 시민들은 4명의 이름 없는 영정 앞에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추모글을 분향소 천막에 붙였다.

‘가난이 죄다. 미안할 뿐이다’, ‘안전 평등 돌봄의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는 세상을 원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가난과 불평등이 소중한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지 못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부터 함께하겠습니다.’

분향소 안 시민들이 붙인 추모글 메모와 ‘불평등이 재난이다’ 피켓들.ⓒ에이블뉴스

한 주간의 추모기간동안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정부와 서울시에 5가지 요구안을 확정했다. ▲실효성 있는 탄소배출 감축 계획 마련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와 빈곤층 주거안정 보장 ▲노동자들의 주거권,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등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각각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이 23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추모 주간 마무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에이블뉴스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이날로 추모주간을 마치지만,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기 위한 직접행동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특히 오는 9월 24일 서울에서 펼쳐질 기후정의행진, 10월 1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주거의 날을 기점으로 “재난 불평등”의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진억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나라는 잘 살지만 우리 개인은 살기 힘들다. 코로나, 재난도 불평등하게 다가와 약자들이 참극을 당했다. 다시는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177개 단체들이 모여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을 구성해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집중적인 실천행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주거권네트워크,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은 “추모공간이던 시의회 앞 분향소를 정리하지만, 물리적 공간 정리일뿐, 집중행동은 계속된다”면서 “오세훈 시장과 국토부 장관 면담 요청을 통해 주거 불평등이 폭우 참사를 불러웠다는 것을 알리고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 위해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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